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재한테 옷 여러 벌을 사준 후 이태호는 부모님한테 드릴 옷도 샀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자기 옷을 사러 갔다.“이거 괜찮네요. 한번 입어봐요.”신수민은 이태호의 몸매를 살피며 말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옷을 챙긴 후 피팅룸으로 향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고 신수민은 잠시 넋을 잃었다. 잘생긴 얼굴에 옷까지 멋지게 입으니 그야말로 훈남이 따로 없었다.“어때요?”이태호는 아직 어색하기만 했다.신수민은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잘 어울려요. 몇 벌 더 살까 봐요.”“그래요, 자기 말 대로 할게요.”“칫, 방금 제 말을 듣지도 않고 싸웠잖아요! 이영호의 성격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 다음번에 만나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요.”“제가 사과해야 해요? 내 아내를 넘보고 딸까지 들먹였는데 제가 왜 사과해요? 때려죽이지 않은 게 다행이죠!”이태호는 불쾌했지만 어두운 표정의 신수민을 보고 얼른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다음엔 끝까지 참을게요.”세 가족은 쇼핑몰을 나섰다.“오늘 돈 많이 썼네요. 이제 1억 2천 정도 남았겠네요.”이태호의 말에 신수민이 으쓱거렸다.“왜요? 돈 쓰고 나니까 마음이 아파요?”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전혀.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살면서 이렇게 큰돈을 처음 써본 거라.”미친 어르신한테서 받은 카드에 든 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비록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지만 결코 적지는 않았다.“이제 집에 가죠. 부모님이 선물을 받으면 무척 좋아하실 것 같아요.”“벌써 집에 가려고요? 이제 차 사러 가죠? 현금을 들고 다녀봤자 짐밖에 안 되니까 얼른 써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차가 있으면 앞으로 다니기도 편리할 것 아니에요.”“와, 엄마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었어요. 아빠는 돈을 많이 벌었어요. 예이!”신은재가 폴짝폴짝 뛰었다.“그래요. 그럼 차 사러 가요. 앞으로 은재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수 있겠네요.”신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이태호는 어떤 차를 살지 고민이 되었다. 돈도 많으니 적어도 아우디는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돈 좀 있다고 허풍 떨지 말아요. 부모님께서 피땀 흘리며 번 돈을 이렇게 흥청망청 쓰면 어떡해요? 친척들한테도 돌려줘야 할 돈이 있다면서요? 지난번에 태호 씨 부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걸 들었어요.”신수민은 화가 났다.“돈이 있다고 마음대로 쓰면 안 돼요! 은재랑 나, 그리고 부모님한테 사는 건 그렇다 쳐도 빚도 있는 마당에 비싼 차를 왜 사는 거예요?”그녀는 진짜로 화를 냈다.그러나 어차피 그녀가 그의 말을 믿지 않으니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돈 많은 티를 아직 내지 않는 게 좋았다. 이번 기회에 친척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었다. 돈 많은 티를 냈다가 모두 그를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할지도 모른다.“알겠어요. 더 이상 허풍 치지 않을게요. 자기 말에 따를게요.”신수민이 그제야 발길을 멈췄다.“그냥 싸구려 차를 사요. 탈 수 있는 차면 되죠.”“맞아요. 탈 수 있으면 되는 거죠.”이태호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신수민이 현모양처인 건 확실했다. 정희주였다면 분명 비싼 차를 사려고 떼라도 부렸을 것이다.“일단 친척들한테 진 빚을 다 돌려주고 은재 유치원부터 알아봐요. 지금 유치원 학비도 만만치 않은데, 아낄 수 있으면 아껴야죠.”신수민이 쓴웃음을 지었다.세 사람은 차를 산 후 바로 집으로 향했다.“근데 제가 원주 호텔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집으로 향하던 중 이태호가 신수민을 보며 물었다.“집으로 찾아갔었는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원주 호텔에서 하현우랑 정희주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행여 소란을 피우러 간 게 아닐까 하고 찾아간 거죠. 거기서 진짜 소란을 피우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신수민은 이태호를 흘겨봤다.“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좀 자제해요. 전 그냥 가족이랑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다 보상해줄 거니까.”이때, 이태호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오늘 부모님 만나러 가는 거네요.”
