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아는 이 모든 게 꿈만 같았다.꿈에는 황실의 차량 행렬, 황실의장, 그리고 천천히 가까워지는 장엄하고 고귀한 황궁이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이 애지중지 해주는 공주로 변한 듯했고 그녀를 모두 공손한 눈빛과 따뜻한 웃음으로 맞아주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있는 차는 공간이 넓었고 시트도 푹신했지만 왠지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다. 강소아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 최군형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뭐 하고 있어요?”남양과 강주는 시차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으며 시간을 보니 아마 최군형은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계산하고 있어요! 오늘 손님이 많은 편이에요.”“아...그러면 됐어요.”“잠깐만!”최군형은 재빨리 전화기를 꽉 잡은 채 무서운 눈빛으로 손님들을 쫓아낸 다음 다시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요?”“그게...”강소아는 말끝을 흐렸다. “그냥 당신이랑 얘기하고 싶어서요. 지금 여기 모든 게 진실하지 않고 꿈만 같아요!”최군형은 잠깐 멈칫하다 이내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마 그녀는 이미 국빈급 예우를 받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 아빠의 이 절친한 친구는 정말 믿을 만하네!“그럼 당신은 이 꿈이 마음에 들어요?”최군형이 물었다. 강소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꿈은 마음에 드는 데 당신이 없어서 별로예요.”상품 코드를 스캔하고 있던 최군형은 갑자기 가슴이 떨려와 손에 힘이 들어갔고 손에 쥐고 있던 과자 포장이 하마터면 터질 뻔했다. 그 순간 꽃밭이 그의 눈앞에서 활짝 꽃망울을 터뜨린 것 같았다. 핸드폰 너머로 요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소아 학생, 다 왔어요!”강소아는 대답한 후 작은 목소리로 최군형에게 말했다. “군형 씨, 나 내려야 해요. 우리 이따 저녁에도 그 시간에 영상통화 하는 거 있지 마요!”“아...알았어요.”최군형은 아쉬운 듯 전화를 끊고 이미 어두워진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
학생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고 의아한 눈으로 강소아를 바라보았다. “이건...너무 귀합니다!”강소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내가 어떻게 이걸...”“하지만 황궁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긴 셔츠와 치마를 입고 팔다리를 가려야 해요. 이건 황실의 규정입니다!”“선생님, 그 평범한 걸로 찾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강소아는 자신들의 학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쟤들과 같은 걸로...”“아.”요섭은 잠시 망설이다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둘러댔다. “저분들이 입고 있는 옷은 황실에서 귀빈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일괄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조금 늦게 오셨네요, 옷은 이미 다 나눠줘서 남는 옷이 없습니다. 이걸 입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강소아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요섭의 말대로 황궁에 들어가려면 그들의 규정을 따라야 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티셔츠와 청바지는 그녀가 생각해도 확실히 예의에 어긋나는 거였다. 강소아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시녀의 안내를 받아 순례하는 듯한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그 옷을 들고 옆 라커룸으로 들어갔다.나머지 사람들은 얼굴을 마주 보며 의심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섭이 먼저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여러 학우들은 강주에서 먼 길을 왔기 때문에 우리 남양의 규정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대황궁은 금지 구역이라 아무나 참관할 수 없으며, 오늘 인원수와 명단이 맞지 않으면 폐하께서는 우리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고 탓하실 것입니다!”“그리고 차량 행렬을 보내 강소아 학생을 마중하는 것도 우리 황실의 손님 접대 방법이자 폐하의 호의입니다. 폐하께서 참관하시는 인원은 한 명도 빠트릴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학우들이 분분히 미소를 지었다. 