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호텔에서 자자고?’서준영은 몸이 순간 굳어졌고 얼굴도 빨개졌다.‘이렇게 빨리?’서준영은 많이 긴장되었지만 기대도 되었다. 그래서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그래...”하연우가 웃더니 그를 끌고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가자. 맛있는 거 먹으러.”둘은 꽤 핫한 레스토랑으로 향했고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레스토랑은 조용한 편이었고 환경도 좋았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계단에서 재벌 집 자제로 보이는 네다섯 명의 남녀가 웃고 떠들며 올라왔다.앞장선 남자는 구석에 앉은 서준영을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고 이내 차갑게 웃었다.“서준영? 여기서 너를 마주칠 줄은 몰랐다.”이렇게 말하며 남자는 일행과 같이 이쪽으로 걸어왔다.서준영의 눈썹이 올라갔다. 말은 건 사람이 누군지 보고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주천호 도련님, 어제 덜 맞았나 보죠?”주천호가 바로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서준영! 잘난 척 좀 그만해. 안윤아만 아니었으면 넌 진작에 죽었어.”“그게 오늘이고.”주천호가 험악하게 말했다. 그 뒤로 따라온 몇몇 친구도 차갑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도련님, 이 사람이 전에 말했던 그 기둥서방 서준영인가요?”“허허, 지금 보니 보잘것없네요.”“야, 네가 어제 우리 도련님 때렸냐? 기회 줄 테니까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 안 그럼 우리 도련님 화나면 넌 오늘 죽었어.”이 사람들의 조롱과 협박에도 서준영은 차분하게 말했다.“10초 줄게. 당장 내 앞에서 꺼져. 안 그러면 후과는 너희들이 알아서 책임져.”서준영은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이번은 하연우와의 첫 번째 데이트였다. 아름다운 기분을 망가트리기 싫었다.주천호와 그 일행은 이렇게 나대는 말을 듣더니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되레 웃었다.“뭐라고? 우리더러 꺼지라고? 너 이 새끼 미쳤구나.”“하하하! 진짜 이렇게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놈은 처음 보네. 죽고 싶어 환장했나.”“아, 데이트 하나 보네. 보자. 와, 여자 되게 예쁘고 잘 빠졌는데. 예쁜아, 우리랑 한잔할래?
주천호의 말에 구경을 하던 레스토랑 사람들은 모두 숨을 참았다.“대박, 저 사람 삼촌이 주병곤이라니...”“젠장, 저 사람이 강운시 블랙 장미 주란화의 아들이구나. 주란화도 대단한 여자잖아. 여자 두목. 근데 요즘 많이 잠잠하던데.”“저 사람 큰일 났네. 이제 끝장이야. 내일까지 살 수 있을까?”용산 그룹은 강운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큰 기업이었다.특히 강운시에서 주병곤의 지위는 결코 얕잡아 볼 수 없었다.정당한 거래, 어두운 거래 가리지 않고 다 하는 사람이었다.주란화는 10년 전 강운시 조폭계에서 종횡무진하는 여자 두목이었다.수단이 매서웠고 주씨 집안의 관계를 이용해 강운시 조폭계를 평정했고 여자 두목의 지위를 견고하게 다졌다.최근 몇 년간 위에서 엄하게 관리하니 주란화도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자선 사업으로 전향했다.하지만 강운시는 여전히 그녀를 전설처럼 생각하며 무서워했다. 왜냐하면 그녀를 욕보인 사람은 다 끝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서준영은 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삼촌이 주병곤이라고?”안윤아는 이를 서준영에게 알리지 않았다.“맞아. 왜? 이제야 좀 무섭니? 젠장! 오늘 무릎 꿇고 10번 세게 절하지 않으면 오늘 삼촌이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주천호가 기세등등해서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서준영은 계단에 선 채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삼촌이 온다 해도 난 네 삼촌이 보는 앞에서 너를 때릴 수 있어. 한번 믿어볼래?”서준영의 말에 전체 1층이 술렁였다.미쳤다,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었다.“이 사람 누구지? 왜 이렇게 나대?”“주병곤의 앞에서 주병곤 조카를 때린다고?”“주씨 집안이 자기 사람 끔찍이 아끼는 거 내가 알거든. 이 청년이 너무 경솔했네. 아마 여자 친구 앞에서 체면 차리려고 그랬나 본 데 조금 있다 호되게 당할 게 뻔해.”사람들의 의논을 들은 주천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서준영, 네가 미쳐 날뛰는 거 인정해. 근데 아무리 안 씨 집안이 뒤를 봐준다고 강운시에서 막 나갈 수
