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대신 가난한 빈털터리한테 시집갔더니, 그 빈털터리 남편이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재벌이라고?강서연은 작은 셋방을 달려 나가 남편 품에 안긴다."다들 당신이 최 씨 집안 도련님이라고 하는데 정말이에요?"남편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담담히 말했다."그냥 나와 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을 뿐이야.""그 사람 나쁜 사람이네요! 나를 지 마누라라고 하지 뭐에요? 여보, 가서 혼내줘요!"강서연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애교를 부렸다.다음날, 최 씨 집안 도련님은 멍든 얼굴을 가지고 태연하게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아니, 도련님!!! 도대체 이게...""마누라가 때리라고 하는데, 그래서 손 좀 봤어!"
더 보기하지만 지금은 달랐다.목숨을 노렸으니, 목숨값을 톡톡히 치르게 해줄 것이다!송혁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씁쓸하게 웃었다.‘나쁜 사람이 된 건가?’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착함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해치게 될 것이었다.“폐... 폐하!”교도관이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급히 인사했다. 송혁준이 담담하게 물었다.“송지아 말인데요, 약은 먹나요?”“그게... 전 폐하께서 별다른 말씀이 없으셔서, 아직은 의사도 약도 제공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제가 잘 말해볼까요?”“숙부께서 의사를 찾지 않으셨다니, 그럼 그대로 두죠. 쓸데없는 힘은 들이고 싶지 않네요.”“하지만...”교도관이 어리둥절해졌다. 그럼 친누나더러 계속 이렇게 살라는 건가?송혁준이 그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떠났다.송임월이 병들었을 때, 가연이 찾은 의사 중 그 누구라도 진실을 말한 이가 있었는가?송혁준이 구치소를 나섰다.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고, 하늘은 파랗게 물들었다. 여름 냄새가 폐부를 가득 채웠다. 길가의 나무들도 더욱 푸르러진 듯했다.송혁준이 문득 나석진을 떠올리고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할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혁준아, 나 안 되겠어.”......서지현은 VIP병실에 들어온 뒤로 나석진을 극진히 간호했다. 나석진은 여자 친구를 구하려다가 어깨뼈에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척 연기하고 있었다. 서지현이 VIP병실에 들어와 그를 간호하게 되자 그는 소설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이 되고 말았다.며칠이 지났다. 나석진은 뒤척이지도 못한 채 뻣뻣하게 그곳에 누워있기만 했다.‘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하지만 지금, 그는 더 이상 못 할 것 같았다.“혁준아, 나 더는 안 되겠어. 이렇게 매일 누워만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그래서, 계속할 거야? 서지현 씨 주의를 끌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맞다, 전에 말한 세습제 폐지, 나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혁
송이수와 송혁준은 구치소에 도착했다. 철창과 강화유리 사이로 미쳐버린 듯한 송지아가 보였다.송혁준이 인상을 쓰며 교도관에게 물었다.“의사는 찾았어요?”“정신과 전문의 세 명을 불렀는데, 모두 지아 전하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심한 조울증 증세가 있고...”“그리고요?”“검사 결과,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합니다. 일명 사이코패스죠.”송혁준이 멍해졌다. 송이수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선천적, 후천적 원인이 한데 합쳐진 결과라고 합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해 더 큰 피해를 막는 것입니다.”송이수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 의문, 아쉬움, 체념 등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사이코패스는 불우한 가정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었던가? 