이 설명은 오히려 그럴듯했기 때문이다.남양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이긴 하지만 열정적이고 손님을 환대하는 곳이어서 마침 황실의 아량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해된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뭐...뭐라고요?!”한리는 눈을 크게 뜨고 그 자리에 굳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지만 전...”“한 선생님!”요섭은 그녀에게 명단을 보여 주며 냉소를 지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명단에 선생님의 이름이 없네요!”“그럴 리가요!”“그건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지 폐하의 요구에 따라 반드시 명단을 하나하나 대조해야만 사람들을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한리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쨍쨍한 햇빛 아래서 그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구자영 학생.”요섭은 그녀의 이름을 길게 부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학생의 이름도 명단에서 빠졌네요!’“네?”구자영은 놀래서 소리 질렀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초대장 있어요. 저...”“죄송해요. 구자영 학생, 황실의 규정에 따라 초대장은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최종적으로 명단에 따라야 합니다.”“그게...”“하지만 제 생각엔 구자영 학생이 들어갔다고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예요. 우리 남양의 황궁은 학생 같은 사람을 별로 반기지 않거든요.”구자영은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봤으며 두 눈에서 불꽃이 떨어지는 듯했다.하지만 주위에는 모두 호위대였으며 요섭도 지위가 높아서 그녀는 함부로 무례하게 굴지 못했다. 한참 후 그녀는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 “왜죠?”“제가 방금 구자영 학생이 한 말을 똑똑히 들었거든요.”요섭은 소리를 조금 더 높였다. “우리 남양은 민풍이 순박한 곳이며, 폐하께서 줄곧 평등우호와 단합을 힘써 제창해 오셨습니다. 방금 구자영 학생의 방금 언행은 우리의 평등, 우애와 반하는 것 같은데요!”구자영은 온몸이 뻣뻣해져 옆에 있는 한리와 같이 태양 아래서 돌처럼 굳어졌다. 박나연은 강소아를 한 번 쳐다보고는 가만히 키득거리면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속이 다 시원하네!”“응?”“그렇지 않아?”박나연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했다. “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더니, 우리 조상님 말 하나도 틀린
모두가 들어가자 굳어있던 두 사람은 그제야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경우야!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지 못한다니?”“이 낡은 황궁이 뭐가 그리 귀하다고. 와달라고 빌어도 이젠 안 와!”“이딴 곳을...내가 꼭 사진으로 찍어서...”황궁의 호위대는 즉시 두 사람을 에워쌌다. 호위대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손에 든 긴창은 햇빛 아래서 차가운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구자영은 순간 겁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으며 한리는 그녀에게 연루될까 봐 서둘러 핸드폰을 호위대에 제출했다. 호위대는 구자영을 한 번 쓱 쳐다보고 바로 그녀의 핸드폰도 압수했다. 두 사람은 어떤 궁전도 들어갈 수 없었고 호위대에 둘러싸여 아무런 가림막도 없는 이 광장에서 천천히 군 고구마처럼 구워지고 있었다. 하수영도 얼굴이 굳은 채 서 있었다. 그녀는 남자가 한 말을 떠올렸다. “강소아 옆에 있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오성의 큰도련님 최군형이야, 지금은 오성에 없지.”“하, 양부모님도 예뻐하시고, 최씨 가문에 큰 도련님도 그녀를 아끼니 강소아의 팔자는 왜 그렇게 좋을까?”하수영의 손끝이 떨려왔다. 그녀는 오성의 최씨 가문과 남양의 윤씨 가문이 혼인을 약속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녀의 생각이 맞다면 오늘 이 모든 일은 최군형이 꾸민 일일 것이다.하수영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으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그 남자 말이 맞아...’강소아를 하루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육명진에게도 시한 폭탁일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도 좋을 게 하나 없었다. “소아야, 날 탓하지 마.”하수영은 한글자씩 내뱉었다. “네가 먼저 날 건드린거야...네가 그렇게 만든 거라고!”*저녁 시간, 강소아는 호텔로 돌아와 약속한 시간에 맞춰 최군형과 영상통화를 했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모두 드라마틱해서 그녀는 지금까지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군형 씨, 오늘 비록 국왕 폐하를 뵙지는 못했지만 그분이 이렇게 친절
