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은 잠에 들었다. 이후에 그녀는 어떻게 우문호 곁에서 울다 잠이 들수 있었을까? 생각하다가 우문호의 몸에서 난 소독약 냄새가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준게 아닐까 라고 결론을 내렸다.다음날, 그녀는 오랜만에 단잠으로 원기가 회복된 것 같았다.원경릉이 고개를 들자 우문호의 까만 눈동자가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아침!”“네가 자는 내내 침을 질질 흘려서 내 소매가 이리 더러워졌다.”“엇! 미안해!” 원경릉은 우문호의 소매가 젖은 것을 보고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다. 우문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원경릉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탕양과 서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이 준비해 둔 세숫물로 간단하게 입과 얼굴을 닦고, 머리를 빗은 후,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희상궁과 궁녀가 있었다. 그들은 원경릉을 보고 희상궁이 고개를 숙이며 “왕비님. 태상황님께서 왕비님이 깨시면 병구완을 들러 오라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왕야의 상처를 먼저 치료하고 가도 될까요?”“어의가 치료할 것 입니다.”“하지만……”희상궁이 미소를 지으며“태상황님 말을 그대로 전하자면. ‘그 자식은 안 죽으니, 어의에게 맡기고 빨리 오라’고 하라고 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다시 안으로 들어와 우문호를 보며 말했다. “저는 태상황님 병구완을 하러 가야합니다. 어의가 상처를 치료해줄 때 짜증내지 마시고, 상처에 소독약을 꼭 발라주셔야 합니다.”우문호가 인상을 쓰며 “내가 언제 짜증을 냈다고 그러느냐? 말이 참 많구나! 가보거라!” 라고 소리쳤다. 어휴. 할아버지나 손주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건 마찬가지구나.건곤전에 이르니 제왕과 주명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제왕이 그녀에게 우문호의 상태를 물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제왕에게 대답하며 주명취를 바라보았다. 주명취의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원경릉은 그녀를 무시하고는 희상궁을 따라 건곤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희상궁에게
태상황은 주사를 맞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기에 어쩔 수 없이 약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약을 마시는 얼굴이 마치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일그러졌다. 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약사발을 상선에게 건네주었다. 상선은 비워진 약사발을 받아들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왕비님 건곤전에 계속 계셔주셔야 겠습니다!”상선을 말을 마치고 사발을 들고 나갔다. 원경릉은 미소를 지으며 침대 앞에 섰다. “태황상님 약도 드셨으니, 이제 주사를 맞을 차례입니다.”태상황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지며 원경릉에게 욕을 퍼부으려던 찰라 원경릉이 잽싸게 말을 이어나갔다. “보아하니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으니 화를 가라앉히는 주사를 한대 더 놓아드려야겠네요.”그러자 태상황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도 잠시 금방 또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전에는 손에 바늘을 꽂지 않았느냐? 왜 이번엔 바지를 벗으라고 하는것이야? 너는 수치도 못느끼느냐?”“꼭 엉덩이에 맞아야 하는 주사가 있습니다.” 원경릉이 주사기에 들어간 공기를 빼내며 대답했다. 공기가 다 빠지고 바늘위로 물약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주사를 놓을 준비를 했다. “잘 협조하시면, 제가 살살 놔드릴게요.”태상황은 그녀가 주사를 놓는 것에 협조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살고 싶었다. 그는 원경릉의 주사가 무슨 성분으로 이루어졌고,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묻지도 않았다. 주사를 다 맞은 후 상선이 들어오자 태상황은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밖에 사람이 아직 있는가?”“있습니다.” 상선이 대답했다. 원경릉은 건곤전 앞에서 태상황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제왕 내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태상황이 그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다. 태상황은 눈을 감고 말했다. “그냥 서 있게 냅두어라.”원경릉 앞에 푸바오가 보였다. 푸바오가 약을 잘 먹기는 했지만, 원래 개들이 자가치유 능력이 강해서 상처는 금방 아물어 있었다.“아유 착하지.” 원경릉이 푸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