송지아는 어릴 적부터 가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금이야 옥이야 자랐는데, 사이코패스라니?하지만 송혁준은 조금 예상한 듯했다. 그렇다면 어릴 적 누나가 그에게 했던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사이코패스라서 그런 거였다.그는 좁은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네 벽면이 모두 희멀건 회색이었다. 침대 하나, 간단한 세면도구, 변기 하나가 그 방의 전부였다. 혼자 이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그것만으로도 이미 답답해 죽을 지경인데, 이곳은 침대 시트마저 회색이었다.송지아는 그 안에서 미친 듯이 발광하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시트를 몸에 두르고는 상자를 아무렇게나 접어 왕관인 양 머리에 쓴 채였다. 그녀는 무언가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가끔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기도 했다.교도관이 웃으며 말했다.“기분은 괜찮아 보여요. 자신은 곧 여왕이 될 테니 모두 처신 잘하라고 얼마나 말하는지 몰라요!”“혁준아, 네 누나가 이 모양인데, 별로 놀란 것 같지는 않네?”송이수가 고개를 돌려 송혁준을 보며 물었다. 송혁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상은 했었어요. 어릴 때, 숙부님이 저희를 데리고 사냥하러 갔잖아요.”“응, 그랬지. 근데?”“다른 사람은
반지는 그녀의 손에 있는 것과 한쌍이었는데 그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만약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서지현이 반지를 꼭 쥐고는 나석진이 총에 맞은 채 힘겹게 반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던 모습을 떠올렸다.“그 사람은...”그녀가 입을 열어 무언가 물어보려 했지만 목이 막혀와 한마디도 내뱉을수 없었다.윤찬이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여겨 두루뭉술하게 말해줬다.“총알이 급소가 아니라 어깨에 박혔어요. 그리고 지금은 수혈도 한 상태라 금방 깨어날거에요.”“진짜요?”“네, 진짜.”“그럼 얼마나 걸리는데요?”“그게...”윤찬이 난처해졌다.나석진은 그에게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 알려준 적이 없었다.‘아, 진짜! 어려서부터 품행이 바르고 거짓말을 해본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하는 거짓말이 황실 사람을 속이는거라니...’윤찬이 코를 긁적이고 머리를 긁적이며 귀가 빨개져서 억지스럽게 말했다.“그냥 잠시 기절한 것 뿐이예요. 곧 일어날 거예요, 아마도...”서지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놓인 반지를 더 꼭 쥐었다. 다이아몬드의 딱딱한 겉면이 그녀의 손바닥에 아프게 파고 들었다.이렇게 딱딱하니 사람들에게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불리는 거겠지.서지현이 정신을 차리며 옅게 웃었다.“저기, 혹시 제가 들어가서 간병해도 될까요?”윤찬이 잠시 멈칫했다.‘이 대사는 시뮬레이션이 없던 건데...’하지만 나석진이라면 이 상황을 반겼겠지.“사실 간병하지 않으셔도 돼요.”윤찬이 그래도 일단 예의상 거절했다.“저희 병원에 전문적인 의사와 간호사가 많아서 석진형님을 알뜰히 보살필 겁니다. 그래도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잘 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윤찬이 발빠르게 달려가서 무균복을 하나 가져왔다.서지현이 간호사를 따라 옷을 갈아입으러 갔을때, 사무실에 도착한 윤찬은 나석진에게 문자를 보냈다.[석진 형님, 임무 완수했습니다. 전하께서 지금 직접 간병하러 가신답니다.][저기, 전 이제 이만 가봐도 되겠죠? 좀 이따가 수술도 있고, 회진도 해야
나석진이 수술실에서 나와 VIP병실로 옮겨졌다.병실에는 커다란 유리창이 있었는데 서지현이 유리창 밖에 조용히 앉아 병상에 누워있는 나석진을 보았다.그녀의 얼굴에 참담함이 드리웠다.그녀는 사람이 너무 아프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걸 지금 알게 되었다. 울지도 웃지도 말하지도 움직이지도 않은 채 그러 나무처럼 그자리에서 그를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일분일초라도 더 보기 위해서.머리속에서 나석진이 쓰러지는 장면이 계속 재생되었다.그때 그는 피범벅이 된 채로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품에서 힘들게 꺼낸 다이다몬드 반지를 그녀에게 줬다.“청혼... 하는 거야.”