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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변호사?

변호사라고 소개하는 한소은의 말에 노형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소은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냥 대화만 하려는 거라니까...”

노형원은 한소은과 눈을 맞추기 위해 허리를 앞으로 숙였다. 하지만 여전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한소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내가 뭐? 결국 약속 장소에 나오기까지 했잖아? 왜? 내가 너무한 것 같아? 그럼 너희 두 사람이 한 일은? 게다가 소송도 먼저 그쪽에서 건 거 아닌가? 소송에 문제가 생기면 너희 두 사람한테도 좋을 게 없을 텐데. 법률 대리인 한 명 정도는 자리에 있어야 너희 마음도 편하지 않겠어?”

“말했잖아. 소송 철회하겠다고. 우리 한때는 연인이자 친구였잖아. 꼭 이렇게까지 끝을 봐야겠어?”

노형원의 애원 섞인 설득에도 한소은의 시선은 여전히 휴대폰을 향해 있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강시유가 입술을 깨물었다.

“소은아, 형원이랑 나 때문에 화 많이 난 거 알아. 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거잖아? 네가 실험실에만 있는 동안 형원이도 많이 외로웠어. 그냥 외로운 형원이 위로해 주다가...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야. 우리 두 사람을 미워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 화를 시원 웨이브에 풀면 되겠어? 시원 웨이브는 네 피와 땀도 담긴 회사잖아. 우리 공사 구분은 그대로 하자. 응? 너 하나 때문에 지금 회사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알아? 형원이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 신생이 너한테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업계 생각보다 좁은 건 알지? 이제 다른 회사에서 일한다 해도 오며 가며 부딪힐 텐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강시유의 설득 아닌 설득에 한소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나현우를 쳐다보던 그녀가 말했다.

“변호사님, 저 사람들이 하는 말 다 기록하셨죠? 필요하면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해 주시기 바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전부 기록해 두었습니다.”

나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두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오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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