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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4화

우문두의 말에 원경릉은 웃음이 났다.

“왕야, 소인이 부황과 다시 함께 식사를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장담하긴 이릅니다. 혹시 모르니까 일단 저랑 먼저 약속을 하시지오.”손왕(孙王)이 말했다.

“왕야께서는 이미 수라상을 많이 드셨지 않습니까.”

“왕비는 모릅니다. 부황께 따로 요리사가 있습니다. 설마 먹고도 맛의 차이를 못느끼셨다는 겁니까?” 손왕은 고개를 저으며 아쉽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원경릉은 고개를 저었다.

“아깝다! 아까워!” 손왕은 매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왕비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어요! 그런 태도로 음식을 대하는 것은 죄입니다!”그는 손에 들린 닭다리는 보며 한숨을 쉬었다.

“닭다리든 부황의 수라상이든 모두 짐심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는 할말을 마친 표정으로 닭다리를 마저 뜯었다.

원경릉은 그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며 ‘음식에 참 진심이구나’하고 흐뭇해했다.

손왕을 보아하니 딱히 일이 있어보이지도 않았고, 그녀도 정처없이 걷던 상태였기에 그녀는 손왕과 몇 마디 더 주고받기로 결정했다.

“왕야, 근데 왜 풀숲 속에 숨어서 드십니까?” 그녀가 손왕에게 물었다.

“본왕이 몰래 닭다리를 먹고 있는 것을 다른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요.”

“몰래?” 원경릉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닭다리를 몰래 먹는걸까?

“본왕은 살을 빼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닭다리를 하나 다 먹었다. 그는 먹고 남은 닭뼈를 호숫가에 던졌다. 그는 손을 슥슥 닦더니 원경릉을 보며 손을 흔들고는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유유히 걸어갔다.

살 뺀다면서 몰래 먹는건 뭐람? 원경릉은 명원제의 아들들 중에 정상인 아들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었다.

그녀는 호숫가에 서서 심호흡을 몇번 했다. 손왕과 대화를 하고 나니 화난 감정도 약간 가라앉았다.

사실 화낼 필요가 있었나? 우문호는 주명취가 좋은 사람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상태고, 또 그 둘은 죽마고우로 만약 원경릉이 없었다면 결혼까지 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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