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온천관 샤워실에서 묻은 바디워시와 똑같은 향이었다. 그런데 왜 그의 욕시에서 똑같은 향이 느껴지는 걸까?설마... 윤슬이 실수로 바디워시를 쏟은 게 아니었나?마지막으로 호텔 샤워실을 사용한 건 고유나였다. 설마 고유나가...샤워 가운을 잡은 부시혁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고유나가 욕실에 배치한 바디워시가 눈에 들어왔다.며칠 전 새로 산 바디워시가 반도 남아있지 않았다.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과 함께 윤슬이 누구 때문에 다쳤는지 확신이 든 부시혁은 샤워 가운을 내팽겨치고 욕실을 나섰다.한편, 소파에 앉아 왕
“그럼, 나 용서해 주는 거지?”부시혁은 용서한다고 말하지도, 고유나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지도 않은 채 말없이 욱신거리는 미간을 마사지했다.“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그러다 정말 윤슬이 죽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고개를 푹 숙인 고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했다.“그냥 무서워서 그랬어. 너랑 슬이 어쨌든 6년 동안 부부였잖아. 네가 슬이한테 흔들렸을까 봐... 그래서 다시 슬이한테 돌아갈까 봐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 바로 후회하긴 했지만 차마 너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어.
윤슬은 창백한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샤워하고 나오다 넘어진 건데... 내 실수는 아닌 것 같아.”“왜? 뭐 의심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육재원의 질문에 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샤워 부스에서 나오고 미끄러운 액체 같은 걸 밟고 넘어졌거든. 끈적한 타입에 향까지 느껴졌던 걸 보면 바디워시였던 것 같아.”“샤워실 바닥에 왜 바디워시가 쏟아져 있었던 거지?”육재원이 고개를 갸웃했다.“글쎄.”“누가 실수로 쏟은 건가? 그걸 재수 없게 네가 밟은 거고?”육재원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하지만 윤슬은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윤슬의 질문에 고유나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부시혁은 잠깐 침묵하다 평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다친 사람 병문안 오는 건 예의 아닌가?”그제야 고유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윤슬을 힐끗 바라보았다.윤슬이 대답하려던 그때, 육재원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유나를 노려보았다.“또 그딴 눈빛으로 우리 슬이 쳐다보면 그 눈깔을 파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요.”“뭐라고요? 하, 그런 짓을 할 용기는 있고요?”고유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윤슬이 싱긋 미소 지었다.“뭐 당연한 거 아니겠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지.”윤슬의 말에 육재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자기야, 아까는 분명...”하지만 윤슬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분고분 입을 다문 육재원은 지퍼를 잠그는 재스처까지 해 보였다.“고유나는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가 아닌 것 같거든? 서로 입장도 다르고 우리끼리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다른 것 같으니 경찰에 맡기는 게 낫지 않겠어?”부시혁은 윤슬의 눈에서 칼날처럼 번뜩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윤슬, 또 뭔가 꾸미고 있
여자 때문에 갈 데까지 간 부시혁에게도 저런 남자를 6년 동안 쫓아다녔던 자기 자신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당신 이런 사람이었구나. 당신 같은 사람한테 6년을 허비하다니. 시간이 아깝다.”윤슬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흘렀다.모든 것에 해탈한 듯한 윤슬의 말투에 부시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유나가 저지른 짓은 누가 봐도 범죄였다. 그런 범죄를 묻는 일이 얼마나 추악한 짓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유나가 경찰에 잡혀가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유나가 너한테 저지른 잘못은 내가 다 책임질게. 그러니까 일 더 크
“당연하죠!” 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유나를 보며 말했다. “유나 씨, 너무 고마워요. 유나 씨 덕분에 이익을 봤어요.”고유나는 이를 악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시혁이 고유나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우리 그만 가자.”“그럼 부 대표님, 유나씨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하이시에서 만나요!” 용주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부시혁과 고유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그때, 육재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애들아, 너네 오늘 정말 멋있었어. 부시혁이 저번에 푸른 태양의 심장 목걸이로 이득을 봤는데 이번에는
윤슬은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박준서에게 만년필을 건네며 말했다. "박 대표님, 그럼 사인해 주세요. 협상 금액은 재무부에서 30분 안으로 대표님 계좌 입금할 거예요.”박준서는 대답을 하고 만년필을 건네받아 을의 서명란에 서명을 했다. 이렇게 가우 회사는 천강 그룹의 자회사가 되었다. 윤슬은 서류를 박 비서에게 건네줬다. “잘 챙기세요.”“네, 윤 대표님.” 박 비서는 서류를 가지고 나갔다. 윤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박 대표님, 점심시간도 다 됐는데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괜찮습니다. 저는 선약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