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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이제 벗으면 되겠네

“흥!”

왕비서가 코웃음을 치며 먼저 손우림 측을 훑어보고는 입을 열었다.

“손우림이라고 했나? 근무시간에 회사 보안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부름에 이렇게 깡패짓이나 하고 다니다니. 당장 인사부로 가서 월급을 받고 물러나거라.”

“아…”

순간 손우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그의 얼굴에는 후회와 절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을 이 사태에 끌어드린 이한수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왕비서의 말이라면 결국 회장님의 뜻이기에 감히 반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예…”

손우림은 낮은 목소리로 작게 응하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투박하게 닦아내고는 일행을 데리고 뒤꽁무니도 보이지 않고 달음질쳐 도망갔다.

“그리고 너, 이한수라고 했지? 마케팀 팀장이라고? 좋았어, 넌 이제 해고야!” 왕 비서는 상의의 여지도 주지 않고 통보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이한수가 눈물을 보이며 절규했다. “안됩니다. 왕 비서님. 해고만은 절대 안 됩니다! 저는 아직 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고 집과 차 대출도 갚아야 합니다. 만약 이 직업을 잃게 되면 전 정말 죽는 길밖에 없습니다.”

“흥! 우리 이화 그룹은 너같이 존귀한 사람을 담을 그릇이 안 되니까 나가주시게.” 왕 비서는 여전히 냉담하게 말을 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진 이한수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더니 땀범벅이 된 채 이를 꽉 악물고는 다시금 소리쳤다. “왕비서라고? 회장님 곁에서 차나 몰고 다니는 기사 주제에 뭐가 대단하다고 나대는 거야? 내 삼촌은 마케팅 부서 경리라고! 우리 삼촌이 아직 입을 열지 않았는데 누구 맘대로 날 해고해?”

서준영은 이한수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한수는 정말 온실 안의 화초로 자라온 탓인지 너무나도 교만하고 어리석었다.

그 말을 들은 왕비서도 눈살을 찌푸렸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아직도 자신의 삼촌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네 삼촌 말이지? 그래. 이제 네 삼촌도 해고다.”왕비서는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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