이 모든 것들이 사전에 계획 된 것이었다. 어린 남나인은 그저 희생양일 뿐, 그의 집에서 찾아낸 은표는 초왕부에서 발행한 것이었고, 원경릉은 태상황을 치료해주다가 누군가에게 고발을 당했다. 만약에 구전단을 찾지 못했다면 그녀는 끝까지 태상황을 해하려고 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었을 것이다.현재 그녀는 깨끗하게 혐의를 벗은걸까? 태상황은 원경릉이 그랬다 할 확실한 증거를 못 찾았을 뿐, 암암리에 이 사건을 뒤쫓고 있고, 초왕부는 여전히 의심을 받고 있다. 태상황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원경릉은 자신도 모르게 태상황의 눈치를 살폈다. 태상황은 엄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원경릉은 푸바오를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태평한 척했다. 그녀는 혹시 태상황이 이상한 낌새를 느낀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자신이 푸바오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안심했다.“이리오거라!” 태상황 소리쳤다. “태상황님 분부하십시오.” 원경릉은 천천히 다가갔다.“아까 무슨 생각을 한 것이냐? 얼굴이 왜 갑자기 창백해졌느냐?” 태상황이 말했다. 원경릉은 상선과 희상궁 쪽을 힐끗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아침 밥을 먹지 않아서 그런지 갑자기 어지러워서 창백해진 것 같습니다.”희상궁이 웃으면서 답했다. “태상황님께서도 아직 드시지 않았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 곧 식사를 하실 수 있을 겁니다.”“희상궁님 감사합니다!” 원경릉이 말했다. 태상황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해독을 한 직 후라 온몸에 기운이 없었다. 그는 원경릉을 노려보던 눈을 거두었다. 아침으로는 다진 고기를 넣은 죽이 준비됐다. 원경릉은 두 그릇이나 먹었다. 죽을 먹고 난 후 원경릉은 정신이 들고 온 몸에 기운이 솟는게 느껴졌다. 먹는 내내 푸바오가 혀를 길게 내밀고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원경릉은 이를 보고 웃으며 희상궁에게 “푸바오도 먹을 수 있게 소금을 넣지 않은 죽을 좀 내어주세요. 사실 태상황님도 소
원경릉은 이런 주명취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아 예. 감사합니다.”“남주(南珠)는 미인에게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한번 보여주시지오.” 주명취가 말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 아직 안에서 태상황님을 모셔야합니다. 지금 보여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주명취의 말이 모두 의심스러웠기에 그녀가 하는 말마다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다. “그건 그렇네요. 태상황님의 상태는 어떠신지요?” 주명취가 말했다. 원경릉은 그녀를 보며 “궁금하시면 제왕비께서 직접 들어와 문안을 드리는게 어떠십니까?” 라고 말했다.주명취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러자 제왕이 한걸음 다가와서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황조부께서 왜 본왕을 만나주시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원경릉은 제왕의 말을 듣고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주명취가 못들어오는거지, 제왕이 못들어갈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원경릉은 사실을 말해 제왕에게 미움을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태상황님은 원래 사람이 바글바글 한 것을 싫어하시니까 그런게 아닐까요.” 라고 웃으며 답했다. “하긴 본왕 생각도 그럽니다.” 제왕은 고개를 돌려 주명취를 바라보았다.“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갑시다. 황조부께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시면 찾아뵙시다.” 밖에서 줄곧 서서 기다리던 제왕은 급 피로감이 느껴졌다.주명취는 분노를 속으로 삼키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태상황은 원래 제왕과 자신을 매우 아꼈는데 이럴수는 없다. 그녀는 이렇게 손도 못써보고 죽을 날만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태상황의 총애를 되찾아야 한다. 만약 그녀가 건곤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원경릉이 태상황 옆에서 주명취의 험담을 해도 막을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신경이 곤두섰다. 주명취는 제왕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건 도리가 아니지요.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하지만 어마마마의 몸도 좋지 않으신데, 돌아가서 어마마마를 돌보는게 어떠십니까?”제왕은 건
