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아, 너... 너 안 믿는다면 내가 증명해 줄게!”강우재가 소정애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앉으라고 손짓했지만 소정애는 이를 신경 쓰지 않고는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손에 뭔가를 들고나와 최군형에게 그 물건을 넘겨줬다.“봐, 소아의 출생증명서야! 부, 강우재. 모, 소정애! 이제 믿겠어? 이건 병원에서 떼온 거야!”“아줌마, 진정해요. 전 못 믿겠다고 한 적 없어요...”최군형이 급히 일어섰다.“이제 우미자 그 미친X 소리는 그만 들어!”소정애가 몸을 부들거리며 소리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식사가 끝난 후, 최군형은 밖에서 최군성과 통화하고 있었다.“군성아, 물어볼 게 있어. 너한테 아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다 그 아이가 네 친아들이 아니라고 해. 그럼 어떻게 할 거야?”“형 그게 무슨 뜻이야? 내가 바람맞았으면 좋겠어?““아니, 진지하게!”최군성이 조금 생각하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처음엔 화도 내고, 설명도 하려 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아. 난 떳떳하니까. 그리고 내 친아들이 맞다며.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뭐 어때?”“그 아이가 너랑 안 닮았다면?”“형, 계속 이럴 거야?”“그러니까 만약에! 만약에 그러면 어쩔 거냐는 소리잖아.”최군형이 입을 삐죽였다.‘이런 걸 왜 물어보지?’“그럴 리가 없잖아. 친자식이면 어딘가는 닮은 구석이 있겠지! 난 아빠랑은 닮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닮았잖아!”“할아버지처럼... 언제나 화가 나 있다고?”“할아버지도 젊었을 땐 엄청나게 잘생겼거든? 그러니까 내 뜻은, 아이가 꼭 부모를 닮는다는 법도 없어. 어떤 특징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기도 한대.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렇지, 이게 정상인의 사고방식일 것이었다. 처음에야 화가 날 것이지만 명백한 사실이라면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었다.하지만 소정애의 반응은 어딘가 찔리는 곳이 있는 사람 같았다.찔린다고...?최군형이 눈을 가
이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아이를 훔치겠는가?최군형은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그녀의 행복한 웃음은 가짜라고 보기엔 어려웠다.‘이 광경을 파괴한다면, 다시 이런 웃음을 볼 수 있을까?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혹시나 오해라면...’최군형이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슴에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했다.밤이 깊었다. 강우재와 소정애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약한 빛이 창문에 비쳤다.강우재는 심각한 표정으로 아내를 보고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이제... 소아 출생증명서는 꺼내지 마.”소정애는 강소아의 어릴 적 사진을 펼쳐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을 본 그녀의 손이 우뚝 멈췄다.그들 부부가 강소아를 안고 부둣가에서 찍은 사진이었다.강우재가 눈을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거 가짜잖아. 절대 군형이한테 그걸 보여주면 안 돼! 위조 전문가라는 거 잊었어? 이게 가짜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걸!”소정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떻게 이 사실을 잊을 수가 있지?“아냐, 그럴 일 없어... 잠깐 꺼낸 거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거야!”“그러니까 우미자랑 좀 그만 싸워. 그 여자가 뭐라 하든 그냥 내버려둬! 우리가 찔려서 이러는 거로 생각하면 어쩌려고...”소정애가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찔린 게 맞았다.최근 그녀는 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의 그 배로 돌아가는 악몽을 종종 꾸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작디작은 강소아가 홀로 갑판 위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달려가 강소아를 안아서 들려 하자 하자 강소아는 이미 성인의 모습을 한 채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왜 날 못 돌아가게 해요? 대체 왜!”소정애는 눈물을 뚝뚝 떨궜지만 한 마디도 얘기하지 못했다.“집에 못 가게 하고, 우리 엄마 아빠랑 헤어지게 했잖아! 미워! 미워!”소정애가 깜짝 놀라 꿈에서 깼다. 베개가 흠뻑 젖어있었다.지금 그 꿈을 생각해도 심장이 벌렁거리면서 숨이 가빠왔다. 하필이면 이때 강우재가
소정애가 잠깐 생각하더니 작게 웃었다.“간단하지, 군형이를 잘 대해주면 될 거 아니야.”“어떻게 하는데?”소정애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지금까지 그들 부부는 열심히 가게를 경영해 왔다. 엄청난 돈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남부러운 것 없이 살 수는 있었다. 이 집 말고도 시내에 새 집 한 채가 더 있었다.소정애는 가게와 낡은 집을 모두 강소아에게 주고 자신들은 강소준과 함께 새집에서 생활하려고 했다. 돈도 조금만 남기면 됐다.가게를 강소아에게 주면 수입이 보장될 것이고, 지금 사는 집을 강소아에게 주면 거처가 해결될 것이었다. 이 집은 학교와 가까우니 강소아와 최군형의 자식이 학교에 다니기도 편할 것이다.소정애가 빙그레 웃었다.“소아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거야. 이 정도면 군형이를 여기 남겨놓을 수 있겠지.”강우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정애를 칭찬했다. 강우재에게도 강소아는 소중한 존재였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잘 보살필 수 있다면 그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다음 날, 최군형이 상품을 정리하는데 구봉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도련님!”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무슨 일입니까?”“도련님이 분부하신 거 아닙니까? 그동안 하수영의 행적을 쫓았습니다.”“어때요? 뭐 발견한 거 있어요?”“확실히 뭔가 있는 것 같아요. 하수영의 통화 내역 중에 종종 등장하는 번호가 하나 있는데, 추적해 보니 남양 번호였어요. 자세히 조사해 보니, 글쎄...”“뭔데요?”“육명진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육 씨 집안의 육경섭과 관련 있는 것 같습니다...”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핸드폰을 쥔 그의 손끝이 하얘졌다.“도련님, 조사해 보니 육명진이 나이가 많은데도 그를 따르는 여자들이 꽤 있는 모양이에요. 전엔 여자 연예인과 좋지 않은 소문까지 났었고요! 하수영이 설마 돈 때문에...”최군형이 인상을 쓰고 입술을 깨물었다. 틀림없이 육소유와 관련 있었다.“다른 건 없나요?”“일단은 여기까
