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군은 씩 웃으며 뒤에 있는 몇몇 사람에게 눈짓을 했다. 고일석, 고이석, 고삼석은 한 걸음 나서며 주성훈 일행을 막으려는 듯 했다.조민군은 목을 돌리고 손목을 꺾으며 위협적으로 말했다.“좋아요. 당신이 그렇게 저와 싸우고 싶다면 제가 제대로 가르쳐 주죠. 진정한 강자가 무엇인지 보여 줄게요!”말을 마친 조민군은 다시 삼총사에게 말했다. “잠시 그들을 붙잡고 있어. 난 도범이랑 단둘이 싸울 거야. 물론 이건 대결이 아니야, 제대로 된 수업이지.”이윽고 조민군의 손에서 금빛이 번쩍이며, 다섯 자 길이의 긴 막대기가 나타났다. 이 긴 막대기는 금빛을 발했고, 막대 위에는 여러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상징들이 새겨져 있었다.도범은 이 막대기를 보고 속으로 조금 놀랐다. 조민군이 막대기를 사용한다니, 외모로 봤을 때 전혀 힘을 쓰는 무사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막대기를 사용하는 무사는 힘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가 많고, 그들이 연마하는 공법이나 무기도 힘을 중심으로 한다.조민군은 막대기를 앞으로 휘둘러, 바닥에 반달 모양의 흔적을 남겼다. “제가 연마한 무기는 지리산 봉법, 중급 현급의 무기이죠. 따라서 여러 해 동안 나를 이기는 적수는 없었어요. 오늘 제가 이 무기로 당신을 사람으로 만들어 드리죠!”도범은 조민군이 최소한 상급 현급의 무기를 연마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필경 도범이가 이전에 마주쳤던 소문혁도 중급 현급의 무기를 연마했었다. 조민군은 긴 막대기를 들어 올리자, 그 위에서 금색 광채가 물결처럼 흘렀다. 그리고는 고함을 지르며 도범을 향해 돌진했다.조민군은 금색 광채를 담은 긴 막대기를 높이 들어 도범을 향해 내리쳤다. 이 한 방에는 산과 강의 거대한 기세가 담겨 있었다. 조민군의 상대가 주성훈 일행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지리산 봉법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주성훈은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정말 엄청난 힘이네요. 저라도 이기기 어렵겠어요!”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긴 막대기가 이미 도범의 앞으로 다가왔
도범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리고는 급히 물러서며 조민군과의 거리를 벌렸다. 조민군은 근접 공격을 주로 하는 무사였고, 도범은 장거리에서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무사이다. 즉, 조민군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면 도범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이윽고 도범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며, 공중에 떠 있는 열 개의 검은색 단검은 도범의 조종 아래 다시금 조민군의 긴 막대기를 가격했다.펑-단검과 막대기가 충돌하며, 금색과 회색 빛이 다시 한번 격돌했다. 이번에 도범은 여섯 자루의 회색 단검으로 조민군과 동등하게 맞섰다.“헉!”분노한 조민군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고 얼굴이 빨개졌다. 이번에는 분명히 자극받은 듯 보였다. 조민군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며, 그는 이를 악물고 도범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긴 막대기를 휘둘러 다시 공격했다.펑, 펑, 펑-눈앞의 검은색 단검들이 몇 초 사이에 막대기와 수십 번 충돌했다.매번 충돌할 때마다 검은색 단검은 항상 막대기와 동등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조민군은 점점 더 조급해지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조민군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모두 놀라움에 눈을 크게 뜨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주성훈이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지천아, 나 좀 꼬집어 줘.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도범 씨의 실력이 조민군과 맞먹는 다니, 수십 합을 겨루어도 도범이 조민군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게, 이거 진짜야? 꿈은 아니지?”이 말을 하는 주성훈의 눈동자도 미세하게 떨렸고, 오지천도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보니 우리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네.”도범은 조민군과 계속 거리를 유지했다. 그의 앞에는 열 자루의 검은색 단검이 방어막처럼 있었다. 조민군은 필사적으로 이 방어막을 뚫으려 했지만, 열 자루의 검은색 단검이 만든 거미줄 같은 망은 점성이 매우 강했다.그리고 조민군의 손에 들린 1.5m되는 긴 막대기는 거미줄에 걸린 작은 벌레처럼 보였다. 검은색 단검들의 협공 속에서, 막대
