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아는 순간 멍해졌다. 최군형의 눈빛에는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그 순간 강소아는 안전감과 함께 엄청난 용기를 얻었다. 최군형만 곁에 있으면 아무리 험한 가시밭길이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구자영이 고함을 질렀다.“최군형! 네가 뭔데? 감히 이년을 돕고 날 적으로 돌려? 결과가 어떨지는 생각해 봤어?”“결과? 전 가방끈이 짧아 그 글자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데, 아가씨가 가르쳐 주시겠어요?”“너...”“그리고! 다시 한번 강소아 씨를 함부로 대하고,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최군형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점점 구자영에게 다가갔다.어릴 적부터 금이야 옥이야 자라온 구자영은 이런 협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깡패들더러 가게를 부수게 했다.깡패들은 몽둥이 하나씩을 든 채 그녀의 명령을 따랐다.최군형은 강소아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가게 안으로 떠민 후 밖에 우뚝 섰다. 강소아가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는데, 남자의 고함이 들렸다.“감히?!”깡패들이 그 자리에 굳어졌다.차가운 얼굴을 한 최군형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그의 눈빛 하나에 누구도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마치 저승에서 걸어 나온 염라대왕 같았다.구자영도 무서웠다. 이 남자의 어떤 점이 무서운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앞에 서면 말 못 할 압박감이 생겨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그녀가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너희... 너희 다 뭐 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사람도 상대해 내지 못한단 말이야? 당장 이 가게를 부숴버려!”최군형은 굳어진 얼굴과 날카로운 표정으로 매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깡패들은 모두 우물쭈물하며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때 맨 앞에 선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최군형을 향해 돌진했다.최군형은 날쌔게 피한 뒤 한 손으로
최군형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그만 사레들리고 말았다.저녁, 강소아는 가게 문을 잘 닫고는 최군형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가족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최군형이 접이식 침대를 가져오려는데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이를 제지했다.“저기...”“왜요?”“그... 배고프죠? 먹을 거 해줄 테니까 먹고 자요.”말을 마친 강소아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최군형은 홀로 문 앞에 서있었다.시원한 밤바람이 달짝지근한 향기를 품고 불어왔다.얼마 뒤 강소아는 야식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그 냄새를 맡은 최군형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어서 먹어요!”강소아가 웃으며 숟가락을 건네주었다. 야식은 랍스터 볶음밥이었다. 최군형이 멍해 있자 강소아가 급히 설명을 덧붙였다,“아빠가 랍스터를 안 드시고 냉장고에 넣어두셨더라고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술 떠 입에 넣었다. 맛보는 순간 그는 깜짝 놀랐다. 볶음밥이 이렇게 맛있을 줄 처음 알았다. 랍스터의 풍미가 일품이었다.“어때요?”강소아가 웃으며 물었다. 최군형이 머뭇거리다 “음”하고 대답했다. 강소아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뜻이에요? 맛없어요?”최군형은 대답하지 않고는 밥을 푹푹 떠먹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강소아가 입을 삐죽거렸다. 그녀가 입을 열려는데 침실 문이 열리더니 소정애가 하품하며 걸어 나왔다.“소아야... 뭐 해?”소정애가 주방을 힐끗 보았다. 요리한 흔적과 최군형이 먹고 있는 볶음밥을 보자 그녀는 단번에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챘다.“소아야, 이리 와서 우유 한 잔만 데워줘!”“엄마가 데우면 안 돼요?”“오라 하면 올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강소아는 의아한 심정으로 소정애를 따라 주방에 들어갔다. 소정애는 문을 닫고는 작은 소리로 딸을 혼내기 시작했다.“이 밤중에 자지도 않고 음식을 해주다니, 정말 남편으로 받아들이기라도 한 거야?”“엄마...”강소아가 붉어진 얼굴로 소정애를 응시했다. 소정애가 딸의 손을 잡았다. 하얀 손등 위에 기름에 덴 자국이 남
