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83화

“이거요?”

최군형이 손을 폈다. 큰 액수의 돈이었다.

강소아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돈을 받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진짜가 아니라 그린 돈이었다. 하지만 진짜와 너무나도 똑같았다. 말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

강소아가 멍하지 최군형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정말 내가 위조지폐를 만들 줄 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최군형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지난번 아저씨가 위조지폐를 만들 줄 아냐고 하셨잖아요. 만들 줄은 모르지만 그릴 줄은 알아요. 이건 특별히 소아 씨를 위해 그린 거예요.”

“제게 주는 거라고요?”

“네, 뒷면도 한 번 봐요.”

강소아가 반신반의하며 지폐를 뒤집었다. 발권 은행이 쓰여 있어야 할 자리에 초성 몇 개가 쓰여 있었다.

ㄱㅅㅇ.

강소아?

강소아가 고개를 확 들었다. 최군형의 눈빛은 더는 전처럼 차갑지 않았다. 그 눈 속에 말 못 할 따뜻함이 들어있었다. 그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뭘 줬으면 좋을지 모르던 참에 이게 생각났어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이런 말을 해본 적 없었기에 말투는 어색하기만 했다.

강소아는 환하게 웃고는 그림을 서랍 속에 넣고 작게 말했다.

“잘 간직하고 있을게요. 다른 일은 없어요?”

“네, 없어요.”

최군형이 코를 긁적이며 말했다.

강소아는 그를 보지 않았지만 공기 속은 온통 그의 향기로 가득했다. 벽에 드리운 두 사람의 그림자는 아주 가까이 붙어있었다.

강소아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최군형은 자신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느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 귀 끝도 화끈거렸다.

그는 얼른 핑계를 대고 이곳을 피했다.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그만 넘어질 뻔까지 했다.

강소아는 이 광경을 바라보며 입을 가리고 킥킥 웃었다. 그 와중에도 걱정은 되는지 불안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바로 이때 최군형도 고개를 들었다. 두 쌍의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 속엔 서로의 모습뿐이었다.

......

강소아는 아주 잘 잤다.

그녀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