육연우는 깜짝 놀란 눈빛으로 그들 형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들어있었다.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형수님 참 좋으시겠어요.”최군형이 동생에게 눈치를 줬다. 최군성은 곧바로 육연우의 손을 잡고 웃었다.“네가 같은 일을 당했다면 나도 그렇게 할 거야.”“군성 오빠...”그녀는 말하려다 말고 입술을 깨물며 손을 빼냈다. 그녀는 최군성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녀는 육명진의 딸이었다. 육명진은 육씨 가문을 해한 악의 축이었다. 그러니 자신이 어떻게 최군성과 사귈 수 있겠는가?최군성이 괜찮다 해도 그 부모님들은 그녀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하지만 감정이란 참 이상해서 절제하려 할수록 걷잡을 수 없었다.육연우는 최군성을 살짝 보고는 급히 눈을 돌렸다. 그녀의 두 손이 옷자락을 만지작대고 있었다.최군형이 입을 열었다.“연우더러 하수영에게 접근하려 한댔지? 모든 걸 다 준비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시간표도 최대한 비슷하게 짜줄게.”정신을 차린 육연우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요, 잘할 수 있어요. 정말 육소유가 맞다면 돌아가자마자 사실대로 얘기할래요!”최군형은 눈앞의 이 아이에게 동정심마저 들었다. 그녀는 분명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육씨 가문의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다. 힘들게 살고 있는 그녀에게 육씨 가문은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이 모든 걸 원래 주인에게 되돌려주기를 고집하고 있었다.그러니 육명진이 어떻게 그녀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있겠는가?최군성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연우야, 하수영 정말 독하대. 접근할 때 조심해!”“독하다고요? 누가 그래요?”“우리 형이!”최군형이 힘껏 헛기침했다. 그 말을 들은 육연우가 살짝 웃었다.“군형 오빠, 하수영 씨가 형수님을 괴롭혀서 그러는 거예요?”“어... 당연히 아니지! 난 그렇게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아.”최군형은 비아냥대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육연우와 함께
"늦었으니 그만 쉬자."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강서연의 주의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깊은 눈동자와 바로 마주쳤는데, 그 안에는 그녀가 종잡을 수 없는 정서가 뒤섞여 있었다.강서연은 긴장한 듯 원피스를 움켜쥐었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방에 들어온 후부터 줄곧 침대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오랫동안, 이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등줄기가 뻣뻣해졌고, 아직 웨딩드레스 차림 그대로였다. 남자가 샤워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그녀는 비로소 오늘 밤이 바로 눈앞의 이 남자와의 신혼 첫날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하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게다가 언니 대신에 시집온것이니...재벌집 사생아 신분으로 언니를 대신하여 빈털터리 남자에게 시집온 것은, 단지 양가 어른들이 정한 혼약을 완성하고 상당한 액수의 혼수를 얻기 위함이었다.돈이 있어야 엄마의 병이 나을 수 있고, 동생이 학업을 계속할 수도 있으며, 온 가족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겁먹은 토끼처럼 조마조마한 모습으로 화장실을 향해 갔다."저… 저도 씻고 올게요."남자의 숨소리가 더욱 잠잠해졌다.강서연은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는데, 이 낡은 널빤지 문에 자물쇠 하나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록 그녀도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 정도로 가난한 삶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그녀는 눈시울을 약간 붉히더니 화장실에서 머뭇거리며 한참이나 드레스를 벗지 못했다. 문밖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난 밖에 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테니 천천히 씻어."강서연은 가슴을 졸이며 문에 엎드려 바깥의 기척을 엿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멀어지더니 대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얼룩덜룩한 벽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 결혼을 하루 앞두고 태풍이 도시를 휩쓸면서 도로 곳곳에 떨어진 광고판과 허리가 잘린 나무들을 남겨뒀다. 강서연은 이
강서연은 머리가 텅 비는 것만 같았다.뜨거운 가슴이 그녀의 등에 닿아왔고, 그의 뜨거운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왔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여전히 팔다리가 뻣뻣하여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남자의 손이 갑자기 멈춘다."내가 누군지 알아?"강서연은 이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 남편이고, 오늘이 신혼 첫날밤이기도 하니, 부부 사이에 이런 일은 당연하다는 건가?강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네, 알고 있어요… 구현수 씨잖아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구현수라...'내가 진짜 구현수는 아니라는 걸 알까? 하지만 뭐 그녀도 진짜 강서연은 아니잖아.'