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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그냥 한바탕 싸웠을 뿐인데 온몸이 시큰거렸고, 운동을 제대로 못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차 씨 집안의 환경을 떠나서, 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편안했고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지만, 오늘 차성재는 그녀가 아무리 멀리 떠나도, 여전히 그녀는 차 씨 집안의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고 온 것이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손을 들었을 때 팔뚝에 약간의 멍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방금 손을 쓰다가 부딪힌 것 같으니 이따가 연고를 발라주면 되는 일이었다.

고개를 들고 숨을 내쉬며 오늘 그 두 사람과의 만남을 생각하면 정말 재미없는 일이었다.

원래는 분노하고 증오할 줄 알았는데, 막상 앉아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녀는 그저 예전의 자신과 사이가 나빠졌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놓지 못하고, 달갑지 않은 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예전에 헌신했던 모든 것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헌신했고, 그도 똑같이 그녀에게 잘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한 평생 절친한 친구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에게 농락을 당하다니, 정말 바보 같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정말 웃겼다!

그녀는 실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자신의 우둔함을 비웃었다.

따뜻한 물은 사람의 몸에서 마음까지 이완시켜주었고, 그녀가 눈을 감고 뒤로 젖히자 깊은 잠이 밀려왔다.

김서진이 돌아왔을 때 욕실 물소리만 들려왔고, 한소은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문을 밀고 들어섰다. 누군가가 욕조에 기대어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발견했다.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분명히 조금씩 가라앉아 목도 보이지 않았고, 수면에 턱도 점차 닿고 있어 그녀가 일어나지 않으면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한소은 씨!”

김서진은 다급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르더니 두세 걸음 걸어간 뒤 허리를 굽혀 그녀의 겨드랑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그의 즉각적인 저지로 한소은이 물에 잠기는걸 막았고, 동시에 그녀도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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