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범의 뒤에 앉아있던 박시율이 도범을 불렀다.“잠깐만, 차 좀 세워봐.”“왜 그래, 자기야.”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범이 차를 세우곤 물었다.“내가 듣기론 장건도 실력이 뛰어나다고 했거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왜 당신이랑 싸우지 않고 사과를 한 거야? 그리고 하 매니저한테 당신은 성 도련님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당신 도대체 무슨 신분을 지닌 거야?”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범이 웃었다.“전에 장건이랑 겨뤄본 적이 있었는데 남자답더라고, 팔씨름에서 져서 손가락 하나 잘라냈어. 자기 실력이 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안 거지, 그래서 성 도련님도 자연스럽게 나를 무서워하게 된 거고...” 말을 하던 도범이 잠시 머뭇거리다 설명했다.“성 씨 집안의 제1고수도 내 상대가 안 되니까 성 도련님께서도 나를 무서워하게 된 거지, 내 실력이 대단하다는 거 자기도 알잖아.”“팔씨름?”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범이 이런 방법으로 다른 이와 실력을 겨룰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응, 장건이 나한테 져서 나는 자리를 떴는데 정말 자기 손가락을 잘랐더라고. 그래서 오늘 하 매니저를 살려준 거야, 장건 체면을 봐서.”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정말 대단해!”박시율이 잘생긴 도범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그런데 장건 정말 남자답다, 못난 주인을 만난 게 조금 아쉬워. 성경일은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야, 예전에는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번에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 집을 뜯으려고 하는 거 보고 정말 짐승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거 알게 됐어.”“이제 자기가 훌륭한 남편을 만났다는 거 알겠지?”도범이 웃으며 박시율의 입술을 바라봤다.“자기야, 우리 아이 하나 더 낳을까? 5년 전에는 나도 술에 취해서 잘 기억이 안 나, 그냥 자기가 적극적이었다는 것밖에 모르겠어.”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네, 그 자식 싸움을 꽤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사람도 적어서 상대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장승우가 하소연하기 시작했다.“홍 씨 어른, 그 자식 어르신 체면은 전혀 봐주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홍 씨 어른의 사람이라고 말을 했는데 홍 씨 어른이 뭐 얼마냐 대단하냐는 말을 했습니다.”“감히 나를 얕잡아 봤다 이거지?”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무시를 당한 홍 씨 어른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용신당은 조직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했다. 우두머리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그들 같은 조직은 평소 가문들 사이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굳이 상대방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다. “상대방이 일류나 이류 가문의 사람은 아니겠지?”“가문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놈 금방 부대에서 돌아온 군인입니다. 아무튼 건방지고 다른 사람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놈입니다.”홍 씨 어른은 구체적인 상황은 묻기 귀찮았다, 그저 홍 씨 어른이 뭐 얼마냐 대단하냐는 말을 듣자마자 상대방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사람 얼마 필요해? 춘식이를 붙여주면 되겠지?”“50명 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하지만 장승우는 곧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아닙니다, 50명은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놈 실력이 꽤 있는 놈이라서 적어도 200명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장도 챙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200명?”장승우의 말을 들은 홍 씨 어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그는 상대방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일 줄은 몰랐다.“네, 부대에서 5년 동안 있으면서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합니다. 물론 한 100명 정도만 있어도 될 것 같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200명을 데리고 가려고 하는 겁니다.”“그래, 그럼.”홍 씨 어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남자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춘식아, 네가 사람들 데리고 연장 챙겨서 가,