분노에 찬 주병곤이 서준영을 보자마자 멈칫했고 얼른 앞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서 선생님, 여긴 어쩐 일로.”이 장면을 보고 있는 구경꾼들이 숨을 참았다.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주병곤이 왜 갑자기 서준영에게 존경을 표하는지 몰랐다.주천호도 멍해서 주병곤을 불렀다.“삼촌, 뭐 하는 거예요?”서준영이 담담하게 주병곤을 보더니 물었다.“내가 네 조카 좀 손 봐줬는데 괜찮지?”주병곤이 미간을 찌푸리고 뭐라고 말하려는데 곁눈질로 2층 창가에 앉은 뒷모습을 발견했다.‘하연우 아가씨? 아가씨도 오늘 여기 있네?’주병곤은 뭐라도 생각난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주병곤은 상황 판단이 빨랐다. 첫째, 서준영은 뛰어난 의술로 어르신의 목숨을 구했다. 둘째, 원기단이 있다.하연우가 옆에 없다 해도 주병곤은 서준영을 예의 바르게 대해야 했다.게다가 지금 하연우도 여기 있다.이 말을 들은 주천호가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서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주천호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고는 ‘찰싹!’하고 뺨을 갈겼고 주천호는 그대로 다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서준영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말했지. 삼촌이 와도 내가 너 때릴 수 있다고.”주천호가 아우성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얼굴을 움켜쥐고는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준영을 쳐다보며 말했다.“네가 감히 나를 때려? 삼촌, 뭐 하고 있어요!”주병곤이 걸어오더니 주천호를 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닥쳐! 감히 서 선생님을 건드리다니, 빨리 사과해. 안 그러면 나도 너를 구할 수 없어!”이 말에 주천호는 많이 놀랐다. 그제야 주천호는 서준영이 그렇게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한참을 버벅거리더니 주천호가 중얼거렸다.“서 선생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이 광경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주천호가 진짜 사과를 하다니, 신기한 일이었다.이 서준영이라는 청년도 대단했다.주병곤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들은 또 뭐 하러 왔어?”오민경은 코웃음을 치더니 불만스럽게 말했다.“내가 오고 싶어 왔겠어?”서준영은 이런 여자는 꼴도 보기 싫다는 듯 홱 돌아서 가려고 했다.조유찬이 급히 쫓아와 웃으며 말했다.“준영아, 화내지 마. 오늘 여기 온 목적은 딱 한 가지야.”“말해.”서준영은 쌀쌀맞게 말했다.조유찬은 눈을 찡긋하더니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라앉히고 억지로 웃었다.“다름이 아니라 오늘 밤 용진 진씨 가문의 진강오가 사적인 파티를 준비했는데 특별히 너를 초대했어.”“진강오? 친하지도 않은데 그럴 필요 없어.”서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강오는 서준영을 여러 번 공격한 것은 물론 기석주를 시켜 하연우네 공장을 부순 장본인이다.이런 플레이보이를 뼛속까지 싫어하는 서준영은 진씨 가문을 망하게 하겠다고 맹세까지 했었다.원기단이 그의 첫 번째 계획이다.조유찬이 웃으며 말했다.“준영아, 너하고 강오 도련님 사이에 오해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저녁이 오해를 풀 좋은 기회야. 그리고 너 강오 도련님이 왜 파티를 여는지 알고 싶지 않아?”“목적이 뭔데?”서준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조유찬은 주변을 살피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내가 알기로는 강오 도련님도 강운시에 투자하려고 하는데 이번 파티를 통해 물꼬를 트려는 거야. 게다가 연우 씨 회사를 타깃으로 정한 것 같은데 너 알아보고 싶지 않아?”이 말을 들은 서준영은 순식간에 안색이 변했다.진강오가 하연우와 경쟁상대가 된다는 말인가?“알았어! 갈게!”서준영은 짧게 대답한 후 별장에 들어가 버렸다.서준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조유찬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고 음흉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그는 양복의 옷깃을 여미며 경멸한 찬 목소리로 말했다.“잘난 척은! 오늘 밤 네가 눈도 감지 못하고 죽게 할 거야!”“자기야, 강오 도련님이 오늘 밤 서준영 저 자식을 처리하는 게 확실해?”오민경이 미심쩍어하며 물었다.“그럼! 오늘 밤이
