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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구현수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문지르더니 심호흡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성에 다녀오기는 해야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지금 돌아가면, 구현수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다시 말썽을 일으키며 더 악랄한 방법을 생각해 내 그를 해칠 것이다!

"캐러멜과 바닐라 중 어느 쪽이에요?"

생각에 잠겨있다가 고개를 돌려 보니 반짝이는 큰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은 그녀의 손에 든 밀크티처럼 달콤했다.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

"괜찮아."

다른 사람에게 들통나는 느낌은 정말 좋지 않았다.

구현수은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뒷모습을 보이며 말했다.

"혼자 먹어, 난 이런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강서연은 밀크티 두 잔을 손에 들고 그 자리에 한창이나 우두커니 서 있다가 입술을 깨물며 쫓아갔다.

그녀는 그의 뒤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며 따라갔다. 그의 넓은 등은 차가운 벽과 같았다. 그 벽 너머에는 그만의 세계였고, 그녀는 비록 그의 가까이에 있지만, 도저히 그 벽을 넘어갈 수 없었다.

...

신혼 다음 날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구현수는 강서연에게 침대를 내주고 자신은 밖에 있는 소파에서 잤다. 이불도 하나뿐이어서 강서연에게 양보한 뒤 낡은 시트로 몸을 감쌌다. 강서연은 미안한 마음에 침실 문 앞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어서 가서 쉬어!"

구현수의 말에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대로 돌아갔다.

구현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아직 자신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강서연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가볍게 웃었다.

소문에 따르면 구현수는 성격이 차갑고 사람들과 잘 소통하지 않으며 싸움에 매우 익숙하다고 한다. 하지만 강서연은 그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느껴졌다. 적어도 그녀를 충분히 존중하고 배려해 주고 있다.

현지 습속에 따르면 셋째 날에는 신부 쪽 집을 방문해야 한다.

강서연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셋째 날에는 보통 남편과 함께 떡 같은 걸 준비하여 친정에 가져간 뒤 온 가족이 즐겁게 점심을 먹고 오후 해가 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강서연에게 있어 이번 방문은 돈을 요구하기 위함이다.

아버지는 언니를 대신해서 시집가기만 하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고 남동생이 학교에 다닐 수 있을 만큼의 혼수를 넉넉히 주겠다고 약속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시집온 지 사흘이 지났는데, 강 씨의 이 약속은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강서연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구현수와 함께 가는 건 아니었다. 사실이 들통나면 구현수가 홧김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현수 씨, 저..."

그녀는 적절한 이유를 대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이렇게 말했다.

"아침 다 차렸으니 어서 와서 드세요."

구현수는 마당에서 아침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부드러운 소리를 듣고 마음속의 벽이 조금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서연은 아침으로 찐만두와 두유를 준비했다. 구현수가 이 작은 집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문뜩 집안이 많이 밝아진 것을 느꼈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예전의 허물어 빠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집안은 강서연의 노력으로 따뜻한 기운과 햇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구현수는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밥상 앞에 앉았다.

맞은편의 여인은 걱정에 쌓여있는 듯하였다.

"오늘은 친정에 다녀와야지?"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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