“이렇게 늦었는데 두 사람 안 돌아온 걸 보면 붙잡힌 거 아닐까요? 용 씨 집안에게 배상을 하려면 5500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겁니다, 정말 경호원을 때렸다고 해도 그 경호원은 용 씨 집안의 경호원이니까요.”박해일도 한마디 거들었다.“설, 설마요.”박해일의 말을 들은 서정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주위를 서성였다.“용 씨 집안의 경호원은 보통 경호원이랑 다르잖아요, 평범한 경호원 몇 명을 때렸다면 5500만 원으로 합의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용 씨 집안은 말하기 힘들다고요. 지금 시율이도 안 돌아온 걸 보면 두 사람 같이 붙잡힌 건 아니겠지? 정말 그렇다면 돈을 가지고 와서 두 사람을 데리고 가라고 하면 어떡하지?”박영호가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자신의 딸을 걱정했다.“정말 돈을 가지고 가서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면 우리 딸밖에 못 데려오는 거지, 도범은 사고를 치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절대 돈을 써가면서 데려오지 않을 거야!”나봉희가 화가 나서 말했다.“사돈,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도범 그래도 수아 아버지잖아요. 그리고 사돈이 가지고 있는 1억 6천만 원 우리 도범이 목숨으로 바꿔온 거잖아요, 그런 돈을 고민하지 않고 사돈에게 줬는데 못 본 척하면 안되죠.”서정은 용 씨 집안에서 화가 나 도범을 죽여버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 나봉희에게 애원했다.“다 자업자득 아닌가요? 신애 아가씨가 한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일 줄도 모르고, 못 들어오게 하면 집으로 돌아왔으면 되었잖아요. 돈 생각에 미친 게 분명해요, 용 씨 집안을 함부로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거기다가 자기를 막은 경호원까지 때리고.”장소연이 팔짱을 끼곤 말했다.“그래,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딱 맞구나.”나봉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그것도 전부 당신들이 도범을 그렇게 만든 거예요.”서정이 울먹이며 말했다.“사돈이 도범에게 기어코 돈을 벌러 가라고 한 거잖아요, 어르신 칠순잔치 때 20억을 내놓아야 박 씨 집안의 사위로 인정하겠다는
서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도범은 그때 서정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박 씨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기로 하고 가짜 결혼을 해 박이성을 대신해 전장으로 나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당시 서정은 병상에 누워있었기에 이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퇴원할 때가 되어서야 의사가 보여준 도범이 남긴 편지를 보고 상황을 파악했다.5년 동안 그녀도 늘 걱정을 달고 살아야 했다, 행여나 도범이 정말 전장에서 목숨을 잃어버렸을까 늘 노심초사했다.많은 이들은 도범이 죽었을 거라고 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범과 관련된 그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랬기에 서정은 도범이 살아서 돌아오기를 마음속으로 묵묵히 기도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그때, 전기스쿠터의 소리와 함께 도범과 박시율이 드디어 돌아왔다.“도범, 두 사람 괜찮은 거야? 너 용 씨 집안의 경호원을 때렸다며, 정말이야?”서정이 다급하게 도범에게 다가가 물었다.“네, 그렇긴 한데 걱정 마세요. 아무 일도 없으니까.”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저거 봐, 지 입으로 인정하는 거. 용 씨 집안의 경호원을 때렸는데 아무 일도 없을 리가 있겠어?”나봉희가 도범의 말을 듣더니 문 앞에 정리된 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물건 여기에 다 있으니까 어서 이 집에서 나가, 우리 집까지 말려들게 하지 말고!”“그러니까, 도범, 너 이미 박 씨 집안을 5년 동안이나 힘들게 했잖아. 알아서 떠나, 용 씨 집안에서 그런 짓을 저질렀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건 불가능해.”장소연도 도범을 얕잡아보며 말했다.“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그리고 시율 언니가 어머니한테 5500만 원을 달라고 한 거 당신을 살리기 위한 거죠, 다행히 어머니께서 똑똑하게 그 돈을 주지 않았지, 아니면 돈 낭비만 할 뻔했잖아요.”도범은 기고만장한 장소연의 모습을 보곤 냉랭하게 웃었다.“왜 시율이가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 알 것 같네, 바깥사람 주제