조민군은 오른손으로 1.5m되는 긴 막대기를 꽉 쥐었고, 손바닥에서 많은 진원들이 솟아나 막대기에 주입되었다. 그러자 막대기 위의 상징들이 번쩍이며, 그 빛은 막대기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흘렀다.조민군은 분노의 포효를 내지르며 연속해서 오른손으로 법진을 찍었다.“으르렁.”인간답지 않은 포효가 조민군의 몸속에서 터져 나왔다. 이윽고 조민군의 전신에서 옅은 금색 빛이 방출되기 시작했다. 이 빛은 반딧불처럼 그의 몸에서 퍼져 나와 천천히 조민군 뒤로 모였다.한순간, 거대한 고릴라 같은 요수가 금색 빛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 거대한 금색 고릴라는 날카로운 이빨과 두 눈을 지녔는데, 그 눈은 금색 전구처럼 밝게 빛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릴라는 사나운 눈빛으로 도범을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도범을 삼킬 것처럼 보였다. 조민군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조민군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이 무기는 지리산 봉법을 숙련한 후에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죠. 동급에서는 적수를 찾기 어렵고, 이 무기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이제 도범 씨가 다음 희생자가 되겠네요!”말을 마친 조민군은 흉포한 얼굴을 하고 도범에게 돌진했다. 조민군 뒤에 있던 고릴라도 포효를 내지르며 같이 돌진했다. 금색 빛으로 형성된 이 거대한 고릴라가 도범에게 돌진하는 순간, 조민군의 손에 들린 긴 막대기와 서서히 합쳐 지기 시작했다. 지리산 봉법은 그제서야 가장 강력한 상태가 되었다.한편, 이 광경을 목격한 이들은 숨이 멎을 듯 놀랐다. 이러한 기세는 그들 모두를 압도할 만큼 강력했다.주성훈 등 사람들은 자신이 도범의 처지였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생각을 마친 그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들이 도범의 위치에 있었다면 이 무기에 분명 패배했을 것이고, 아마도 한 방에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만약 도범이가 이 무기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몇몇은 정말로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성훈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오지천을 비롯한 몇몇 이들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느끼고 곧바로 뒷걸음질 쳤다. 그들은 동시에 몸속의 진원을 돌려 충격파의 에너지를 막아 섰다. 한편, 주성훈은 눈썹을 찌푸리며 앞쪽의 보호 강원이 딱딱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이 소리에 주성훈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단지 무기의 여파만으로 보호 강원이 깨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다행히 이 여파는 길지 않아, 잠깐의 충격 후 주변으로 흩어졌다.“아아.”한탄하는 소리가 주위의 정적을 깼다. 이윽고 에너지 충격의 정중앙에서 뒤로 물러나는 한 그림자를 볼 수 있었고, 그 뒤를 이어 회갈색 단검이 따랐다.이 검은색 단검은 놀라울 정도로 속도가 빨랐고 보는 이들이 착각할 정도로 추격하는 도중 갑자기 사라졌다가 순식간에 다시 나타났다.그러나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조민군의 가슴 앞이었다. 이를 본 조민군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긴 막대기를 들어 방어하려고 했지만, 도범이 조종 아래 검은색 단검은 능숙하게 막대기의 방어를 피했다.쉬익-검은색 단검은 위치를 틀어 조민군의 복부에 꽂혔다. 조민군은 마치 수천 마리의 독이 자신의 몸을 부식 시키는 듯 복부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이게 뭐죠!”조민군이 크게 외쳤다.지금 조민군은 놀라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가장 강력한 한 방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검은색 단검을 맞설 수 없었다. 이 단검은 손바닥만큼의 길이에 불과했다. 조민군의 손에 든 긴 막대기와 비교하면 턱없이 작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모든 무기를 동원해도 여전히 그 단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게다가 가장 비참한 것은, 이 단검이 조민군의 몸에 박힌 후, 조민군의 몸 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었다.조민군은 바닥에 세게 떨어지면서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그의 비명 소리가 계속해서 차가운 공기를 뚫고 퍼져 나갔다. 조민군은 본능적으로 단검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이 칼날에 닿을 때마다 고통이 배가 되는 것을 느꼈다. 조민군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칼을 뽑을 용기조차 내지
