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0화

시원 웨이브 실험실.

모든 직원들이 모여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이 벌써 몇 번째 실험인지 모른다. 하지만 오일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많은 향신료가 들어간다. 설령 제조법이 있다 해도 완벽한 비율에 맞춰야 제대로 된 제품이 완성될 텐데 지금은 제조법이 정확한지조차 확신할 수가 없다. 수많은 변수들에 직원들은 난감할 따름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다들 뻐근한 어깨와 목을 돌리며 잠깐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중 유일한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오이연이었다. 자리는 지키고 있었지만 의자를 끝까지 내리고 눈까지 감고 있는 걸 보아하니 잠이 든 듯싶었다.

실험실에 들어온 강시유는 퍼져 자고 있는 오이연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오히려 오이연에게 담요까지 덮어주는 말도 안 되는 친절함을 보였다. 낯선 손길에 깜짝 놀란 오이연이 부스스 눈을 뜨더니 말했다.

“강 팀장님, 오셨어요?”

“네.”

강시유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이연 씨 많이 힘들죠? 커피라도 한 잔 할래요?”

처음 보는 강시유의 친절한 모습에 오이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여자가 뭘 잘못 먹었나...

그 눈빛에 담긴 뜻을 읽은 강시유도 불쾌하기 그지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인내,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한소은을 설득하는 건 물 건너 간 것 같으니 지금 그들에게 남은 마지막 동아줄인 오이연을 공략할 수밖에.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내가 뭐 독이라도 탔을까 봐요? 못 믿겠으면 내가 먼저 마실까요?”

강시유가 먼저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호로록 마셨다.

“난 진심으로 걱정돼서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런데요... 실험실에서는 커피는 물론이고 음료수 같은 건 못 마시는 거 모르세요?”

실험실은 조향사의 공간, 제품 시약을 제외한 다른 향기가 변수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곳이다. 더군다나 특히 향이 강한 커피라니... 조향사로서, 기술 총 디렉터로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오이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