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시간이 아니었기에 회의실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위층으로 올라갈 때, 복도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그들의 발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주언은 신유리의 옆에 가만히 서서 걷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정말 냉정하신 것 같습니다.”신유리는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물었다.“무슨 뜻이죠?”“아까 그 서 대표님 말입니다. 신유리 씨 때문에 일부로 여기까지 오신 것 같던데.”주언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올라갔고 얼굴 표정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였다.“잘 못 보셨어요.”신유리의 대답에 주언은 약간 아쉬워하며 대답했다.“그렇군요, 보아하니 임아중 씨가 또 실망하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저한테 비방하나를 알려줬는데 제가 말해주기 전까지 목이 빠져라 기다릴 겁니다.”임아중의 성격을 잘 아는 신유리는 그녀가 어떤 비결을 가르쳐준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그들이 올라간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석민은 몇 명의 경찰들과 함께 들어섰고 서준혁은 제일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신유리는 주언은 같이 서있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준혁을 슥 보고는 고개를 돌려 컴퓨터를 확인하러 갔다.그들이 있는 이곳은 옥상에 있는 cctv실이었고 전체 회의실에 설치되어있는 카메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직원은 유일하게 꺼져있지 않았던 그 cctv화면을 틀어주며 사건이 발생한 오후 시간쯤으로 배속해줬다.시작은 늘 그렇듯 별 다를게 없었지만 얼마 안 돼 계단 입구 쪽에 작업복을 입은 몇 명의 남자들의 모습이 눈에 띠였다.그중 한 남자의 손에는 그날 봤던 그 길고 묵직한 나무판자가 들려있었다.익숙한 남자를 본 신유리의 안색은 순식간에 굳었고 그 남자의 옆에는 찻잔을 손에든 “범인”도 보였다.신유리의 시선은 그 남자의 얼굴로 향했고 그 순간,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잠깐 멈추세요.”그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신유리는 서준혁의 시선이 찻잔을 든 남자의 몸에 고정되어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서준혁은 고개를 들었다.“입구에 cctv도 볼 수
이석민은 불편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서준혁에게 물었다.“서 대표님, 송 비서님쪽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그는 서준혁이 왜 이렇게 오랜시간 송지음을 건드리지 않는 것에 대한 이유를 알고 있었다.용화그룹은 전에 송지음에게 손을 대 화인의 기밀을 털어갔기에 화인그룹은 엄청난 손실을 크게 안았었다.하지만 본부 쪽에서는 서준혁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듯했고 원래 서준혁을 본부로 불러들이려는 계획도 이 일 때문에 무산되었다.게다가 용화 그룹에 뒷통수를 맞은 서준혁도 이 일을 쉽게 내려놓지 못했다.그렇지만-이석민은 화면속 송지음을 보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그 순간, 서준혁이 화가 잔뜩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이런 것 까지 알려줘야 됩니까?”이석민은 그의 눈빛에 담겨있는 짜증과 냉기를 알아차리고는 곧 반응을 해 똑바로 서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제가 당장 처리 하겠습니다.”“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겁니까?”이석민이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서준혁이 그의 말에 반박했고 이석민은 그 자리 그대로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서준혁이 성큼성큼 자신의 옆을 지나가고서야 이석민은 반응 했지만 그는 차마 서준혁의 뒤를 따라갈수가 없었다.왜냐하면 지금 그의 기분과 태도는 그 누가와도 차마 다스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신유리는 주언과 호텔로 돌아왔고 주언은 호텔 입구에서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신유리 혼자 먼저 올라가 버렸다.저녁에 입맛이 별로 없었던 신유리는 호텔 식당에서 대충 먹고는 방으로 돌아갔다.방안으로 들어서서야 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몇 통을 발견했고 발신인은 신기철이었다.신유리는 신기철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전원을 꺼버리고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는 잠에 들 준비를 했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누워서 가만히 있어봐도 도통 잠에 들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홍란의 계획안을 연구 하려고 하였다.너무 집중한 탓인지 시간이 어느덧 새벽이 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서준혁은 온 오전 이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신유리는 그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버렸다.모두들 모여 앉아 서준혁이 사온 커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에도 신유리는 홀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보다 눈치가 더 빨랐던 장수영은 금방 신유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고 이내 다가와 말을 걸었다.“유리 씨랑 서 대표님 무슨 일 있었죠? 제가 보기엔 두 사람이 대판 싸우고 서 대표님이 지금 화해하려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은데요?”신유리는 장수영의 물음에 별로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장수영도 그런 신유리의 태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며 신유리의 옆에 앉더니 주위를 둘러보다가 계속 말했다.“오늘 뭔가 적어진거 발견했어요?”신유리가 장수영의 말에 약간 반응을 하자 장수영은 신이 나서 입을 열었다.“송지음 씨 말이에요, 오늘 그 여자 웃음소리가 안 들리잖아요.”장수영은 자신의 손을 문지르며 말을 이어갔다.“원래는 몰랐는데 오늘 송지음 씨가 안 오니까 약간 습관이 안 되는데요?”신유리는 장수영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제서야 오늘 송지음이 자리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하지만 필경 어젯밤 cctv화면까지 확인했으니 오늘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신유리는 별로 놀라하지 않았다.그러나 신유리가 한 가지 예상치 못한 일은 점심이 다 돼서야 벌어졌다.조용하던 회의실에 신유리의 핸드폰 벨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댔고 발신자는 연우진이었다.“여정원 씨가 인정하셨어, 전에 송지음 씨 부탁을 받은 적 있어서 너한테 약을 탔었다고. 근데 경희영 씨 말은 안 꺼내더라.”신유리는 연우진의 말해 잠시 당황해 발걸음을 멈췄고 천천히 입을 열어 물었다.“왜 갑자기 인정한거야?”“전부터 인정하려고 하는 것 같던데... 왜 계속 확실하게 대답을 안 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연우진은 항상 성남에서 신유리를 대신해 이 일에 관심을 쏟아 부었고 신유리는 연우진의 말에 담담히 대답했다.“여정원 씨 입
