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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소영의 말을 듣고 석훈은 즉시 머리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래. 이렇게 취했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안 되지. 그럼 우리...”

“아니, 그냥 내 집에 데려갈게.”

석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양훈이 갑자기 말을 가로챘다. 그의 목소리는 묵직했고 듣는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것 같았다.

“아까 들었잖아. 내 이름 부르는 거. 현이 뜻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날 귀찮게 할 거야.”

양훈은 수현의 오래된 친구였다. 그가 수현을 알고 지낸 세월은 석훈과 소영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게다가 성격이 차분했고 또 평소에 쓸데없는 말 대신 늘 침묵을 유지해서 그런지 입을 열기만 해도 뭔가 중요하게 다가와 거절하기 힘들었다.

지금도 그랬다.

소영은 눈앞의 김양훈을 바라보았다. 비록 지금 그에겐 별 정서 기복이 보이지 않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자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양훈은 수현의 친구였다.

‘내 착각일지도 몰라.’

소영은 이렇게 생각했다.

석훈은 양훈의 말을 듣고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는 소영의 편을 들어 말했다.

“수현이 지금 취했잖아. 내일 깨어나면 자기가 어제 뭘 말했는지 기억도 못할 텐데. 김양훈, 넌 또 그걸 믿냐?”

석훈은 소영을 바라보며 빙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하물며 사내자식이 수현이 잘 돌볼 수 있겠냐. 역시 소영 집으로 보내는 게 훨 나아.”

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석훈을 뚫어질세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내 말은 우선 우리 집으로 데려가고, 만약 너희들이 정 마음 놓이지 않는다면 남아서 돌보면 된다는 뜻이야.”

석훈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반박했다.

“김양훈 너...”

“됐어, 석훈 씨. 우리 양훈 씨 말 따르자.”

웃으며 석훈의 말을 끊는 소영.

“양훈 씨는 늘 차분하고 세심했잖아. 나보다 더 잘 돌봐줄 거야. 내가 아까 잘못 생각했나 봐.”

말을 마치고 소영은 또 양훈에게 선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속은 이미 부글부글 끓어오른 지 오래됐지만 말이다.

양훈은 수현의 보기 드문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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