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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1화

다음 날 아침, 우미자는 역시나 딸을 데리고 ‘어딘가 몸이 안 좋은 사람'처럼 꾸며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 생리가 불규칙하다는 이유를 댔다.

우미자는 최군형에게 딸의 증상을 알리며 이 기회에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힐 생각이었다. 게다가 몸 상태를 살피려면 반드시 맥을 짚어야 하지 않겠는가?

신체 접촉만 있다면 그다음 과정은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다.

우미자는 자신이 흘러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딸도 사심 가득한 눈길로 최군형을 보았다. 웃음을 짓자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손목에 있는 금팔찌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슬쩍 흔들었다.

최군형은 어색함을 웃는 얼굴로 가려버렸다.

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만 돌려 옆에 있던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

잔뜩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

특히 삐죽 튀어나온 입술은 윤기 도는 체리 같았고 저도 모르게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는 머릿속에 ‘솜사탕'보다 달콤했던 그녀의 입술을 떠올렸다...

우미자가 그에게 딸을 소개하며 맥을 짚어달라고 할 때 강소아는 혼인 관계 증명서를 테이블 위로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

우미자와 그 딸은 깜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강소아는 최군형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커다랗고 초롱초롱했던 두 눈엔 평소와 같은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은 위압감만 남아 있었다.

우미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려놓은 혼인 관계 증명서를 보았다.

강소아 가족과 오랜 시간 이웃으로 지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강소아는 연약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오늘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아주머니.”

강소아는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대신 따님 증상을 봐 드릴까요? 하하, 제가 우리 남편이랑 매일 시간을 함께 보내서 어깨너머로 조금 배운 것이 있거든요. 따님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라고 하셨죠? 이런 문제는 남자들은 잘 모르니까 제가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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