원경릉은 태상황이 한 마지막 말을 흘려들었다. 그녀는 절을 하고 남주(南珠)를 들고서는 건곤전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원경릉은 희상궁이 푸바오에게 죽을 먹이고 궁녀를 불러 그릇을 가져가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왕비님 지금 별전으로 돌아가십니까? 그럼 쇤네랑 함께 가시지오.” 희상궁이 말했다. 원경릉은 자신이 가장 힘들 때 도와주었던 희상궁의 얼굴을 보니 문득 고마움 마음이 들었다. 별전으로 향하던 도중 희상궁이 물었다. “황제께서는 왜 왕비님께 남주 두 꿰미를 하사하셨을까요? 이 남주는 매우 귀해서 해마다 류큐에서 서너 줄 밖에 바치지 않는데, 태후마마, 황후마마, 그리고 현비마마에게 드리는게 태반입니다. 왕비께 두 꿰미를 하사하시면 아마 모자를텐데……”“오.” 원경릉은 건성 건성 대답했다. 희상궁이 그녀를 보며 “왕비님 쇤네가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마십시오. 왕비님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현비마마를 왕비 편으로 만드셔야 합니다. 남주 두개 중 하나를 현비마마께 드리는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희상궁의 말을 듣고 원경릉은 속으로 생각했다. “희상궁님 말이 일리가 있네요. 나중에 사람을 시켜 한 꿰미를 현비마마께 드리겠습니다.”희상궁이 웃으며 답했다. “지금 쇤네가 현비마마께 전해드리겠습니다.”“그럼 희상궁님 부탁드립니다.” 원경릉은 남주 한 줄을 꺼내 희상궁에게 건네었다. “제가 항상 현비마마를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도 꼭 전해주십시오.” 원경릉이 말을 덧붙였다. “좋습니다! 왕비님 그럼 먼저 별전으로 돌아가십시오.” 희상궁은 남주 한줄을 받아 들고는 몸을 돌렸다. “예.” 희상궁이 몇 발자국 가더니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불렀다. “왕비님!”“왜 그러십니까?”희상궁은 망설이는 눈빛으로 “혼자 찾아가실 수 있죠? 별전 가는길을 아시나 해서……” 라고 조심스럽게 원경릉에게 물었다. “알고 있습니다.”원경릉은 미소를 지었다.희상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던길로 돌아갔다. “희상궁님!” 이번엔 원경릉이 그녀를
“아니 이건 부황께서 하사하신겁니다.” 원경릉이 답했다.원경릉은 남주을 받은 것만 말하고 차용증서에 관한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부황께서 하사하셨다고?” 우문호는 의아해했다.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침묵하다 희상궁 일이 떠올라 고개를 들었다. “왕야께서는 저를 믿으십니까?”“그건 왜 묻는거냐”“그저 하나만 묻겠습니다. 저를 믿으십니까?”우문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를 믿냐고? 아니 전혀. 비록 원경릉이 다친 자신을 치료했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그녀를 믿을 수 없었다.“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저를 믿고 제 편이 되어주십시오.” 원경릉은 그를 보고 말했다.“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무슨 짓을 한것이냐?”우문호는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경릉은 우문호의 눈빛에서 불신을 느꼈다. 그녀도 우문호가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왜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은 다 제가 했다고 하는거죠?” 라고 말했다. 우문호는 몹시 초조해 하며 “왜 자꾸 본왕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야!”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돌렸다. “주명취가 줄곧 일을 벌이고 있어요.”그녀의 입에서 주명취가 나오자 우문호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입 다물어라! 너는 주명취라는 이름을 언급할 자격이 없어!”별전 안이 조용해졌다. 그 둘의 눈빛이 잠시 교차하는 순간, 원경릉은 우문호의 흔들리는 눈빛을 발견했다. 원경릉은 속상하고 분한 감정이 들었다. “예. 맞아요. 저는 자격이 없죠!” 그녀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어젯밤, 원경릉은 우문호에게 처음으로 따듯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그와 나눈 짧은 대화에서 잠시나마 이 남자를 믿어볼까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우문호에게 원경릉은 주명취 발톱만도 못한 존재였던 것이다.원경릉은 한 손에 남주를 들고 무턱대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는 정처없이 걸었다. 이 별전은 어서방(御書殿)에
