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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저녁 식사 후, 강서연은 과일 접시를 들고 구현수 옆에 와서 앉았다.

한참이나 계속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구현수가 무슨 게임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들여다보았더니 외국어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 속 양복 차림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공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이때 구현수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두 사람은 코끝이 서로 닿을 뻔하였다.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둘은 한참이나 이렇게 서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강서연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은 바로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다.

"왜 그래?"

구현수가 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서연은 어색한 듯 두 손을 꼬면서 말을 돌렸다.

"뉴스 보고 있나요?"

"경제 신문을 읽는 중이야."

"그런 것도 봐요?"

구현수는 얼굴에 옅은 웃음을 띠더니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은 싸움도 하고 감옥에도 갔다 온 나 같은 사람이 어떤 것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뜻이 아니에요!"

강서연은 얼굴이 빨개졌다.

"전 그저 현수 씨가 이렇게 많은 걸 알고 있는 줄 몰랐어요."

갑자기 조용해지는 바람에 주위에는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약간 긴장했던 강서연은 구현수의 태연한 표정을 보고는 자신이 부질없는 걱정을 한 거로 생각했다.

분명 합법적인 부부인데 같이 있을 때 이렇게도 어색하다니...

강서연은 자신이 너무 멍청한 게 아니냐고 생각하며 작은 주먹으로 자기 머리를 때렸다.

이 작은 동작은 구현수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눈치채지 못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구현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는 과일을 먹으며 물었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네? 없어요."

강서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돈이 모자라지 않아?"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요?"

"아무 얘기라도 하고 싶어서."

구현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부부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지? 모두 이런 사소한 일상을 얘기하는 게 아닐까?"

강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아님, 우리 장소를 바꿔서 다시 이야기할까?”

남자는 침실 쪽을 바라보았다. 나지막하고 묵직한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따스한 숨결이 그녀를 향하여 조금씩 조금씩 다가왔다. 강서연은 고개를 들어 불꽃이 반짝이는 듯한 그의 그윽한 두 눈을 바라보았다.

구현수는 옆으로 피하려는 강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순간, 강서연은 온몸이 굳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이에 구현수의 눈빛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는 힘을 주어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감싼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긴장을 풀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떨리는 작은 몸은 그녀의 긴장함을 감출 수 없었다.

구현수는 마음이 한층 녹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그녀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일은 원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오늘 피곤하지? 그럼 일찍 쉬도록 해."

구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강서연은 몸을 감싸고 있던 힘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공기 중의 뜨거운 열기도 서서히 식어갔다.

강서연은 지금 자신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몰랐다.

이 남자는 당연히 세상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와 안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강서연의 마음속엔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 있다. 그녀가 대신 시집온 것을 남자는 아직 모르고 있다...

강서연도 용기를 내어 그에게 자신이 강유빈이 아니라 강서연임을 밝히고 싶었지만, 매번 말을 꺼내려 할 때마다 또 망설여졌다.

만일 성질이 난폭한 구현수가 강씨 집안에게 속히운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소동을 피울지... 만약...

그녀는 마당의 샌드백과 권투 장갑을 떠올리며 즉시 단념했다.

"일찍 쉬라는데 왜 멍하니 있어?"

구현수의 말이 들려오자, 정신이 번쩍 든 강서연은 침실로 향하여 걸어갔는데, 그때 윤찬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누나, 이젠 걱정 마. 엄마 병원비가 해결됐어!"

"뭐라고?"

강서연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어데서 난 돈이야?"

"유빈 누나가 아버지가 누나에게 준 혼수품이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보내왔어. 이 목걸이가 무려 600만 원이나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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