“여보, 큰일 났어, 큰일!”마당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태식이 아내의 소리에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야?”연초월의 당황한 표정에 이태식은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다.연초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방금 시장에서 장 보고 있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오늘 정희주와 하현우 결혼식에서 누군가가 소란을 피웠다고 그랬어. 그리고 태수라는 사람이 몇백 명을 이끌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대!”“그러니까 우리 아들이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다고?”이태식은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하씨 집안한테 밉보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연초월이 다급하게 말했다.“태호가 아침부터 나갔어! 방금 급하게 찾아온 여자도 태호가 집에 없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어디론가 갔잖아! 그럼 태호인 게 분명한데, 어떡해?”“그 사람들이 뭐라고 했어? 벌써 오후가 됐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거면 무슨 일이 생긴 걸지도 몰라!”두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우리 아들 어떡해! 진짜 다친 건 아니겠지? 또다시 감옥에 들어가면 그냥 죽어버릴 래!”연초월의 불안함이 극도에 달했다.이때, 자그마한 차량이 집 앞에 멈춰섰다.“누구야?”이태식과 연초월은 어안이 벙벙했다. 곧이어 새 차에서 이태호와 신수민이 모습을 드러냈다.“태호야! 이, 이게 뭐야?”연초월은 이태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이건 어디서 난 차야?”“제가 산 거예요.”“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차를 사?”연초월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게다가 그가 입은 새 옷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원래 좋은 차로 사려고 했는데 수민 씨가 허락하지 않아서 작은 차로 샀어요.”이태호는 옆에 있는 여자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런 아내가 있는 건 행운이었다.“수민 씨?”이태식은 신수민을 자세히 보다가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이분이 널 찾으러 왔던 분이잖아! 치마로 갈아입어서 알아보지 못 할 뻔했네.”“엄마, 아빠,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여긴 제 아내이며, 이 아이는 제 딸이에요.”이태
두 사람은 신수민이 입은 치마를 보고 흠칫 놀랐다. 설마 아들이 돈 많은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인가?“이 사람이 매달 두 분한테 돈을 드렸던 거예요.”이태호가 말했다.“수민이라고 했나? 앉아, 편하게 앉아.”이태식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했다. 연초월은 아들을 끌고 구석으로 향했다. 이태식도 뒤를 따랐다.“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아가씨가 예쁘게 생겼지만 너무 갑작스럽잖아! 한번 갔다가 온 분이셔? 우리는 돈도 없는데 괜찮은 거야?”연초월은 걱정이 앞섰다.이태호는 두 사람한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래? 그러니까 이 아가씨가 신씨 집안의 딸이란 말이야?”이태식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당시 신씨 집안에 있었던 일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신씨 집안의 딸과 잤다는 남자가 이태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몇 년 동안 우리한테 돈을 준 거였어? 대가문의 아가씨가 모든 걸 버리고 네 아이를 낳았으니까 네가 상상도 못 할 고생을 했을 거야. 그러니까 태호 네가 잘해줘야 해! 알겠지?”이태식이 말을 이어갔다.“그래, 이런 여자는 드물어. 너를 몇 년 동안이나 기다렸다는 건 적어도 그 희주보다 천 배 만 배는 나아! 우리를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을 텐데.”이태호가 웃으며 답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우리는 더 이상 가난하지 않으니까.”이윽고 그는 차 트렁크를 열고 쇼핑백을 꺼냈다.“이건 모두 엄마, 아빠를 위해 산 옷들이에요.”“너 왜 이렇게 옷을 많이 샀어? 아내랑 아이한테 사줘야지!”연초월은 아들을 야단치기 바빴다.“다 사줬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이태호는 은재를 보며 말했다.“은재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인사드려.”은재는 아직 낯선 듯 낮은 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아이고, 우리 손녀 귀엽네!”아들이 장가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연초월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이태식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이태호는 신수민을 보며 말했다.“엄마, 아빠한테
