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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마치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는 것 같은 곽동현과 눈을 반짝이는 윤이를 보며 임유진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고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세 사람은 놀이공원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곽동현은 적극적으로 아이와 소통했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역시 윤이였다. 아이는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고 곽동현이 추억의 장난감에 대한 주제를 꺼냈을 때는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들었다.

놀이공원에 도착한 후 세 사람은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다.

윤이는 신기한 듯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옆에 줄에 있던 한 또래의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 활짝 웃는 것을 발견했다.

임유진은 멍하니 한곳을 바라보는 윤이를 발견하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봤다.

윤이는 어릴 때부터 탁유미와 외할머니 손에 컸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한번 만나긴 했지만 그게 아버지인 것도 모를 테니 아마 아이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꽤 낯설고 그리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니 지금처럼 아버지가 아이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행동도 무척이나 부러울 테고...

임유진은 그의 시선을 돌리려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곽동현이 다가와 윤이와 눈을 맞추더니 자상한 얼굴로 말했다.

“아저씨가 윤이 목마 태워줘도 될까?”

그러고는 아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윤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에 앉혔다.

곽동현 이 남자는 생각보다 더 섬세한 사람이었다. 윤이가 맞은 편에 있는 여자아이를 부러워한다는 걸 빠르게 알아채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이 분명했으니까.

“이모, 나 이제 이모보다 더 커요!”

윤이의 신난 목소리에 임유진의 시선이 다시 아이에게로 향했다. 윤이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오늘 곽동현과 함께 놀이공원을 온 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 사람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해가 질 때쯤에야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윤이는 임유진의 품속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오늘 고마워요.”

임유진이 고마움을 전했다.

곽동현은 오늘 잠시였지만 윤이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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