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윤의 뜻을 알아들은 육문주가 허리를 곧장 굽히며 말했다.“아저씨, 저희가 방금 한 말 모두 진짜예요. 그러니까 일단 지금은 몸을 회복하시는 데에만 신경을 쓰세요. 아저씨가 처리해야 되는 일들이 많이 있거든요.”조병윤은 그의 눈을 보며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 후, 조병윤은 퇴원했다. 조수아는 아버지가 무사히 건강을 회복하고, 또 감방에 들어갔다 나온 불운을 쓸어내기 위해 제일 친한 친구들을 불러 집에서 소소하게 파티를 하기로 했다.한지혜는 한 술 더 떠 소금까지 대량으로 사다가 액운을 쫓는다며 가득 뿌렸다. 그러면
조병윤은 조수아가 새로 사준 와인빛 셔츠에 회색 정장바지를 입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러면서 들뜬 기분으로 말했다.“나 이 옷 입고 육 대표님 만나는 거 어때? 오늘 처음으로 집에 초대하는 건데 너무 대충 입고 있으면 안 되잖아.”조병윤은 거울 앞에 서서 몸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는 진심으로 육문주를 사위로 생각하고 있었고, 오늘 이 자리도 사위를 집에 초대하는 기준으로 준비했다. 수년간 소장하고 있었던 술을 꺼낸 게 바로 그 증표였다.조수아는 아버지의 곁으로 조용히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아빠, 문주 씨
장현숙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이 집에서 나가 혼자 살림을 차리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대신 수아는 구 사장한테 시집을 가야 돼. 구 사장이 수아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어. 안 그러면 자현이 팔을 한쪽 잘라버리겠대.”조병윤은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라 가슴이 욱신거렸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편애가 심한 어머니가 있을 수 있을까? 조자현만 조 씨 가문의 자손이고 내 딸 조수아는 아니란 말인가? 자기 손주가 진 빚을 갚겠다고 둘째 아들의 딸한테까지 마수를 뻗어오는 어머니의 행각에 조병윤이 조수아를 몸 뒤로 감추며 매
육문주의 싸늘한 눈동자가 얼음칼처럼 장현숙과 손혜연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스캔했다. 아무리 온갖 풍파를 다 겪어본 장현숙이라고 해도 상대의 강대한 기세 때문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당당한 척 육문주를 바라봤다.“그건 수아가 헛소리한 겁니다. 일부러 꾸민 거라뇨, 절대 그런 일은 없었어요. 이게 다 조수아가 옷을 너무 노출이 많은 걸로 입어서 양아치들한테 잘못 걸린 거예요. 다 본인이 자초한 것이니 정말 일을 당했어도 싼 거죠!”마치 원수를 입에 올린 듯 장현숙이 이를 갈며 말했다. 육문주의 입꼬리가 음험하게 올라갔다
조수아의 말에 조자현이 바닥에서 구르다시피 기어서 일어나며 육문주를 향해 덜덜 떨며 말했다.“육 대표님, 수아가 저 용서한다는데 그럼 저 이제 가도 되는 거죠?”육문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꺼져!”공포스러운 상대 앞에서 장현숙도 더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조자현 모자를 데리고 세 사람이 사라지자 거실에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조병윤이 탄식하며 말했다.“기껏 좋았던 분위기가 저 사람들 때문에 다 망쳤군.”조수아가 나서서 그를 위로했다“아빠, 주방 이모한테 얘기해서 요리를 몇 가지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까 우리
육문주는 말을 하는 와중에 커다란 손으로 조수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웃음 띤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모습이 마치 그들이 돌아가야 할 집이 사랑으로 가득한 보금자리라도 되는 듯했다. 조수아는 누군가 제 심장을 쿡 찌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뇌리에 자신이 그 집을 떠나오던 모습이 오버랩 되며 다시 떠올랐다. 조수아가 그 집을 위해 들인 정성만큼 거기를 떠나올 때의 가슴이 그만큼 아팠다. 손끝이 떨리는 걸 애써 억누르며 담연한 표정의 조수아가 조병윤을 향해 답했다.“아빠, 나 아빠가 아직은
자신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다라. 육문주는 문득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분에 넥타이를 끌어내리며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앞뒤로 줄 지어 서서 한 남성복 매장으로 들어갔다.그들의 인상착의와 분위기를 본 점원은 곧바로 VIP 손님이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노련하게 웃음을 장착한 점원이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어서오세요. 혹시 찾으시라는 거라도 있으실까요?”육문주는 얼굴을 굳힌 채 대답도 없이 소파로 바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털썩 앉아 휴대폰을 꺼내들고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조수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셔츠
조수아는 벗어나고 싶었으나 상대의 현란한 키스에 얼마 안 가 몸에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드디어 몸을 천천히 물린 육문주는 손끝의 도톰한 부분으로 조수아의 살짝 부어오른 입술을 살며시 쓸며 동굴 같은 목소리를 냈다.“아까 했던 거 마저 하지, 조 비서.”조수아는 깜짝 놀라 얼굴을 비틀며 말했다.“대체 어디까지 갈 건데!”고개 숙인 육문주가 웃음을 터뜨렸다.“난 옷 갈아입는 거 계속하자는 뜻이었는데. 무슨 야한 생각을 한 거야?”두 사람이 탈의실에서 나오자 점원이 얼른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