그가 피가 낭자한 입을 열어 불분명한 발음으로 말했다.“지현아, 무서워하지마. 나는 꼭 살아서... 너랑 결혼 할 거니까.”그의 말이 그녀의 마음 깊이 박혔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피가 말라붙어 굳어진 자신의 손을 들여다 보았다.이렇게 많은 피를 흘렸었나!서지현이 입술을 깨물며 울지도 어쩌지도 못하고는 다시 한번 병실에 있는 나석진을 보았다.그러다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배우니까, 연기 잘 하잖아요.”“그러니까 지금 연기하는 거죠? 맞죠?”옆에 있던 강서연이 눈물을 흘렸다. 다른 사람들도 서지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랐다.수술은 윤찬의 집도하에 진행되었고 순조롭게 총알을 빼냈지만 나석진은 이미 피를 많이 흘렸기에 아무리 지금 수혈을 한다고 해도 깨어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다.하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점점 더 위험해졌다.윤찬이 그들에게 다가와 낮은 한숨과 함께 말을 했다.“다들 가서 쉬세요. 저희 쪽에서 석진형님을 극진히 모시겠습니다.”최연준이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럼 언제 깨어나는 거야?”윤찬이 고개를 숙였다.“저도 몰라요...”“네가 어떻게 몰라!”윤정재가 버럭 화를 냈다.“이렇게 간단한 수술도 제대로 못하고, 우리 윤씨 가문의 망신을 네가 다 하는 구나.”“아버지!”윤찬이 억울한 듯 말했다.“아버지는 한의학
”그게...”강서연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까 누가 지나가는 걸 본 것 같아요!”최연준이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봤지만 수상한 흔적은 없었다.대황궁은 생태환경을 최대한 유지하려 했고 동물의 출입을 굳이 막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끔씩 고양이들이 궁안으로 들어와 먹을 걸 찾거나 다람뒤들이 나무 위에서 뛰놀기도 했다.“내가 잘 못 본걸 까요?”최연준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잘 못 봤든 아니든 일단 송혁준 씨에게 알리자. 호위를 강화할 수 있도록.”“네, 그게 좋겠어요.”강서연이 동의했다.“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요.”두 사람은 빠르게 발을 놀려 사진을 찍는 정원 가운데에 도착했다.단체 사진 촬영의 대형이 얼추 갖춰져있었는데 송시우가 정중앙에 있었고 서지현과 송혁준이 그의 양 옆에 있었다. 두 사람 다 왕관을 쓰고 정식적인 예복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거기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더해지니 마치 동화속의 공주님과 왕자님을 보는 것 같았다.나석진은 최대한 서지현의 옆에 서고 싶었지만 그럴 명분을 없었기에 결국 그녀의 뒤에 서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그렇게 겨우 그녀의 뒤에 자리를 잡았을때 나도훈에게 뒷목을 잡혔다.“황실 일원들 끼리 사진 찍는 건데 네가 거긴 왜 끼니.”나석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이제 프러포즈에 성공하고 나면 그때도 그렇게 말 할 수 있나 두고 보죠!’사람들은 행복한 분위기에 취해 석상 뒤에서 한 사람이 독기 품은 눈으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송지아는 입술이 새하얘질 때까지 깨물었다. 그녀의 손에는 탄환이 가득 찬 권총이 들어있었다.그녀는 송혁준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을 보니 어릴적 생각이 조금 났다. 어린 송혁준은 나이에 답지 않게 음울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뛰어난 송지아는 가연의 예쁨을 받았다.게다가 남양은 이제껏 여왕이 등기하는 일이 많았기에 왕위는 그녀의 곧 그녀의 것이 되리라고 생각했다.송혁준도 그녀와 왕
손이 작아도 꽤나 매웠다. 그리고 최군형은 할 일을 끝냈다는 듯 꺄르르 웃었다.“최군형!”최연준이 아이의 통통한 손을 잡고는 때리는 시늉을 했다.“이 자식, 다시 한번 아빠 때리면 가만 안 놔둘거야!”“어마...”억울함을 당한 꼬마가 몸을 돌려 엄마를 찾으며 강서연의 목을 끌어안았다.하지만 강서연은 평소와 다르게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최군형이 맘껏 울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는 최연준과 함께 곁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강서연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아까 아빠 때린 손 어느 손이야! 내밀어!”