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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고은희의 사고

윤성아는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서 강주환이 자신을 안고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 뒀다.

얼마 후 강주환은 잠든 듯 고르게 숨쉬기 시작했다. 윤성아는 살짝 눈을 떠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얼굴을 4년 전부터 봐왔다고 생각하니 막연한 느낌이 들었다.

‘대표님... 혹시 나를 좋아하나? 좋아하는 거 맞겠지? 적어도 몸만이라도...’

이튿날.

퇴근 시간, 회사를 나선 윤성아는 마침 앞에서 걸어오는 고은희와 마주쳤다.

“사모님.”

“그래, 나다.”

고은희는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있는지라 귀부인의 자태를 유지하면서 물었다.

“윤 비서, 지금 시간 있어?”

윤성아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은희와 함께 회사 근처의 카페에 들어섰다.

고은희는 자리에 앉자마자 윤성아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얼마면 돼? 얼마를 받아야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겠어?”

윤성아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자존심을 세우는 것도 강주환에게서 떨어지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 문제의 결정권은 제가 아닌 강 대표님한테 있어요. 강 대표님이 허락해야만 제가 떠날 수 있거든요.”

“하!”

고은희는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윤성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했다.

“네가 이젠 하다 하다 나한테 도발까지 하는구나. 윤 비서, 착각하지 마. 넌 내 아들이 가끔가다 먹이나 던져주는 내연녀일 뿐이야. 네 자리는 누구나 대신할 수 있다고!”

고은희는 약간 흥분한 듯 언성을 높이다가 다시 진정하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주환의 어머니이자 강씨 집안 안주인으로서 아들이 밖으로 나돌아다니는 건 못 본다. 그 상대가 너라면 더욱 안 돼. 윤 비서 자네도 참 박복하지.”

고은희는 안효주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윤성아에게 말했다.

“네가 박복하니까 친아버지한테 버림받은 거야. 그리고 네 계부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것도 네가 박복하니까 도박의 길에 빠진 거겠지. 네 동생도 그래... 근데 이젠 너희 집안사람으로 모자라 우리 집안사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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