서준영은 파티 장소에 와서야 진강오가 얼마나 통이 큰지 알게 됐다.강운시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성용 리조트를 통째로 빌려 사적인 파티를 연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탄탄한 재력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아름다운 경치를 품은 리조트 앞에는 제법 많은 고급 차가 세워져 있었다.포르쉐, 마이바흐, 페라리, 애스턴 마틴은 물론 롤스로이스도 몇 대 보였다.또 차량번호가 66666, 88888, 99999인 고급 차도 눈에 띄어 딱 봐도 굉장한 모임이다.‘오늘 저녁 진강오가 꽤 많은 재력가를 초대했나 보네.’서준영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이름을 밝힌 후 자연스럽게 입구를 통과해 파티 홀에 들어섰다.독창적인 구조에 럭셔리함의 극치라 할 수 있는 성용 리조트의 파티 홀은 곳곳에서 고급스러움과 품격이 느껴졌다.불이 환하게 켜진 으리으리한 파티 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이들은 귓속말을 하거나 술을 권커니 잣거니 하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옷, 시계, 가방 등 명품으로 잔뜩 꾸미고 어른들을 따라 세상 구경을 나온 젊은 남녀들도 끼리끼리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캐주얼 상의와 청바지를 맞춰 입은 서준영이 유독 이곳에 어울리지 않았다.아직 파티 시작 전이라 저녁 식사를 하지 않은 서준영은 한쪽에 있는 뷔페 코너에 가서 디저트와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서준영, 의외다. 정말 왔네?”갑자기 조롱 섞인 싸늘한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양복을 근사하게 차려입은 조유찬이 등과 가슴이 패인 검정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오민경과 팔짱을 끼고 냉소를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오민경의 드레스는 눈에 확 띄었고 현장에 있는 뭇 여인들보다 아름답고 섹시했다.특히 새하얀 젖가슴은 터질 듯 탱탱했다.그러나 얼굴은 독살스러운 미소로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에서도 잔혹함이 느껴졌다.서준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강오 도련님이 날 초대했다고 말하지 않았어?”조유찬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그래 맞아. 천천히 먹어. 어찌 됐든 이게 너의 마지막 만
조혁은 말없이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긴 정민이 대신 나서주면 많은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서준영 그 자식이 설마 현가 64대 문파의 하나인 청양파의 소문주 정민에게 손을 대겠는가?설령 손을 댄다 해도 서준영은 정민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어쨌든 정민은 내공 대성의 문턱까지 갔으니 겨우 내공 소성을 이룬 서준영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정민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한 손으로 비수를 돌리며 과일을 먹고 있는 서준영의 곁에 건들건들 다가갔다.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이 서준영인가요?”서준영은 얼굴은 잘생겼지만, 악의가 느껴지는 눈앞의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무슨 일이죠?”저쪽에서 강운시의 부잣집 자제와 지방 자산가들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며 웅성웅성 떠들었다.“저 사람은 청양파 소문주 정민이 아닌가? 여기 오다니 뜻밖이네!”“저 사람이 정민이야? 얼마 전 4대 도시 현가 자제 무도회에서 금상을 탔다고 들었는데.”“청양파는 현가 중에서도 정통 무도 문파이고 은둔 고수로 알려진 청양파 문주는 무도 대가라 불린다지!”“두 사람 사이에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대?”사람들 속에 조유찬과 오민경도 섬뜩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자기야, 청양파가 뭐야? 그리고 정민은 또 누구고? 그렇게 대단해?”오민경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조유찬은 싸늘하게 웃더니 말했다.“민경아, 넌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고수들이 있어. 청양파는 무도 문파인데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특히 청양파 문주 정청운은 한 시대를 주름잡던 무도 대가로, 이전에 검 대신 손가락으로 천근 바위를 쪼갰다는 전설이 있어. 강운시 주변 4개 도시의 지방 자산가들에게 귀빈 대접을 받지!”“한중시에서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 큰 인물이야! 한중의 합법 조직과 불법 조직 모두가 그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대!”“청양파의 소문주인 정민은 무도계의