강소아는 다소 어이가 없었다.“엄마, 오늘 군형 씨 덕을 크게 봤어요...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해서...”“기다리고 있어, 엄마가 잘 교육할게!”“네?”강소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소정애는 주방 문을 확 열고는 정색한 채 말했다.“군형아! 접시 가져와!”최군형이 깜짝 놀라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강소아도 어쩔 수 없었다.소정애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군형아! 어서!”최군형은 어쩔 수 없이 접시와 숟가락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소정애가 싱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놔!”최군형은 소정애가 시키는 대로 했다.“이제 접시를 씻어. 하는 김에 냄비도 같이 씻고!”최군형이 멍하니 소정애를 쳐다보았다. 이 며칠간 그는 확실히 별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 전에 강소아에게 밥을 해주려다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든 탓에 소정애가 이를 정리했었다.그런데 지금 소정애는 뭘 하는 걸까?최군형에게 집안일을 가르쳐주는 걸까?최군형은 알 수가 없었다. 집안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할 줄 몰랐다. 어릴 적부터 그에게 딸린 보모만 대여섯 명이었다. 강주에 와서도 그는 최연준의 별장에 살고 있었다.낮에는 구성 그룹에서 트럭을 운전했지만, 밤에 별장에 돌아온다면 수많은 사람이 그의 시중을 들었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접시 씻는 법을 알겠는가?“먼저 물을 받고, 세척제를 넣어... 맞아, 그렇게. 그 수세미로! 군형아, 물은 적게 틀어! 이것도 다 돈이야. 그래, 그렇게. 깨끗하게!”소정애가 주방 문에 기댄 채 그를 지휘하고 있었다.최군형은 기름진 것들을 끔찍이도 싫어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물속에 담겨있었다. 물 위에는 세척제 거품도 떠다녔다. 그는 수세미를 가지고 죽을힘을 다해 접시를 박박 닦았다...그의 몸과 얼굴에 물이 가득 튀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화가 곧 분출할 화산처럼 부글거렸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최군형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소정애가 시키는 대로 힘겹게 설거지를 마쳤다. 소정애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최군형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급히 거실을 빠져나왔다. 소정애는 그런 최군형의 뒷모습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강우재가 눈을 비비며 나오다 침실 앞에 서있는 소정애를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아니, 오밤중에 왜 안 자고 여기 서있어?”“꺼져!”소정애가 강우재의 머리통을 콕 쥐어박았다. 그제야 강우재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문밖의 사람과 제 아내의 신비한 웃음을 보고는 금세 어찌 된 일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소정애를 방으로 잡아끌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정말 소아에게 이 사위를 점찍어준 건 아니지?”소정애가 눈썹을 찡긋하며 말했다.“안 될 게 뭐 있어? 방금 저 아이 가정에 대해서 다 물어봤어! 가정사가 있긴 하지만 데릴사위로는 괜찮은 것 같은데!”“뭐?”“설마 소아가 우릴 떠나 다른 집에 시집갔으면 하는 거야?”강우재가 힘껏 고개를 흔들었다. 언젠가는 딸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걸어가 강소아를 다른 남자에게 넘겨줘야 한다면, 그는 절대 안심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소정애가 흥분해 말했다.“그러니까! 군형이를 집에 남겨두면 수호신 노릇을 할 뿐만 아니라 사위도 될 수 있잖아!”“하지만...”아빠의 마음은 모순적이기 마련이었다. 한편으로는 강소아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 주기를 바랐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강소아에게 접근하는 모든 남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소정애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아니야! 잘 교육해서 우리 마음에 드는 사위로 만들어야지! 지금 가장 머리 아픈 건 전과인데... 에이, 이것도 별거 없어. 주먹질하다 잡힌 게 아니잖아. 다 먹고 살려고 그런 건데, 그 정도는 봐줘야지! 여보, 이 아이 착하긴 한 것 같아. 우리가 잘 교육하면 문제없을 거야!”“그래! 이 일은 당신 말대로 하자. 당신에게 맡길게. 당신은 꼭 잘 교육할 수 있어.”중년 부부의 손이 한데 맞잡혔다.“걱정하지 마! 우리 딸에게 완벽한 사위를 만들어줄 테니까!”“응!”최군형은 문밖에
