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56화

선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윤아의 뒤에서 들려왔고 잇따라 옅은 담배 냄새가 그의 청신한 향기와 어울려 은은하게 풍겨왔다.

윤아는 몸을 일으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5년이나 흐른 지금, 선우는 소년의 앳된 모습은 옅어지고 청년 남성의 중후함과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살짝 올라간 눈썹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하얀 셔츠와 어두운색 슈트도 주름 하나 없이 말끔했다. 라이트 플로럴 계열의 넥타이에는 회색 넥타이핀도 끼워져있었는데 마침 윤아의 시선이 넥타이핀에 꽂혔다.

5년이나 지났는데 이 넥타이핀을 아직도 갖고 있다니. 윤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윤아의 뜨거운 시선에 선우는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왜? 나 못 알아보겠어? 이 땅꼬맹아.”

땅꼬맹이라는 말에 윤아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누구더러 땅꼬맹이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화가 잔뜩 나 빵빵해진 윤아의 볼을 보며 선우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잔뜩 부푼 복어 같이 굴면서 꼬맹이가 아니라고?”

복어?

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선우를 올려다봤다.

“나 볼 때마다 별명 만들지 말아줄래?”

“그래그래.”

선우는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한번 안아보자.”

안아?

윤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몸을 숙이는 선우. 덕분에 옅게 맴돌던 담배 냄새가 점점 짙게 풍겨왔다.

선우는 눈앞의 윤아를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그의 코끝에 닿은 싱긋한 꽃향기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두 눈을 꼭 감았다.

오 년. 무려 오 년 만의 포옹이다. 오 년 동안 선우는 윤아를 품에 안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가 출국하던 날 윤아가 배웅하러만 와줬어도 이렇게 기다리진 않았을 텐데.

선우는 윤아를 품에 안고 있는 이 생생한 느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달되며 몸 곳곳에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공허했는데 아무래도 윤아를 놀라게 할까 봐 더 꽉 끌어안지 못한 탓인 듯싶었다.

“꼬맹이. 많이 컸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