호선해는 하마터면 자신의 혀를 깨물 뻔했다. 그는 자신의 추측을 부정했다. ‘불가능해. 선천 초기의 어린애가 어떻게 천급 무기를 익힐 수 있을까.’그들 종문 중 천재로 꼽히는 선배도 천급 무기를 익히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경지의 문제였다. 천급 무술은 마치 대학 수업과 같아서, 초등학교 학력만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도리였다. 하지만 도범에겐 그런 장애물이 없었다. 도범에게는 대가가 남긴 기억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한 장로가 손수 가르치는 것보다 수천 배는 나은 일이었다. 호선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도범 씨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해낸 거지? 누가 나에게 설명 좀 해줘!”호선해는 이 상황이 너무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무거워졌다. 한편, 오지천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 도범이 어떤 면에서든 매우 뛰어나게 행동하는 것을 봐왔었다. 그러나 이젠 도범을 단지 뛰어난 사람이라고만 표현할 수 없다.도범, 이 사람은 괴물이었다. 오직 괴물만이 선천 초기에 최소한 지급 무기를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고일석 형제 셋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 순간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났다. 그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도범은 마치 악마 같았다. 물론 조민군은 그들 셋이 힘을 합친 것보다 강하지는 않았지만, 일대일로 싸워 조민군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들 중에 없었다. 그런데 조민군이 도범에게 패배를 당하다니.고일석 형제 셋은 자신들이 연합해도 도범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무서워졌다. 본래는 고양이와 쥐 놀이일 줄 알았는데, 그들이 잡은 것은 쥐가 아니라 사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일석과 고이석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형들이 겁에 질린 모습을 본 고삼석도 급히 후퇴했다. 이윽고 도범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 형제 셋을 노려보며 말했다. “제가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요? 당신들
고일석은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지며 몸을 떨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장검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그것은 진원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고일석 자신의 공포 때문이었다.그런 고일석을 보며 힘도 미치지 못하는 동생들, 고이석과 고삼석은 형을 방패 삼아 슬그머니 몸을 숨겼다.거만하게 굴던 세 형제는 이제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도범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 나온 괴물처럼, 언제든 그들의 목숨을 앗아갈 듯 무섭게 보였다.고일석은 긴장해서 침을 꿀꺽 삼키고는 더욱더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장검을 꽉 쥐었다. 칼날 끝에서는 윙윙 소리가 울렸다. 그러다 고일석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 셋이 일대일로 당신과 싸운다면 도범 씨에게 질 수도 있겠지만 연합해서 함께 싸운다면 도범 씨는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그러자 도범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검은색 단검을 앞으로 던졌다. 이윽고 검은색 단검이 다시 공중에 떠올랐고, 검은 빛은 연기처럼 어스름한 회갈색 안개가 되어 단검 주위를 감쌌다. 그것은 마치 늪지에서 피어오르는 독기처럼 보였다.도범은 차갑게 고일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다른 사람이 저를 위협하는 걸 제일 싫어합니다. 고일석 씨가 지금 저를 그런 식으로 위협한다면, 저도 당연히 제 힘을 보여드려야겠죠.”말을 마친 도범은 옆에 있던 주성훈과 오지천을 향해 눈짓했다. “두 분이서 고이석 씨와 고삼석 씨를 막으세요. 