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의 키스는 짧았으나 소유권을 주장하는 기세가 강렬했다. 조수아의 입술을 잘근 씹은 그가 야릇한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나랑 같이 집에 가자.”허리 숙여 조수아를 안아든 육문주는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눈빛으로 연성빈을 보며 말했다. “이제 제 여자인 걸 알았죠?”말을 마친 그는 연성빈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밖을 향해 걸었다. 허연후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제 친구가 끼를 부리기 시작하면 아무리 자신이어도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얼굴로 허연후는 연성빈의 어깨를 두
육문주를 못 본지도 벌써 며칠째다. 남자는 송미진을 데리고 외국으로 출장을 나갔다. 송미진은 매일마다 사내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렸고, 그 사진 속에는 모두 육문주의 모습이 있었다. 조수아와 육문주가 사실은 사귀는 사이라던 소문이 저절로 사라지고, 대신 육문주와 그의 오랜 사랑인 송미진이 결혼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이 자리했다. 개중에는 특별히 안혜원에게 그 소문의 진실성을 물은 사람도 있었다. 안혜원은 긍정하지도,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조수아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저 가십거리를 들은 셈치고 그저 웃고 넘겼다.
그 정도면 태아의 심장소리도 들렸겠지?기억을 더듬는 조수아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갔다. 침대가에 앉은 그녀는 아이의 손을 잡은 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물끄러미 아이를 쳐다봤다. 너무 정신을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서는데도 조수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아이와 조수아를 번갈아 본 송미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이 엄청 귀엽네요. 조 비서님도 아이 좋아하시죠?”조수아는 머리도 들지 않은 채 덤덤하게 답했다.“제가 아이를 좋아하든 말든 송미진 씨랑은 상관 없잖아요.”“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조 비서님께서 나중
아이의 얘기가 나오자 조수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힘껏 육문주를 밀친 그녀는 반동에 의해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씁쓸한 얼굴에 차가운 웃음이 걸렸다. “사람을 잘못 찾은 것 같습니다, 대표님. 대표님께서 사랑하시는 분이 지금 윗층에 계시거든요. 아이를 낳고 싶으시거든 그분 찾아가세요. 저는 죽어도 대표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으니깐요.”말을 마친 조수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 뒤 정원으로 향했다.이 얼마나 황당하고 웃긴 현실이란 말인가.육문주와 송미진이 협심하여 자신을 농락하는 모습에 조수
조수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의식이 몸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잠기면서 흩어져갔다. 잠시 뒤, 그녀는 누군가가 제 몸을 강하게 끌어안는 걸 느꼈다. 그리고 자신에게 호흡을 나눠주는 감촉까지도.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육문주의 잘생긴 얼굴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것 같았다. 제가 만들어낸 환상을 비웃을 힘조차도 그녀에겐 더 이상 남지 않았다. 조수아의 의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육문주는 조수아의 얼굴을 감싸쥐고 끊임없이 그녀에게 인공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그녀의 얼굴을 살짝 치기도 했
육문주는 침대 옆에 앉아 조수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붙잡고 끊임없이 입에 가져다댔다. 그의 뇌리에는 방금 전 의사가 했던 말들로 가득했다.조수아가 수영을 할 줄 모르는 건 알았어도 그녀가 물에 대해 공포증을 앓고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그제야 육문주는 왜 욕실에서 그녀와 관계를 가지려고 했을 때 어떠한 방법으로 유혹해도 그녀가 절대 욕조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으려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에 대한 그녀의 공포 정도가 그 정도였을 줄이야.육문주는 창백한 조수아의 얼굴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수아, 대체
그녀가 묵고 있는 요양원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이곳에 입원하게 된 환자들 모두가 비밀유지 계약서에 사인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모든 환자들은 모두 번호로 불리고 있었으며 이름이 없었다. 조수아는 남자의 번호인 99번만 기억했고, 남자도 그녀의 번호인 11번만 알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조수아의 얼굴도, 목소리도 알지 못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망망인해 속에서 두 사람이 서로 스쳐지난다 해도 남자는 그녀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그때의 기억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계속해서 조수아의 뇌리에 떠올랐다가
육문주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수아가 지난번 일로 아직까지도 속을 끙끙 앓고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육문주는 사건의 진말을 알아내려고 사람을 시켜 증거 확보에 착수했었다. 그러나 정체 모를 사람이 중간에서 그 증거를 가로채가는 탓에 결국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육문주에게서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조수아는 차갑게 입술을 휘었다.“대답하지 않아도 돼. 답을 이미 알 것 같으니까. 다들 나가. 누구도 이번 일에 관여하지 마.”그때 문가에서 연성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육 대표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