강소아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고개를 돌리고 화면을 외면했다.“그게 무슨 소리예요!”“같이 씻자고요!”최군형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웃옷을 벗었다. 그의 탄탄한 상반신이 드러났다.“왜 나 안 봐요?”“최군형 씨...”강소아는 보기 싫은 척하면서도 몰래 화면을 훔쳐보았다. 그의 탄탄한 가슴, 선명한 복근, 잘 다져진 팔...강소아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었다.최군형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볼 거예요, 안 볼 거예요? 안 볼 거면 전화 끊어요.”“당신...”“안 끊으면, 같이 씻고 싶다는 뜻으로 알게요.”최군형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올라갔다.“소아 씨는 옷 입고 샤워하나 봐요?”“최군형 씨!”강소아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대놓고 웃지는 못했지만, 마음속은 달콤해졌다.물론 부끄럽기도 했다. 진지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이런 얘기를 할 때조차 진지할 줄은 몰랐다.최군형은 핸드폰을 한쪽에 놓고는 자기 허리 쪽을 비추더니 덤덤하게 반바지를 벗기 시작했다.“씻을게요.”최군형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은 강소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화면을 보지 못했다.그런데 이때, 핸드폰에서 놀란 비명이 들려왔다.강소아는 깜짝 놀랐다. 화면 속의 최군형이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란 눈빛으로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얼마 뒤 화면 속에 강소준의 난처한 얼굴이 나타났다.“수호신 형...”최군형은 강소준과 핸드폰을 번갈아 보며 애써 진정하려 했다.“그... 소아 씨, 오늘은 이만 끊죠, 일찍 자요!”“네?”강소아가 뭐라 하기도 전에 이미 통화가 끊겼다.그녀는 집 화장실 구조를 생각했다. 화장실은 작은 편이 아니었다. 밤이 돼 어두워졌고, 그 안의 사람이 문을 잠그지 않았다면...최군형은 화장실에 있는 강소준을 발견하지 못한 게 분명했다.강소아는 웃음을 참으며 이불을 뒤집어썼다.한편, 최군형은 귀신이라도
남양.강소아는 뒤척거리며 쉽게 잠들지 못했다. 전화라도 걸어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최군형과 강소준이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이때 누군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조심스레 문밖을 보았다. 하수영이었다.“소아야, 자?”강소아는 망설이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하수영은 강소아의 눈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소아야, 얘기 좀 할 수 있어?”강소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수영이 변한 것 같았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고, 이게 하수영의 탓은 아니지만 그 이유 정도는 알고 싶었다.하수영이 계속해서 물었다.“소아야, 조용한 곳에 가서 잘 얘기해 보자, 응?”“그냥 여기서 해.”강소아는 문에 기대섰다. 하수영을 들여보내고 싶지도, 그녀를 따라가고 싶지도 않았다. 몇 마디 말로 끝낼 일이었다.하수영이 난처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하지만 여긴...”“왜, 조용하고 좋잖아. 복도에서 사람은 없으니 누구도 우리 대화를 듣진 않을 거야. 자려고 하던 참이라 멀리 나가고 싶지 않아.”“이 시간에 잔다고? 우리 반 애들은 아직도 쇼핑 중이야!”“하, 나한텐 그럴 돈이 없어. 가방도 일부러 작은 거로 챙겼는데.”“소아야...”“더 할 말 있어?”“해명하고 싶은 게 있어. 오늘 일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하수영이 불쌍한 눈빛으로 강소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강소아의 입꼬리가 가늘게 떨렸다.“무슨 일?”“소아야, 내가 무슨 말 하려는지 너도 알잖아... 오늘 선생님이 널 참관하지 못하게 하셨을 때 말이야. 다른 친구들이 다 가만히 있는데, 내가 뭐라고 나서겠어? 소아야, 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나도 내 사정이 있었어, 나도 힘들었다고...”“응, 이해해. 너도 네 사정이 있으니까, 우리 우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니까!”“소아야...”하수영이 강소아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소아가 그녀를 힘껏 뿌리쳤다. 그녀는 실망한 눈빛으로 하수영을 쳐다보며 소리쳤다.“너 전엔 안 이랬어!