최군형이 눈을 크게 뜨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강서연은 물어나지 않았다.“애기가 이렇게 어른을 때리면 돼요, 안 돼요? 군형이 아빠를 때리면 어떡해.”“우우...”“어느 손이야! 어서 내밀어.”최군형은 자신의 편이 없다는 걸 알아채고는 이번에는 진짜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우물쭈물하며 희고 작은 두 손을 내밀었다.강서연이 망설임없이 두 손을 내리치자 최군형이 울음을 터뜨리려고 했다. 그때 그녀가 부드럽게 아들을 말렸다.“군형아, 너 이제 한 살 반이야. 너도 이제는 알아야지. 사람 얼굴을 때리는건 아주 예의없는 짓이야. 앞으로는 그러면 안돼. 알겠지?”강서연이 아들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너도 씩씩한 남자지? 엄마는 네가 다시는 이런 예의 없는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 맞지?”최군형이 벌개진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남자’라는 말을 알아듣고는 눈물을 삼켰다. 최군형이 최연준을 한번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 제송함니다.”최연준은 순식간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아들이 귀엽게 사과했기 때문도 있지만 강서연이 자신의 편을 들어줬기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그가 최군형을 안고는 볼에 뽀뽀하며 사과를 받아주었다. 그리고는 강서연을 빤히 바라보았다.“왜 봐요?”“그냥...”그는 너무 감격해서 어디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냥 드디어 당신에게서 내 존재감이 느껴졌어.”강
송혁준은 어이가 없어서 그를 쳐다봤다.나석진은 혼이 나가서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그제야 송혁준이 자신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어, 뭐라고 했어?”“아니야.”송혁준이 웃으며 말했다.“그냥 작위 세습을 페지할까 생각하고 있었어.”나석진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 물었다.“왜?”“예상대로라면 나 장군님이 너한테 작위를 물려주시겠지?”“그렇지.”나석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왜?”“그냥...”송혁준이 개구지게 웃었다.“작위 세습이라는 게 좀 위험한 게 아닌가 싶어서. 나라의 중요한 직위를 바보에게 맡길 순 없잖아.”나석진이 송혁준을 째려보며 가볍게 한대 때렸다.“야!”송혁준이 나석진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며 웃었다.“내가 어떤 고생을 해가며 이 코너를 준비했는데, 날 이렇게 대해?”“무슨 코너?”송혁준이 손뼉을 치자 한 고용인이 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가져왔다.“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건 사실 내가 선물하긴 좀 그런데, 그래도 도저히 뭘 선물해야 좋을 지 모르겠더라고.”송혁준이 웃었다.“이 반지 한쌍은 숙부님이 나한테 물려주신 거야. 원래는 나랑 왕후가 낄거였지만... 난 왕후를 두지 않을 생각이니까.”“혁준아, 이건...”“괜찮아.”송혁준이 나석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숙부님이 그러시는데 원래 왕위는 송임월 고모님것이었대. 만약 그때 고모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마 나중에는 서지현의 자리가 되었겠지.”“그러니 이 반지를 너와 서지현에게 주는 건 어떻게 보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는 거지 뭐.”나석진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끼인 약간 거매진 은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 지 몰라했다.“프러포즈 하는 김에 크게 해야지.”송혁준이 개구지게 웃었다.“황실 사람들에게 다 알려야 돼. 너희 장군부가 우리 꼬마 저하를 귀하게 대해줄거라는 걸 말이야.”...강서연과 최연준이 최군형을 데리고 연회에 참석했다.한살이 좀 넘은 아이는 화원의 아름다