신유리는 서준혁을 바라보며 그의 눈에 담긴 감정을 읽어내려 했지만 어쨌든 경찰의 말을 들었다.그러나 서준혁의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이 고개를 들어 신유리와 눈이 마주치더니 마치 그와 관계없는 듯한 평온한 눈빛을 보였다.신유리는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서준혁을 바라보며 물었다.“들었어?”서준혁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몇 번 두드리더니 새까만 눈동자로 신유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호텔 일은 왜 나한테 알려주지 않았어?”신유리는 방금 호텔 방을 누군가 손댄 것 같다고 말할 때, 그녀 자신도 발견하지 못한 망설임과 긴장감이 섞인 말투였다.서준혁은 그녀를 노려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부산이야, 성남이 아니라. 신유리, 기본적인 안전 의식도 없어?”그의 갑작스럽게 비난하는 말투에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하려던 말을 이내 삼켜버렸다.조금 지나서야 그녀는 서준혁에게 반문했다.“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데? 서준혁, 너랑 송지음의 관계를 봐서는 굳이 내가 알려줄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이더니 가볍게 피식 웃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러나 지금은 내 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지 않아? 여정원이 이미 송지음을 지목했어.”“정의는 불멸이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뒤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갔다.마지막 한마디를 읽을 때 그녀의 시선은 서준혁에게 고정된 채 담담하면서도 그를 심문하는 듯했다.신유리는 확실히 그를 떠보고 있었다. 성남시에 있을 때 서준혁은 무슨 일이든지 송지음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럼, 지금 그는 송지음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이석민은 대놓고 서준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에는 약간의 걱정이 담긴 채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유리 씨, 대표님은 전에...”“석민 씨.”서준혁의 싸늘한 목소리는 그의 말을 끊어버렸고 그는 서준혁을 한참 쳐다보다가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신유리가 부산시에서 겪었던 모든 일
그의 말은 다소 여우 같은 느낌을 띠고 있었지만 말투가 딱딱해서 듣기에 뜬금없었다. 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중이한테서 나쁜 것도 배웠나 보네요.”주언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이것도 합리한 추측이죠. 부산시에서 더 이상 누가 그녀를 도울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주언은 비록 정색하며 말했지만 신유리를 일깨워주었을 뿐이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알아요.”“음... 서준혁은...”주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애어른처럼 평가를 내렸다. “별로인 것 같아요.”그는 임아중한테서 들은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받은 느낌을 기반으로 말했다.비록 그는 평소에 말수가 적고 참을성도 별로 없었지만 신유리는 임아중의 좋은 친구이기에 한마디 더 일깨워줄 수도 있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와 함께 서준혁의 어두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언 씨는 저에게 불만이 있어 보이네요.”주언과 신유리는 거의 동시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올블랙으로 쪽 빼입은 그는 보기에 엄숙해 보였다.옥처럼 맑은 얼굴에 별다른 표정도 없은 채 눈을 내리깔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주언은 전혀 난감하지 않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방금 고급 세단의 주인은 대표님이 아닌 것 같네요.”이석민은 적당한 타이밍에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계속 1층 로비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었고 이제야 나오셨습니다.”신유리의 표정이 마침내 변했다. 그녀는 서준혁을 바라보았고, 서준혁도 원래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참이라 시선이 부딪치고 말았다. 서준혁이 물었다. “무슨 고급 세단?”“송지음이 고급 세단을 타고 왔고 한세형과 함께 떠났어요.”신유리는 간단하게 설명했고 다른 것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증거가 확실하니 송지음을 법정에 세울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어.”서준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더니 부인했다. 신유리가 말하기도
송지음은 신유리를 대할 때 얼굴에 드러난 악의를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신유리가 잘되는 것도, 고고한 자태도 보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신유리를 진흙 속에 짓밟아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송지음은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노려보았지만 신유리는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송지음의 독기 가득한 눈빛과 비교하면 신유리는 훨씬 평온해 보였다. 많은 일들은 말로 승부를 가리려 해도 사실 별 의미가 없었다. 하물며 송지음은 지금 마치 미친개와 같았다. 이런 사람과 말싸움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다만 송지음이 그녀에게 큰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신유리는 여전히 이맛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이런 미세한 행동조차도 송지음에게는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송지음은 그녀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며 더욱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나는 기회를 줬고, 어떻게 할지는 너한테 달렸어.”