하수영과 강소아가 동시에 깜짝 놀랐다. 구자영이 크고 작은 가방을 한가득 든 채 걸어들어왔다. 대황궁 광장에서 하루 종일 햇볕을 쬔 탓에 그녀의 피부는 이미 조금 타 있었다. 두꺼운 화장을 했음에도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강소아를 쏘아보며 말했다.“눈물 나는 우정이네. 하수영, 오늘 우리가 얼마나 탔는지 모르는 거야? 네 친구가 예쁘게 입고 대황궁을 거닐 때 과연 네 생각을 했을까?”“구자영, 이건 나와 소아 사이의 일이야. 신경 쓰지 마.”“미친 X, 감히 나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해?”구자영이 이를 갈며 강소아가 든 크림을 흘깃 쳐다보았다. 반짝이는 글씨로 새겨진 브랜드명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 급의 브랜드는 면세점에서 사도 비쌌고, 강주의 고급 쇼핑몰에서는 가격이 더더욱 하늘을 찔렀다.그런데 강소아가 어떻게?구자영은 홧김에 강소아의 손에서 크림을 확 빼앗아 왔다. 하수영이 깜짝 놀라 물었다.“구자영, 너 뭐 해?”“이렇게 좋은 물건을 쟤한테 주는 건 너무 낭비 아니야? 마침 이 브랜드를 못 샀는데, 이건 하수영 네가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할게. 앞으로는 널 덜 괴롭힐게, 어때?”“너...”하수영이 눈을 크게 떴다. 구자영이 이렇게 방해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음만 급하고 판단이 느린 사람이었다.하수영은 그녀가 자신의 계획을 방해할까 봐 급히 그를 말렸다.“구자영! 이건 내가 소아에게 사준 건데, 네가 왜 가져가?”“뭐? 내가 좀 쓰겠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구자영이 하수영을 힘껏 밀치며 말했다.“어서 소아에게 돌려줘!”“싫어!”구자영은 멸시가 담긴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며 크림의 포장을 뜯었다.“하, 오늘 밤에 바로 쓸 거야! 강소아, 넌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화장품이나 써. 네까짓 게 감히 명품을 쓰려고?”“구자영!”하수영이 계속 말하려 할 때, 강소아가 크게 외쳤다.“다 조용히 해!”두 사람이 싸우는 걸 듣고 있자니 머리가 띵했다.“이거 안 받을 거야. 둘 다 방으로 돌아가!”“소
“아, 별일 아닙니다. 제가 곧 처리하겠습니다.”“내 병원에서 사람을 잡아간다는데, 별일이 아니라고요?”경찰관은 말문이 막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강소아는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인자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온몸에는 감히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따르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았다.강소아를 본 윤찬도 깜짝 놀랐다. 그는 강소아의 손목에 걸린 팔찌에 시선을 고정했다. 윤찬이 인상을 찌푸렸다.잘못 봤을 리는 없을 것이다. 금풍옥로의 디자인과 재질은 모두 세계 유일한 것이다. 전에는 누나가 자주 끼고 다녔는데, 아이를 낳은 후로 혹시 망가질까 봐 잘 보관해 뒀었다. 그런 팔찌가 이 여자의 손목에 나타나다니!윤찬 옆의 비서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형사님, 원장님께서는 방금 수술을 끝내서 피곤한 상태입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세요, 그래야 원장님이 쉬실 수 있으니까요!”“네, 네...”윤찬이 강소아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그래서 대체 무슨 일입니까?”“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형사님, 구자영 말 믿지 마세요. 그 크림은 제가 면세점에서 산 거예요, 영수증도 있다고요! 그리고... 그건 구자영이 빼앗아 간 거지, 제가 준 게 아니에요!”“이 X!”구자영이 병실 안에서 뛰쳐나왔다. 미라처럼 얼굴을 붕대로 둘둘 감은 채 두 눈만 내놓았다. 구자영은 하수영에게 달려들더니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옆의 간호사가 급히 그녀를 말렸다. 한리도 일이 크게 번질까 봐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구자영에게 맞은 하수영의 한쪽 볼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복도 전체에 구자영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혼란스러운 틈에 강소아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윤찬과 부딪쳤다. 윤찬이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그는 확신했다. 강소아의 팔에 있는 팔찌는 금풍옥로가 분명했다!“죄송합니다...”“괜찮아요.”윤찬이 빙긋 웃고는 다시 형사를 쳐다봤다. 형사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위엄 있게 외쳤다.“병원입니다, 모두 조용히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