우문두의 말에 원경릉은 웃음이 났다. “왕야, 소인이 부황과 다시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장담하긴 이릅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저랑 먼저 약속을 하시지오.”손왕(孙王)이 말했다.“왕야께서는 이미 수라상을 많이 드셨지 않습니까.”“왕비는 모릅니다. 부황께 따로 요리사가 있습니다. 설마 먹고도 맛의 차이를 못느끼셨다는 겁니까?” 손왕은 고개를 저으며 아쉽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깝다! 아까워!” 손왕은 매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왕비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어요! 그런 태도로 음식을 대하는 것은 죄입니다!”그는 손에 들린 닭다리는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닭다리든 부황의 수라상이든 모두 짐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는 할말을 마친 표정으로 닭다리를 마저 뜯었다. 원경릉은 그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음식에 참 진심이구나’하고 흐뭇해했다. 손왕을 보아하니 딱히 일이 있어보이지도 않았고, 그녀도 정처없이 걷던 상태였기에 그녀는 손왕과 몇 마디 더 주고받기로 결정했다.“왕야, 근데 왜 풀숲 속에 숨어서 드십니까?” 그녀가 손왕에게 물었다. “본왕이 몰래 닭다리를 먹고 있는 것을 다른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요.” “몰래?” 원경릉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닭다리를 몰래 먹는걸까?“본왕은 살을 빼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닭다리를 하나 다 먹었다. 그는 먹고 남은 닭뼈를 호숫가에 던졌다. 그는 손을 슥슥 닦더니 원경릉을 보며 손을 흔들고는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유유히 걸어갔다.살 뺀다면서 몰래 먹는건 뭐람? 원경릉은 명원제의 아들들 중에 정상인 아들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었다. 그녀는 호숫가에 서서 심호흡을 몇번 했다. 손왕과 대화를 하고 나니 화난 감정도 약간 가라앉았다. 사실 화낼 필요가 있었나? 우문호는 주명취가 좋은 사람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상태고, 또 그 둘은 죽마고우로 만약 원경릉이 없었다면 결혼까지 했을
“현비마마를 뵈옵니다!” 제왕과 주명취가 와서 안부를 물었다. “예의는 생략하고 어서 앉으세요!” 현비는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앚자 주명취가 현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듣자하니 현모비께서 두통이 있으시다고 하던데, 어의는 보셨습니까?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현비는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이렇게 효심이 깊은 여인이 우문호의 짝이 되지 못하다니.’“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머리가 좀 아픈 것 뿐입니다. 익숙해졌습니다.” 현비가 답했다. “현모비님 건강을 잘 살피셔야합니다.” 주명취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나 현모비에게 다가갔다. “제가 문질러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현비의 관자놀이를 능숙하게 주물렀다. 현비는 크게 한숨을 쉬고는 “기술이 좋으십니다. 노집사보다 훨씬 실력이 좋으십니다.”그러더니 제왕을 바라보며 “제왕은 이리 좋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니 얼마나 복이 있습니까.”현비는 안타까운 마음을 애써 숨기며 말했다.제왕은 몹시 자랑스러운 얼굴로 주명취를 한번 쳐다보며 “현모비께서 말씀한 것이 맞습니다.” 라고 하였다. 주명취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황송하옵니다. 왕야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지오. 제가 현모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이 말을 들은 제왕은 군말없이 자리를 떴다. 왕이 밖으로 나가자 주명취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현모비님. 몸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가 항시 여기에서 보살펴 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인이 참 걱정이 되옵니다.”이 말을 들은 현비는 주명취의 손을 잡고 손등을 다독였다. “다섯째는 정말 복이 없구나. 자네 같은 여인을 아내로 삼지도 못하고, 이제와서 이렇게 말하기도 뭐하지만…… 참 안타깝네.”“초왕께서는 잘지내십니다. 요 근래 황제께서 초왕비를 굉장히 아끼십니다. 황제께서 초왕비에게 남주(南珠) 두 꿰미를 하사하셨습니다. 그 중에 한 꿰미를 마마께 드린다고 하니 효심이 지극하지 않습니까.”현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제가 그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