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창백한 입술을 깨물고 생각에 잠겼다.“샤워하고 나오다 넘어진 건데... 내 실수는 아닌 것 같아.”“왜? 뭐 의심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육재원의 질문에 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샤워 부스에서 나오고 미끄러운 액체 같은 걸 밟고 넘어졌거든. 끈적한 타입에 향까지 느껴졌던 걸 보면 바디워시였던 것 같아.”“샤워실 바닥에 왜 바디워시가 쏟아져 있었던 거지?”육재원이 고개를 갸웃했다.“글쎄.”“누가 실수로 쏟은 건가? 그걸 재수 없게 네가 밟은 거고?”육재원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하지만 윤슬은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윤슬의 질문에 고유나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부시혁은 잠깐 침묵하다 평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다친 사람 병문안 오는 건 예의 아닌가?”그제야 고유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윤슬을 힐끗 바라보았다.윤슬이 대답하려던 그때, 육재원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고유나를 노려보았다.“또 그딴 눈빛으로 우리 슬이 쳐다보면 그 눈깔을 파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요.”“뭐라고요? 하, 그런 짓을 할 용기는 있고요?”고유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윤슬이 싱긋 미소 지었다.“뭐 당연한 거 아니겠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야지.”윤슬의 말에 육재원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자기야, 아까는 분명...”하지만 윤슬의 날카로운 눈빛에 고분고분 입을 다문 육재원은 지퍼를 잠그는 재스처까지 해 보였다.“고유나는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가 아닌 것 같거든? 서로 입장도 다르고 우리끼리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다른 것 같으니 경찰에 맡기는 게 낫지 않겠어?”부시혁은 윤슬의 눈에서 칼날처럼 번뜩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윤슬, 또 뭔가 꾸미고 있
여자 때문에 갈 데까지 간 부시혁에게도 저런 남자를 6년 동안 쫓아다녔던 자기 자신도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당신 이런 사람이었구나. 당신 같은 사람한테 6년을 허비하다니. 시간이 아깝다.”윤슬의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가 흘렀다.모든 것에 해탈한 듯한 윤슬의 말투에 부시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유나가 저지른 짓은 누가 봐도 범죄였다. 그런 범죄를 묻는 일이 얼마나 추악한 짓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유나가 경찰에 잡혀가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유나가 너한테 저지른 잘못은 내가 다 책임질게. 그러니까 일 더 크
“당연하죠!” 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유나를 보며 말했다. “유나 씨, 너무 고마워요. 유나 씨 덕분에 이익을 봤어요.”고유나는 이를 악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시혁이 고유나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 “우리 그만 가자.”“그럼 부 대표님, 유나씨 조심히 가세요. 다음에 하이시에서 만나요!” 용주는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부시혁과 고유나는 시무룩한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그때, 육재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애들아, 너네 오늘 정말 멋있었어. 부시혁이 저번에 푸른 태양의 심장 목걸이로 이득을 봤는데 이번에는
윤슬은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박준서에게 만년필을 건네며 말했다. "박 대표님, 그럼 사인해 주세요. 협상 금액은 재무부에서 30분 안으로 대표님 계좌 입금할 거예요.”박준서는 대답을 하고 만년필을 건네받아 을의 서명란에 서명을 했다. 이렇게 가우 회사는 천강 그룹의 자회사가 되었다. 윤슬은 서류를 박 비서에게 건네줬다. “잘 챙기세요.”“네, 윤 대표님.” 박 비서는 서류를 가지고 나갔다. 윤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박 대표님, 점심시간도 다 됐는데 제가 식사 대접할게요.”“괜찮습니다. 저는 선약이 있
윤슬은 양도서와 땅문서를 프린트하면서 말했다.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보내고 오후에 재원이 오면 설명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박 비서가 책상에 있는 서류를 가지고 사무실에서 나갔다. 윤슬은 복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복사한 서류를 정리하고 원본은 금고에 넣었다. 그러다 윤슬은 문득 무언가 떠올라 눈을 번뜩이며 핸드폰으로 땅문서 원본을 찍어 ‘부시혁 대표님, 이렇게 좋은 땅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부시혁과 삼성 그룹을 태그 해서 SNS에 올렸다. 고도식이 윤슬의 SNS 피드를 보면 분명 화가 나서 펄쩍펄
이것은 분명 윤슬이 고도식을 자극하고 모욕하는 것이다!“고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고도식이 분노한 표정을 보고 고위층 주주들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자 고도식이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간신히 가다듬고 침착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 테니 다들 돌아가십시오!”고도식은 말을 끝내고 회의실에서 나왔다. 고도속은 회의실에서 나와 부시혁에게 전화를 했다. “시혁아, 네가 번화가 땅 네 전처에게 줬니?”그 시각, 부시혁은 성준영의 초대를 받아 브라이트문 클럽에 있었다. 룸 안이 너무 시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