사실 그녀가 들어온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강서연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강 씨네 아가씨의 성격으로는 이런 시골뜨기에게 시집올 리가 없다.하지만 상관없었다, 둘 다 사기 결혼인 셈이니..."구현수씨..."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숙여보니 사슴같이 무고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수줍고 부드러운 표정은 그의 마음속 어딘가를 움켜잡는 듯하였다."죄송해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고 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구현수 씨는 이제 제 남편이니… 이런 일은 당연한 거죠, 그럼, 우리 시작해요."그녀의 앙증맞은 코끝에서 땀방울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고, 그녀는 서툰 동작으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온몸을 떨면서 말이다.구현수는 살짝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할 때, 그는 갑자기 그녀의 작은 손을 잡더니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강서연은 달아오른 멍한 얼굴로 그를 어리둥절하게 바라보았다."됐어.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쉬어.""구현수 씨, 저...""너에게도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게 되면 그때 다시 봐."그는 말을 남기고는 몸을 돌려 누웠다.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서연의 귓가
강서연이 옷을 걸치고 마당에 나오자, 아침 운동을 하는 구현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상의를 벗고 두 손으로 아령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있었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는 아침 햇살 아래에서 마치 태양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듯했다. 강서연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일찍이네요."구현수는 고개를 돌려 표정 없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강서연이 주위를 둘러보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에는 샌드백, 권투 장갑, 야구 방망이, 아령 등이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구현수는 평소에 싸움을 많이 하는 것이 분명하다.이 남자의 성격은 어떨까?듣자니 이곳 사람들은 술에 취해 아내를 때리는 일이 드물다고 한다.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작은 걸음으로 다가가 긴장한 듯 물었다."저기… 아침 식사는 하였나요?""아직이야."남자가 차갑게 몇 마디 내뱉었다."네가 가서 차려봐."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일을 많이 하던 탓이라 손이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좁쌀죽 한 가마에 계란전도 부쳤고, 장조림도 한 그릇 담아 구현수 앞에 차려놓았다.구현수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다. 구현수는 소고기 한 조각을 집어 그녀의 그릇에 가져다 놓았다.강서연은 어리둥절하며 사양하려다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많이 먹어, 너무 말랐어!""네..."그녀는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구현수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예를 들어, 어젯밤 일에 대하여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신혼부부 사이에 당연한 일을 가지고 마치 그가 강요라도 한 것처럼 행동한 것에 대하여 말이다.또한, 그녀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관하여 묻고 싶었다. 이제 부부가 된 이상 함께 앞날을 계획하는 것은 응당하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무슨 수입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거 깨끗이 세탁하였으니 절대 문제없을 거예요!""아이고, 세탁했다고요?"점원은 차갑게 비웃었다."하루만 빌리고 왜 세탁했어요? 결혼용으로 빌린 거 아니에요? 설마 입고 농사지으러 간 건 아니겠죠?"낯가죽이 얇은 강서연은 점원의 말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가 결혼하던 날의 상황은 농사짓는 것보다 별로 더 낫지는 않았다. 큰비를 맞으며 진흙탕 시골길을 걸었고, 새하얀 웨딩드레스도, 웨딩 신발도 모두 더러워졌으며 발도 다 까지고 말았다.점원은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따금 그녀에게 불쾌하다는 눈길을 보냈다."서연 씨, 이런 웨딩드레스는 세탁하더라도 손빨래가 아닌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해요! 드라이클리닝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점원은 강서연의 성격이 만만한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조롱했다. "어휴, 우리가 이 가게를 연 이후로 웨딩드레스를 팔기만 하였지 이렇게 임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쯧쯧, 웨딩드레스 한 벌도 못 사면서 무슨 결혼을 해요?""웨딩드레스를 사지 못하면 결혼을 못 한다... 이게 어느 법률에라도 적혀있어?"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돌아섰는데, 구현수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강서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를 껴안으며 점원을 바라보았다."저렇게 '웨딩드레스 대여' 라고 크게 써놓고서, 모두를 눈먼 사람 취급하는 거야?""아니...""게다가 이렇게 스타일도 별로고, 품질도 그저 그런 웨딩드레스를 집에 사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점원은 그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못 사면 못 산다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이렇게 허물 잡는 게 아니라... 저희 가게에는 특별히 디자인된 고급 드레스도 있다고요!"구현수는 홀 정중앙에 있는 웨딩드레스에 눈길이 갔다. 머메이드 핏으로 몸매를 잘 드러내고 은은한 금실로 포인트를 주었으며 가슴 부위에는 작은 다이아몬드들이 박혀 있었다.비교적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