“따로 별장까지 마련해 줬다고요? 그 경호원들이랑 같이 지내는 게 아니라? 경호원들이 사는 숙소가 따로 있잖아요.”박해일이 물었다, 이 결과는 그들의 예상과는 아예 달랐다.“용 씨 집안의 경호원들을 때리긴 했는데 그냥 다들 쓰레기던데요, 다들 제 상대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제 실력을 보더니 한 달에 40억을 받을만하다고 했다고요. 용 씨 집안의 주인도 그 경호원들을 보낸 건 제 실력을 가늠해 보기 위한 거라고 했어요, 제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기 위한 거였대요. 그리고 저는 무사히 그 시험을 넘겼고요.”도범이 헛기침을 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 박시율은 거짓말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도범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정, 정말 그냥 너를 시험해 보기 위한 거였단 말이야? 내일 계속 출근을 하라고도 했고?”도범의 말을 들은 나봉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 당연하죠, 이런 일로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못 믿겠으면 내일 도범을 따라가보면 되죠.”박시율이 나봉희를 보며 말했다.“그럼 너는 왜 나한테 5500만 원을 달라고 한 거야? 네가 갑자기 그렇게 많은 돈을 달라고 하니 나는 당연히 네가 그 돈을 가지고 사람을 살리러 갔다고 생각한 거지, 내가 내 눈으로 도범이 경호원을 때린 걸 봤잖니.”나봉희는 방금 전의 화난 얼굴을 지우고 웃으며 말했다.“도범, 용 씨 집안의 주인께서도 당신 실력을 인정해 줬다는 말이에요?”박해일이 도범을 보며 물었다.그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이 기대를 담은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 용 씨 집안은 중주의 갑부였기 때문이었다.“그럼, 내 실력이 워낙 대단하잖아.”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다행이다, 나는 네가 이렇게 늦었는데도 안 오길래 붙잡힌 줄 알았어.”서정은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장모님, 그런데 왜 저를 미행한 거예요? 저 출근하는데 같이 오고 싶은 거였으면 저한테 말씀하셨으면 되었잖아요.”도범이 나봉희를 보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돈을 안 받는다니? 좋게 생각하지 마!”나봉희가 도범의 말을 듣더니 그를 흘겨봤다.“네가 한 번에 60억을 내놓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런 거지, 박이성을 때렸으니 배상금 20억은 무조건 내놓아야 하는 거고, 어르신 칠순잔치 때에도 20억을 내놓아야 하잖니. 40억은 어떻게 해서든 내놓아야 박 씨 집안에서 너를 받아줄 거야, 거기다가 네가 용 씨 집안의 경호원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다들 네 실력을 인정해 줄 거고 너를 박 씨 집안에서 쫓아내려고 하지 않을 거야!”“그럼 나머지 20억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도범이 물었다.“네 첫 월급은 내가 말한 대로 두 사람한테 주고 두 번째 월급을 받은 뒤에 나한테 주면 되지. 내 딸 저렇게 예쁜데 그냥 줄 수는 없어, 20억으로는 모자라, 40억을 줘야 해.”나봉희가 웃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나도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쨌든 수아는 너랑 시율이 딸이니 네가 월급을 받은 뒤에 나에게 40억을 준다면 너를 내 사위로 인정해 주마. 다른 도련님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시율이만 좋다면 된 거지, 나도 두 사람 허락해줄게.”도범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는 나봉희가 드디어 자신을 위해 생각해주는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어머니,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돈을 더 달라고 하는 게 어디 있어요? 그것도 그렇게나 많이 달라고 하다니요?”박시율은 자신의 어머니가 점점 더 돈을 밝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네가 뭘 알아? 5년 동안 내가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돈이 최고라는 거지. 돈이 있어야 마음이 든든한 법이야, 돈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너를 비웃지 못하는 거고. 예전에는 그래도 친구들이 나랑 같이 쇼핑을 하고 그랬는데 5년 전에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로는 어느 하나 연락하는 사람이 없다, 내가 찾아가도 다들 피하기 급급하고! 그러니 40억을 달라고 하는 것도 지나친 건 아니지, 너 중주의 제1미녀야, 그런데 내가 40억을 달라고 하는 게 뭐 어때서, 왕 도련님께서는 10