“그래, 앞으로 한 가족이지.”연초월은 감동에 북받쳤다.“오늘 며느리랑 손녀가 오는 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준비 안 했어. 지금 가서 맛있는 거 사올게.”이태식도 기쁘긴 마찬가지였다. 신수민은 예쁜 데다가 대가문의 자녀이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괜찮아요, 엄마. 조금 있다가 이사할 거니까 저녁은 외식하죠.”연초월은 아들의 말에 동의했다.“그래, 외식하는 게 낫겠어.”그러나 그녀는 대답하고 나서야 아들의 말을 알아들었다.“뭐? 이사한다고? 어디로 이사하는데?”이태호는 어디선가 커다란 봉지를 꺼내 부모님한테 보여줬다.“이게 다 어디서 난 돈이야?”연초월은 돈뭉치를 보고 깜짝 놀랐다.“오늘 하현우랑 정희주 결혼식에서 소란을 부린 게 너 맞아?”이태식이 물었다.“네, 맞아요.”“진짜? 어디 다친 데 없어?”“엄마, 아빠, 우리가 희주한테 줬던 결혼 예물과 집값을 모두 되돌려 받았어요. 총 2억 6천만 원을 모두 돌려받았어요.”“말도 안 돼. 예전에 네 아빠가 찾으러 갔다가 돈은커녕 도리어 맞고 돌아왔어. 그 집 사람들은 돈을 내놓을 사람들이 아니야!”이에 신수민이 설명했다.“그건 모두 태호 씨 덕분이에요. 태호 씨가 의술로 용씨 집안 어르신의 목숨을 구했거든요. 용씨 어르신이 태호 씨를 대신해 나선 덕분에 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노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기 1억은 엄마, 아빠가 쓰세요. 그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어요.”“아니야,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받아?”연초월은 돈을 도로 돌려줬다.“은재도 이제 유치원 다닐 나이 아니냐? 너희들이 돈이 더 필요하지.”이때, 신수민이 입을 열었다.“몇 년 동안 고생 많으셨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모욕하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받아주세요. 이건 태호 씨가 효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이태호가 신수민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중에 아내랑 멋진 결혼식을 올릴 거예요!”“헛소리하지 마요!”신수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
“그래, 그럼 절반만 받을게. 나머지는 너희들이 써.”연초월이 타협했다.“그래요. 그럼 이 돈으로 큰이모한테 진 빚을 모두 돌려줄게요.”이태호는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날도 어두워지고 있으니까 이제 새집으로 가요.”“그냥 가게? 옷이라도 챙겨야지!”연초월이 다급히 방으로 들어갔다.이태식은 궁금함을 참지 못했다.“셋방이냐? 멀지 않다면 먼저 가, 우리는 나중에 가도 돼.”그는 아들이 낡은 집에 사는 자기들 때문에 셋방을 얻었다고 생각했다.“아빠, 이제 나도 돈 있으니까 저 자전거는 그냥 버려요. 이제 아끼며 살 필요 없으니까 앞으로 즐기며 살아요!”“하하, 그래, 즐기며 사는 거 좋지.”어엿한 어른이 된 아들을 보며 이태식이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노부부는 옷을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수민아, 이건 우리 집에서 대대로 내려온 옥 팔찌야. 줄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받아. 비싼 건 아니지만 우리 마음이니까 받아줘.”연초월이 옥 팔찌를 건네며 말했다.신수민은 웃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고마워요, 어머님. 너무 보기 좋아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그래, 네 마음에 들면 됐다.”이태호는 부모님한테 싹싹한 신수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곧 차는 별장 구역에 멈춰 섰다.“태호야, 여기 맞아? 여기는 부자 동네 아니야?”차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노부부는 걱정이 앞섰다.“여기 별장을 전세 내주는 사람도 있어?”이태식은 꿈꾸는 것만 같았다.이태호는 계속하여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경비가 앞길을 막았다.“안녕하세요. 차량 식별이 불가능한데 여기 사는 주민 맞으세요? 용안 별장 구역엔 아무나 들어갈 수 없습니다.”경비들은 싸구려 차를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여기 사는 사람 맞습니다. 방금 산 차라 아직 등록되어있지 않아요. 문 좀 열어주세요.”이태호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러나 경비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확실해요? 친척 만나러 온 게 아니고 여기 산다고요?”
