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수아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육문주는 그녀를 꼭 안은 채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진정해. 내가 제일 좋은 의사를 아저씨 전담 의사로 붙여놨으니까 걱정 마. 절대 이대로 아저씨가 너 떠나지 못하게 할 테니까.”조수아의 훌쩍임은 끊이지 않았다.“문주 씨, 우리 아빠가 절대 아무 이유없이 자살할 분이 아니셔. 분명 누군가가 우리 사이를 아빠한테 알려줬을 거야. 그게 누군지 밝혀지기만 하면 누구든 간에 절대 용서 못해.”비통함이 극에 달한 조수아가 거의 숨이 끊어질 것처럼 통곡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두 눈에 평
육문주의 그윽했던 눈매에 차가움이 내려앉았다.“그때 일에 누가 가담했었는지 알아봐.”“알겠습니다.”“그리고 최근 며칠 동안 조병윤이 누구랑 접촉이 있었는지도.”전화를 끊은 육문주는 한참 동안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문득 조수아가 예전에 자주 악몽을 꿨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그녀는 자주 꿈에서 누군가를 향해 빌면서 울었었다.“저 안 그랬어요, 아니에요.”악몽을 꿀 때마다 조수아는 땀으로 흠뻑 젖고는 했다. 그러고는 육문주의 품에 안겨 몸을 벌벌 떨면서 작게 흐느꼈었다. 왜 그러냐고 물은 적이 여러번이었지만, 조수
조병윤의 뜻을 알아들은 육문주가 허리를 곧장 굽히며 말했다.“아저씨, 저희가 방금 한 말 모두 진짜예요.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몸을 회복하시는 데에만 신경을 쓰세요. 아저씨가 처리해야 되는 일들이 많이 있거든요.”조병윤은 그의 눈을 보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 후, 조병윤은 퇴원했다. 조수아는 아버지가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또 감방에 들어갔다 나온 불운을 쓸어내기 위해 제일 친한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소소하게 파티를 하기로 했다.한지혜는 한 술 더 떠 소금까지 대량으로 사다가 액운을 쫓는다며 가득 뿌렸다. 그러면
조병윤은 조수아가 새로 사준 와인빛 셔츠에 회색 정장바지를 입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러면서 들뜬 기분으로 말했다.“나 이 옷 입고 육 대표님 만나는 거 어때? 오늘 처음으로 집에 초대하는 건데 너무 대충 입고 있으면 안 되잖아.”조병윤은 거울 앞에 서서 몸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육문주를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오늘 이 자리도 사위를 집에 초대하는 기준으로 준비했다. 수년간 소장하고 있었던 술을 꺼낸 게 바로 그 증표였다.조수아는 아버지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 문주 씨
장현숙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이 집에서 나가 혼자 살림을 차리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대신 수아는 구 사장한테 시집을 가야 돼. 구 사장이 수아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안 그러면 자현이 팔을 한쪽 잘라버리겠대.”조병윤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욱신거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편애가 심한 어머니가 있을 수 있을까? 조자현만 조 씨 가문의 자손이고 내 딸 조수아는 아니란 말인가? 자기 손주가 진 빚을 갚겠다고 둘째 아들의 딸한테까지 마수를 뻗어오는 어머니의 행각에 조병윤이 조수아를 몸 뒤로 감추며 매
육문주의 싸늘한 눈동자가 얼음칼처럼 장현숙과 손혜연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스캔했다. 아무리 온갖 풍파를 다 겪어본 장현숙이라고 해도 상대의 강대한 기세 때문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당당한 척 육문주를 바라봤다.“그건 수아가 헛소리한 겁니다. 일부러 꾸민 거라뇨, 절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이게 다 조수아가 옷을 너무 노출이 많은 걸로 입어서 양아치들한테 잘못 걸린 거예요. 다 본인이 자초한 것이니 정말 일을 당했어도 싼 거죠!”마치 원수를 입에 올린 듯 장현숙이 이를 갈며 말했다. 육문주의 입꼬리가 음험하게 올라갔다
조수아의 말에 조자현이 바닥에서 구르다시피 기어서 일어나며 육문주를 향해 덜덜 떨며 말했다.“육 대표님, 수아가 저 용서한다는데 그럼 저 이제 가도 되는 거죠?”육문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꺼져!”공포스러운 상대 앞에서 장현숙도 더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조자현 모자를 데리고 세 사람이 사라지자 거실에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조병윤이 탄식하며 말했다.“기껏 좋았던 분위기가 저 사람들 때문에 다 망쳤군.”조수아가 나서서 그를 위로했다“아빠, 주방 이모한테 얘기해서 요리를 몇 가지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 우리
육문주는 말을 하는 와중에 커다란 손으로 조수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그들이 돌아가야 할 집이 사랑으로 가득한 보금자리라도 되는 듯했다. 조수아는 누군가 제 심장을 쿡 찌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뇌리에 자신이 그 집을 떠나오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다시 떠올랐다. 조수아가 그 집을 위해 들인 정성만큼 거기를 떠나올 때의 가슴이 그만큼 아팠다. 손끝이 떨리는 걸 애써 억누르며 담연한 표정의 조수아가 조병윤을 향해 답했다.“아빠, 나 아빠가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