전에 박시율이 밥을 먹으러 가야 한다면 5500만 원을 달라고 했던 것이 다시 생각난 나봉희가 물었다.“어머니, 말도 마세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저 오늘 처음으로 6성급 호텔에 가봤잖아요, 이게 다 구매팀의 주임 최소희 때문이에요.”박시율이 한숨을 쉬며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나봉희에게 얘기해 줬다.“그 여자 보통 여자가 아니구나, 네가 부장이 된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부러 너를 난감하게 한 거야! 이번에는 잘했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거야, 이번에 직원들에게 밥을 사줬으니 앞으로 다들 너한테 잘 맞춰줄 거다!”나봉희가 자신의 딸을 대신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그런데 5500만 원은 어디에서 난 거야? 네 몸에는 1500여만 원밖에 없잖아.”“도범이 4억을 꺼내와서 먹을 수 있었어요.”박시율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뭐? 4억이 더 있었다는 말이야, 그럼 6억의 상여금이 있었다는 거잖아! 그 많은 돈을 다 쓴 건 아니겠지? 돈은? 다른 돈은?”박시율의 말을 들은 나봉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1억 정도 쓰고 나머지는 남았어요.”하지만 박시율이 곧 고개를 숙이고 다시 말했다.“나머지 돈은 한 불쌍한 여자한테 줬어요. 아버지께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그 여자를 도와주기 위해서 그냥 줬어요.”“그냥 줬다고?”그 말을 들은 나봉희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많은 돈을 그냥 줬다고? 나 화나서 죽어버리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어머니, 뭐 어때서요, 우리 지금 돈이 모자란 것도 아니잖아요. 어머님한테 아직 1억 6000만 원 정도 있기도 하고 도범이랑 제가 일자리를 찾았으니 한 두 달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박시율은 나봉희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했다, 그녀는 거짓말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 많은 돈을 그냥 주다니, 한 2000만 원만 줬어도 됐잖아, 나한테는 1억 6000만 원밖에 안 주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 많은 돈을 주다니, 너희들이
나봉희는 화가 났지만 이미 돈은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기에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방으로 돌아갔다.서정은 그저 도범이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충분했기에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돌아갔다.“가자, 자기야, 몸에 술 냄새 나니까 우리 같이 씻을까?”도범이 박시율의 몸매를 보며 말했다. 어슴푸레한 빛에 비친 박시율은 유난히 더 예뻤다.도범은 의지가 완강한 사람이긴 했지만 어쨌든 스물이 넘는 젊은이였다, 또 박시율은 그의 여자였기에 5년 동안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은 그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이거 봐라, 조금 웃어줬다고 막 기어오르려고 하네. 우리 감정 없이 시작한 사이니까 지금 내 몸에 손댈 생각은 하지도 마, 나한테 자기라고 부르라고 한 것도 다 수아를 봐서 그런 거니까!”박시율이 도범을 흘겨보며 말했다.그 말을 들은 도범이 웃었다.“나 그냥 같이 씻자고 한 거지 자기한테 손을 대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자기 이상한 생각하지 마, 나 그런 사람 아니야.”장진과 양진 등 구대전신이 이 말을 들었다면 놀랄 것이 분명했다. 전쟁터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냉혈한 장군님인 사부가 여자 앞에서 이런 말을 하다니.“무슨 소리 하는 거야, 누가 이상한 생각을 했다고 그래!”박시율이 얼굴을 붉히며 방으로 들어갔다.“내가 먼저 씻을 거니까 내가 다 씻은 뒤에 씻어, 내 허락 없이 침대에 올라올 생각은 하지도 마, 알았어?”“알았어, 자기야, 자기 말대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도범이 군대식 경례를 하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박시율이 웃었다.박시율이 들어간 뒤에도 도범은 여전히 멍청하게 제자리에 서서 방금 전 박시율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한참이 지나 샤워를 마친 도범이 방으로 돌아오니 박시율과 수아는 이미 잠들어있었다.하얀 박시율의 다리와 뽀얀 얼굴을 보니 도범은 심장이 두근거렸다.조심스럽게 무릎을 꿇고 앉은 그는 박시율 몰래 그녀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자신의 이불로 가 누웠다.하지만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