울부짖는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정민은 철저히 분노했다.청양파의 소문주가 격노했으니, 일의 성질이 달라졌다.“정말 정민 도련님한테 주먹을 휘두르다니?”“저 자식은 죽는 게 두렵지 않나?”“젊은 사람이 참을 줄을 몰라. 그래도 현가 청양파 소문주인데!”정민은 순식간에 얼굴색이 흙빛이 되었다.너무 방심했다!이렇게 평범한 놈한테 한 대 맞고 네댓 걸음 뒷걸음질 치다니!창피해! 너무 창피해!정민이 몸을 돌리는 순간 손을 들자, 소매 안에서 비수가 발사되어 유성처럼 서준영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서 숨을 크게 들이켰다.매서운 한 방이다!조유찬과 오민경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하하! 서준영은 이제 죽었어! 정민 도련님을 건드리다니!”냉소를 지으며 말하는 조유찬의 얼굴에 고소해하는 기색이 확연했다.오민경도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흥! 저 찌질이가 진짜 죽음을 자초하는구먼!”멀지 않은 곳에서 조혁이 눈앞의 광경이 만족스러운 듯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옆에 있던 여인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정민을 화나게 했으니, 서준영이라는 놈은 죽지 않더라도 불구가 될 거야.”2층에서 내려다보던 진강오는 유유히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좀 아쉬워하며 머리를 흔들었다.“정민이 한중의 현가 젊은 세대에서는 가장 출중한 무도 천재인데 말이야!”“정민이 제대로 하면 서준영은 무조건 죽어!”현장의 거의 모든 사람이 서준영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다.어쨌든 청양파의 소문주가 아닌가!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서준영이 몸을 돌려 손을 휘두르자 은침들이 뿜어져 나와 공중에서 비수를 요격했다.그중 몇 개 은침은 직접 정민의 두 눈을 찔렀다.“아! 내 눈!”정민은 비명을 지르며 피범벅이 된 두 눈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하며 땅에 꿇어앉았다.쉭!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누구도 일이 이렇게 전개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서준영이 정민의 두 눈을 멀게 하다니!정민은 현가 무도
“조혁 도련님, 당신 눈이 멀었어?”이 말이 조용한 홀 안에서 메아리쳤다.모든 사람의 얼굴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서준영이라는 자가 이렇게까지 오만하리라 생각지 못했다.정민의 두 눈을 멀게 한 것은 물론 조씨 가문 셋째 도련님을 면전에 대고 훈계하다니…그러나 가만히 엄지를 내밀며 속으로 대단하다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조혁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서준영, 무슨 뜻이야? 네가 감히 날 모욕해?”서준영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땅에 꿇어앉아 피가 흐르는 두 눈을 붙잡고 있는 정민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저 사람이 먼저 도발했고 내가 한주먹에 물리치자 저를 죽이려고 달려들었어요. 설마 당신들은 못 보셨나요?”“설마 당신들 눈에는 청양파의 소문주는 사람을 죽이고 싶으면 죽여도 되고 나 같은 일반인은 반항만 해도 대역죄인가요?”이 두 마디 말은 천둥소리처럼 압도적인 힘이 있었다.사람들은 입을 다물었고 얼굴에 약간의 부끄러움과 불편함이 보였다.“맞아. 정민이 먼저 도발했고 패배하자 죽이려고 달려들다 두 눈이 멀게 된 거야…”“저 청년 말이 맞아. 개미도 살려고 발버둥 친다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어?”“맞아. 난 이 청년을 지지할 거야. 청양파의 소문주가 뭐가 대단해서 우리 강운시 사람을 괴롭혀?”여론이 뒤집히자, 주변의 말을 듣고 있던 조혁은 안색이 흐려지며 격노했다.“무슨 개소리야? 정민 도련님은 단지 겨루면서 서로 배우려 했던 것인데 당신이 죽기 내기로 달려들어 남의 두 눈을 멀게 했잖아. 이건 논쟁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야! 당신이 어떤 궤변을 하든 소용없어!”“청양파는 한중 최대 현가 문파이고 한중의 합법 조직과 불법 조직 모두 청양파 문주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당신이 정민 도련님의 두 눈을 멀게 했으니 청양파와 영원한 원수가 된 셈이지!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한 명도 예외가 없이 청양파의 미친 듯한 복수에 시달리게 될 거야!”“서준영, 내가 당신이라면 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