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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그러자 강시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성거렸다. 움직임을 멈추기라도 하면 참아왔던 화를 다 쏟아낼 것 같아 자신을 억제하고 있었다.

오이연 역시 아랑곳하지 않고 기지개를 켠 채 몸을 돌려 나른하게 실험에 임했는데, 동작이 느릿느릿한 것이 작업 중인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은 강시유는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이연 씨가 원하는 게 뭐죠? 조건을 최대한 맞춰줄게요.”

위기가 닥치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참아야 했고, 그녀가 한소은에게 빌러 가느니 차라리 여기서 이 계집애와 조건을 협상하는 게 낫지, 적어도 오이연은 자신의 범위 안에 있을 거니 말이다.

오이연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가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오......강 팀장님의 권력이 이렇게 대단했나요? 조건을 최대한 맞춰주겠다고요? 정말 감동적으로 들리네요. 정말 뭐든지 들어주실 수 있는 건가요?”

그녀의 흥미진진해하는 모습을 본 강시유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경멸했다, 결국 모두 하나의 거래일뿐 의리나 인정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이연이 이렇게 물었으니, 역시 중요한 물건을 손에 쥐고 있다는 뜻이겠지.

강시유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권력이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들 이렇게 오래 헌신을 해주셨잖아요? 저는 비록 팀장일 뿐이지만, 저와 노 대표와의 관계가 어떠한지 아실 거라 믿어요. 오늘 이 일만 잘 처리하면 다른 건 몰라도 내가 노 대표님 앞에서 몇 마디 해줄게요. 이연 씨가 실험실에서 10년, 8년을 견딘 것보다 절대적으로 나을걸요, 아닌가요?”

오이연은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듯 한참을 망설였고, 이내 결심을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정말로 어떤 조건이든 들어 주시는 건가요?”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매우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강시유는 속으로 약간 웃기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또 아주 진지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다.

"당연하죠, 이연 씨는 뭘 원하죠?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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