“하하, 우리가 얕보는 게 아니라 여기 사는 분들을 모두 알고 있거든요. 여기엔 이런 똥차를 타는 사람이 없어요.”“얼른 유턴하고 나가세요.”경비들이 이태호를 다그쳤다.“여기 사는 사람이라고 했어? 참 웃기는 사람이야.”뚱보 경비가 웃으며 말했다.“태호야, 잘못 온 거 같아. 얼른 돌아가자.”연초월이 눈앞에 있는 웅장한 별장들을 보며 말했다.“아니야, 우리 집이 여기 안에 있어.”이태호가 그녀를 안심시켰다.이때, 빼빼 마른 경비가 다가왔다.“그럼 열쇠 보여주세요. 열쇠가 있다면 믿을게요.”“그래요, 열쇠라도 있으면 보여줘요.”띠~이때, 페라리가 뒤에서 경적을 울리며 다가왔다. 그 뒤로 아우디도 따라오고 있었다.이태호는 열쇠를 꺼내 경비한테 보여줬다.“이거 봐요. 이제 믿을 수 있겠죠?”뚱보 경비는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진짜 있는 거야?”마른 경비도 적잖게 놀랐다.“뭐야? 안 가? 안 갈 거면 얼른 비켜!”이때, 화려하게 입은 여성이 페라리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그녀의 옆에는 노란색 머리의 여자가 불만 가득한 눈길로 앞을 보고 있었다.그 뒤에 있던 아우디에선 다름 아닌 하현우, 정희주와 김지영 등이 내렸다. 결혼식이 난장판으로 변한 후 하현우는 줄곧 기분이 나빴다. 하여 친구들과 바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서 연진욱의 사촌 언니를 만났었다. 그녀는 용안 별장의 주민이라 다 같이 별장 구경하러 여기 온 것이다.경비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여기 주민 중에서 이런 똥차를 타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희들이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뚱보 경비가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런데 열쇠가 있잖아요.”“뭐야? 이태호 너였어?”
과거 정희주를 사모하던 연진욱은 항상 이태호를 혐오해 왔었다. 게다가 오늘 그한테 구타까지 당했다. 그는 차에 탄 이태호를 보자마자 바로 화가 치밀었다.“이태호!”하현우도 주먹을 꽉 쥐었다.이태호는 익숙한 사람들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왜? 또 싸우게?”하현우는 당장이라도 그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오늘 이태호의 실력을 확인했으니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달려들 수 없었다.“태호야, 싸우면 안 돼!”연초월도 차에서 내려 이태호를 말렸다.“이놈이 네가 말했던 그놈이야?”화려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눈살을 찌푸린 채 이태호를 쳐다봤다.연진욱은 사촌 누나인 서문옥을 보며 답했다.“맞아요. 저놈이 오늘 현우 결혼식을 망치고 결혼 예물을 모두 빼앗아갔어요!”“혹시 이 사람을 아세요?”두 경비가 서문옥을 보며 물었다.“여기 사는 사람 맞아요? 열쇠는 어떻게 얻은 거죠?”하현우는 경비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어제 출소해서 아무것도 없는 놈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별장을 살 수 있겠어!”정희주도 이태호를 비웃었다.“여기 별장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보통 사람이야? 그 열쇠도 아마 가짜일 거야!”연초월과 이태식은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여기 별장의 열쇠는 특이해서 가짜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저한테 줘요. 제가 확인해볼게요.”뚱보 경비가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 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건넸다.뚱보 경비는 자세히 살펴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진짜 열쇠예요!”서문옥이 바로 반박했다.“열쇠에 번호 있지 않아? 번호가 없으면 가짜야. 진짜라고 해도 훔친 거겠지.”연진욱이 맞장구쳤다.“그래, 어디서 훔친 것일지도 몰라. 여기도 훔치러 온 게 분명해. 여기 있는 컬렉션을 훔쳐도 평생 먹고 살 수 있잖아!”경비는 다시 열쇠를 살폈다.“산중턱에 있는 가장 큰 별장입니다.”서문옥이 웃음을 터뜨렸다.“훔친 게 분명해! 그건 용씨 집안이 산 별장이야! 하지만 용씨 집안이 남부로 이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