최군형은 항상 강소아를 바래다주고는 가게에 가 일을 도왔다. 소정애는 항상 그를 따뜻하게 대해줬다. 강우재도 술을 마실 때면 언제나 그에게 한 잔 따라줬다. 강소준은 그를 수호신으로 모시며 종종 그에게서 몇 수 배워갔다.최군형은 이 가족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다.그런데 최근 들어 강소아가 최군형을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녀의 등하굣길에는 여전히 최군형이 함께였으나, 강소아는 이제 교문을 들어설 때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학교에서 나오는 시간도 점점 늦어졌다. 설사 나왔다 하더라도 최군형을 보면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빨리했다. 집에서도 가게에서도 역시 최군형을 무시하곤 했다.누가 봐도 그를 피하는 것이었다.최군형은 알 수가 없었다. 며칠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여자들은 다 이런가?예전에는 온갖 여자들이 웃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왔는데, 이런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라 어색했다. 최군형은 이런 일이 처음인 데다 누구와 상담해야 할 지도 몰랐다.더욱 힘든 것은, 그는 이미 강소아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강소아가 그를 모른 척하면 그는 안절부절못했다. 가게에서 물건을 정리할 때도 소금을 설탕으로 여긴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최군형은 몰래 한 웹사이트에 로그인해 물었다.“사이 좋던 여자분이 갑자기 절 피해요. 왜일까요?”30분 정도 지나자 수십 개의 답변이 달렸다.[왜겠어요, 님을 안 좋아하게 됐나 보죠.][님의 행동으로 여자분이 실망한 건 아닐까요?][다른 목표가 생긴 것 같은데요.]최군형은 올라온 답변을 보며 주먹을 굳게 쥐었다.새 목표?강소아 이 자식!그는 심호흡하며 진정한 뒤 “새 목표”를 언급한 답변에 댓글을 달았다.[새 목표가 누구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편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왔다.[연애해 본 적 없죠? 지금은 어떤 정도에요? 그분 방에 들어갈 수 있어요?]최군형은 위쪽을 바라보았다.소정애는 최군형에게 절대 강소아의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강소아는 어두운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해야 할 일이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이미 15일이 되었다. 생리 예정일이 2주나 지났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며칠 전 그녀는 우연히 한 학생이 덜컥 임신을 해버려 낙태를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강소아는 온몸이 찌릿해졌다. 최군형과 보낸 그날 밤이 떠올랐다!그녀는 당장 임신테스트기를 사 검사해 보았다. 다행히 한 줄이었다. 그녀의 곤두선 신경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하지만 한 번으로는 정확하지 않다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강소아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최군형을 모르는 척하고, 그를 투명 인간 취급한 것이었다. 그녀 자신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고, 최군형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강소아는 몇 번 더 해볼까 하고 망설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2층 방문이 조금 열려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라 허겁지겁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벌컥 열자 그녀와 최군형 모두 깜짝 놀랐다.최군형은 그녀의 책상 앞에 서있었다. 책상 위에는 다 쓴 임신 테스트기가 놓여있었다. 강소아가 결과를 확인한 후 쓰레기통에 넣은 것이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를 쳐다보았다. 강소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왜, 왜 내 방에 있어요?”그녀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임신 검사기를 확 낚아챘다.최군형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알 것 같았다. 강소아는 자신이 임신했다고 생각한 것이다!최군형이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눈빛이 복잡했다.“그동안 이걸 걱정한 거예요?”“상관하지 마요!”강소아는 짜증을 내며 최군형을 밖으로 밀었다. 하지만 최군형의 체격은 그렇게 쉽게 밀릴 체격이 아니었다.“최군형 씨, 지금 당장 나가요!”“잘 생각해요. 지금 날 쫓아내면, 그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영영 모를 거예요.”“이...”“강소아 씨.”최군형이 낮은 목소리로 강소아를 불렀다. 다 쉰 목소리였지만 그런대로 낭만 있었다.최군형이 강소아에게 다가갔다. 강소아의 머리가 최군형의 가슴팍