송지아가 멍해 있을 때 몇 명의 건장한 시위들이 들어와서 좌우로 그녀의 팔을 잡아 끌고 나갔다.송이수가 그녀에게 금족령을 내려 그녀는 이제 한동안 궁전에서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송지아가 발악하며 크게 소리치자 그녀의 울부짖음이 복도에 울려퍼졌다. 송이수는 그런 그녀를 보며 한숨을 크게 쉬고는 복잡한 심경을 가라앉혔다.송혁준이 정전쪽의 어수선함을 의아하게 여겨 그쪽으로 갔을때 마침 시위들에게 끌려 나가는 송지아를 발견했다.두 사람이 서로를 지나칠때 송지아는 죽일듯한 눈빛으로 송혁준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에 송혁준은 등 뒤에 식은 땀이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송혁준이 정전으로 들어가 송이수의 앞에 앉았다.“왔니...”송이수가 마지못해 웃어보였다.송혁준에게 있어 송이수는 항상 나무처럼 든든한 존재여서 언제까지나 그들을 위해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와서야 그 나무가 사실을 흰머리가 많이 났고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숙부님...” 송혁준이 송이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누나를 너무 탓하지 마세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누나는...”그가 머리를 짜매며 위로의 말을 생각해내려 했으나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송이수가 그 모습을 보더니 웃었다.“내 딸 같은 아이인데 내가 어찌 그 애를 탓하겠니. 근데 아무것도 안 하자니 너에게도 못할 짓인 것 같고...”“전 이미 그녀에게 있어 가장 소중했던 왕위를 가졌으니 이제 서로 공평해졌다고 봐야죠.”송이수가 송혁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너랑 상의 할 일이 있다.”그가 몸을 일으키더니 송혁준을 데리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신선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서지현을 위해 연회를 준비하려고 한다.”“여기 와서부터 내가 해준것이 없더라고, 그러니 이 기회를 빌어 그녀와 황실의 일원들을 서로 소개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나중에라도 보면 인사할 수 있게.”송혁준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너무 좋죠
정전에 들어선 송지아는 송이수의 매서운 눈초리를 마주하고는 몸을 움찔 떨었다.“숙부님...”송이수는 노기를 띤 채 그녀를 보았다. 그는 이미 송지아에서 완전히 실망했다.송지아가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 시위가 나 장군님의 심복이라는 걸 알아챘다. 송이수는 무엇때문에 나씨 가문의 시위를 황궁에 불러들인 걸까...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웃었다.“숙부님께서 어쩐 일로 저를 부르셨는지.”송이수가 숨을 들이마시더니 속에 있는 화를 잠깐 가라앉히고는 손을 들어 시위들을 물렸다.정전에 둘말 남자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방금은 송지아의 체면을 생각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우리 둘 뿐이구나.”송이수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차갑게 그녀를 보았다.“솔직히 말하거라!”송지아가 우물쭈물했다.“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시치미냐?”송이수가 크게 화를 냈다.“인터넷에 올라온 글, 네 짓이지? 그리고 그 악플도 네가 시킨 거지? 넌 혁준이를 해치고 벼랑 끝에 몰아세웠어. 대체 왜 그런거냐!”“숙부님, 왜 제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세요?”송지아가 발뺌했다.“설마 제가 송혁준을 질투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걔는 제 친동생이에요,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그러니까, 나도 네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묻고 싶구나.”송이수가 힘겹게 심호흡하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너랑 혁준이가 황궁에 금방 들어왔을때 내가 너희 둘 손을 잡고 계단을 하나하나 오르던 기억이 생생한데... 맹세컨대 나는 너희 둘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변합없고!”“하지만 왜 혁준이와 다르게 너는 가족의 정이 없는 거냐. 왜 모든 걸 걸어서라도 그 애를 망가뜨리려 해. 심지어 황실도 망가뜨리려 하고 있구나.”“저는...”송지아가 입술을 깨물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숙부님, 증거 없으시잖아요!”“증거?”송이수는 그녀가 끝까지 잡아 뗄줄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냉소를 흘리며 종이를 한장 내던졌다.송지아는 종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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