말을 마치고 일어나려 하자 신유리는 담담하게 그녀를 불렀다.“송지음.”송지음은 돌아보았다. 신유리의 여전히 침착한 얼로 회의를 기록할 때 사용했던 펜을 손에 들고 천천히 돌렸다.비록 그녀는 분명 송지음과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무언가 더 위엄이 느껴졌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보아하니 네가 전에 내 곁에 있을 때 마음이 전혀 일에 있지 않았나 보네. 협상할 때는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을 잘 처리하는 것이 좋아.”신유리는 아주 평온하게 말했지만 송지음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사람’이 자신을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송지음은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마침 그때 문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장수영과 오혁은 입구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유리 씨, 아직 안 끝났어요? 같이 점심 먹기로 했잖아요.”송지음은 장수영을 힐끗 보더니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친구가 왔으니 먼저 갈게요. 버닝 스타의 일은 세형
신유리는 파티가 끝난 후 바로 서준혁을 데리러 갔다.그녀는 룸 문을 열었고, 열자마자 어린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다.여자는 깔끔한 얼굴에 빛나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사람의 호감을 사는 얼굴이었다.신유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바로 비서팀에 새로 온 인턴 송지음이었다.송지음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 “유리 언니.”방금 밖에서 들어와서인지 신유리의 몸에는 차가운 공기가 조금 남아있었다. 그녀는 빼어난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자주 웃지 않는 탓에 사람들에게 왠지 모를 거리감을 주곤 했다.신유리는 담담하게 송지음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는 룸 안을 한 바퀴 둘러본 후에야 시선을 송지음에게 멈추었다. “준혁이는?”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서준혁의 이름을 듣자 송지음은 당황하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들더니 신유리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룸 안의 스피커 소리에 거의 묻힐 정도로 작고 부드러웠다.“서 대표님, 제 음료수 사러 가셨어요.”그녀의 말에 신유리는 눈썹을 찌푸렸다. 송지음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조금 더 많아졌다.그녀도 서준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그동안 뭘 해달라고 번거롭게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지난달, 신유리의 차는 누군가에게 미행을 당했고 그로 인해 왼쪽 손목이 다쳤었다. 모든 거동이 불편했지만 서준혁은 그녀에게 물 한 잔 따라 준 적이 없었다.위아래로 자신을 훑어보는 눈빛에 송지음은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그녀는 옷자락을 만지작대며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서 대표님, 금방 오실 거예요.”하지만 신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저번 주에 급히 합정에 회의를 참석하러 갔었다. 오늘 서둘러 서씨 집안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서준혁은 집안사람들과 사이가 안 좋았다. 그래서 이런 가족 모임은 항상 신유리보고 대신 참
신유리가 다음 날 다시 회사에서 송지음을 보게 되었을 때 누군가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었다.송지음도 신유리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 피하는 느낌이 조금 있었다.신유리는 발걸음이 조금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바로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단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뿐이었다. 점심시간, 비서팀의 리사가 잘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리사가 바로 아침에 송지음을 곤란하게 만든 그 장본인이었다.오후가 되었을 때, 신유리는 대표 사무실에서 송지음을 만나게 되었다.그녀는 쭈뼛거리며 사무실 안에 서 있었고, 풋풋함이 가득한 앳된 얼굴과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유리 언니, 성 대표님이 대표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어요.”서준혁의 말이 맞다. 송지음은 확실히 착한 사람이었다.신유리는 손으로 서류를 뒤적거렸고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비록 앉아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압박감은 엄청났다.그녀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서준혁이 너 보고 뭐 하라고 했어?”송지음은 더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옆에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우라고 하셨어요.”신유리는 서류를 덮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곧이어 그녀는 자리 하나를 그녀에게 가리켰다. “저기로 가.”대표 사무실 비서는 다른 비서들과 달랐다. 신유리까지 합쳐도 세 명밖에 되지 않았다.이렇게 송지음이 많아졌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제일 구석진 자리를 그녀에게 남겨줄수 밖에 없었다.송지음의 얼굴은 대놓고 굳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빠르게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다.머뭇대는 송지음의 모습에 신유리가 물었다. “더 할 말 있어?”송지음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고맙습니다, 유리 언니.”신유리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송지음을 관찰하더니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서준혁이랑 어디까지 갔어?”송지음은 꼬리가 잡힌 듯 서서히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송한 얼굴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불안한 모습으로 신유리에게 해명했다.“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