“이거요?”최군형이 손을 폈다. 큰 액수의 돈이었다.강소아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진짜가 아니라 그린 돈이었다. 하지만 진짜와 너무나도 똑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강소아가 멍하지 최군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정말 내가 위조지폐를 만들 줄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최군형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지난번 아저씨가 위조지폐를 만들 줄 아냐고 하셨잖아요. 만들 줄은 모르지만 그릴 줄은 알아요. 이건 특별히 소아 씨를 위해 그린 거예요.”“제게 주는 거라고요?”“네, 뒷면도 한 번 봐요.”강소아가 반신반의하며 지폐를 뒤집었다. 발권 은행이 쓰여 있어야 할 자리에 초성 몇 개가 쓰여 있었다.ㄱㅅㅇ.강소아?강소아가 고개를 확 들었다. 최군형의 눈빛은 더는 전처럼 차갑지 않았다. 그 눈 속에 말 못 할 따뜻함이 들어있었다. 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뭘 줬으면 좋을지 모르던 참에 이게 생각났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이런 말을 해본 적 없었기에 말투는 어색하기만 했다.강소아는 환하게 웃고는 그림을 서랍 속에 넣고 작게 말했다.“잘 간직하고 있을게요. 다른 일은 없어요?”“네, 없어요.”최군형이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강소아는 그를 보지 않았지만 공기 속은 온통 그의 향기로 가득했다. 벽에 드리운 두 사람의 그림자는 아주 가까이 붙어있었다.강소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최군형은 자신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느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 귀 끝도 화끈거렸다.그는 얼른 핑계를 대고 이곳을 피했다.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그만 넘어질 뻔까지 했다.강소아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 그 와중에도 걱정은 되는지 불안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바로 이때 최군형도 고개를 들었다. 두 쌍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 속엔 서로의 모습뿐이었다.......강소아는 아주 잘 잤다.그녀는
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가 난처한 듯 말했다.“수업까지 10분 남았어요, 과제는 3교시에 쓸 것 같은데, 전...”최군형이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돌려 어딘가로 달려갔다. 자리에 남겨진 강소아만이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교실에 들어서니 수업까지 5분 남았다. 강소아는 주먹밥을 한입 물었다. 분명 간을 했는데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3교시 전, 그녀는 수업을 들을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교수님의 강의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과제 생각뿐이었다.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교실 문가에서 하수영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소아야!”“응? 왜?”“잠깐 들어가지 마.”하수영이 신비한 얼굴로 말했다. 강소아는 교실을 힐끗 쳐다보았다. 구자영이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너희 다 모르지? 강소아 결혼했어!”학생들이 구자영의 주위로 모여들었다.“강소아 남편이 누군 줄 알아? 원래 구성 그룹에서 트럭 기사 일을 했어. 하, 어찌나 과묵한지, 말을 못 하는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구자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교실 안은 시끄러웠지만 그녀의 말들은 선명하게 강소아의 귀에 가 박혔다.강소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깨가 저도 모르게 부들거렸다.하수영이 교실 안을 보며 욕을 내뱉었다.“미친 X... 소아야, 너무 신경쓰지 마. 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소아가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굳이 일을 만드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참고만 있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곧 수업 시간인데 교실에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강소아는 큰 소리를 내며 자리에 앉았다. 주변의 웅성거림이 뚝 그쳤다. 교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도련님, 아가씨 중에서 강소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유부녀는 더욱 그랬다.그들은 강소아를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강소아를 보는 시선에는 호기심과 연민이 어려있었다. 착한 사람들은 그녀를 존중했지만 거리를 두는 건 마찬가지였다. 구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