고일석 씨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그 말이 끝나자마자, 공중에 떠 있던 검은색 단검이 다시 검은 빛을 발했다. 그 빛은 마치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는 거대한 입처럼 보였다. 이 말은 그들 셋에게 사형 선고와 같았다. 그러나 극한까지 몰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도범의 말에 담긴 경멸이 오히려 고일석에게 마지막 용기를 불러일으켰는지는 누구도 모른다. 고일석은 아까 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이를 악물고 외쳤다.“당신이 아무리 저를 공격해도 저 혼자 죽는 일은 없을 겁니다.”이윽고 고일석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손
후아-그 순간, 두 장검이 하늘에서 충돌하며 큰 소리를 냈다.회갈색 장검이 고일석의 장검과 충돌한 후, 장검 위에 떠 있던 50여 개의 해골들은 마치 불에 타는 종이 조각처럼 순식간에 활활 타올랐다.한순간에 50여 개의 해골은 모두 타버려 꺼졌고, 고일석의 장검 위의 빛도 순간적으로 희미 해졌다.고일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무기가 왜 이렇게 약한 건데!”물론 고일석은 애초부터 도범과 맞서 싸울 생각은 없었다. 단지 시간 좀 끌다가 검을 버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자신의 무기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한숨도 버티지 못하고 재가 되어 버리다니.도범은 차갑게 비웃었다. 도범이가 수련한 무기는 최소 천급인 참멸현공이다. 영혼 속성의 무기로 영혼을 직접 공격하는 특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상대의 영혼을 억제한다. 그리고 때마침 고일석의 무기도 바로 영혼력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어서, 도범의 기술에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따라서 고일석은 도범의 상대가 안되며, 고일석의 무기도 도범의 무기를 견디지 못한다.쉬익-장검이 고일석의 무기를 부수고 그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 고일석은 새하얗게 질린 채 급히 뒷걸음 쳤지만 이미 늦었다. 검은 순식간에 고일석을 보호하던 강원을 종이처럼 찢어 버렸다. 도범의 무기 앞에선 강원도 소용 없었다.찌르르-장검은 무자비하게 고일석의 가슴을 찔렀고, 찔린 곳은 심장이었다. 그러나 검은 영혼을 직접 찌르는 에너지로 응집되어 있어 고일석의 육체는 다치지 않았지만, 영혼은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고일석은 영혼의 고통에 온몸이 떨리며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펑-이윽고 고일석은 거센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두 눈은 죽음을 거부하는 듯 크게 떴지만, 호흡은 이미 멈춰 있었다. 그야말로 죽음 그 자체였다.도범이 싸움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일석은 죽었다. 일행도 조민군과의 대결에서 도범이가 이겼다는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두 사람은 절박한 눈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이건 너무나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두 사람보다 훨씬 강한 고일석이 한 수도 견디지 못하고 패배하다니.그리고 도범은 아직 선천 초기단계 밖에 안되는 무사이다.도대체 인간이 맞나? 마치 괴물 같았다.이러한 충격에 그들은 저항할 의지마저 잃어버렸다. 무릎을 꿇는 것이 부끄러운 일인지조차 모르고 말이다.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존엄이란 도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고이석은 도범 앞에서 세 번이나 고개를 깊이 숙였다. 고이석의 행동은 도범이가 마치 고이석의 18대 선조인양, 이마가 부을 정도로 힘껏 땅을 찍었다.“제발 용서해 주세요. 저희는 정말로 여러분들을 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우리를 이끈 것은 그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하찮은 부하일 뿐, 아무것도 모릅니다. 명령만 따랐을 뿐입니다.”애원하는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고삼석도 머리를 조아리며 함께 애원했다.“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저희가 어리고 무지했던 걸 감안해 주세요.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절대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나가면 이곳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바로 만시종으로 돌아갈 것이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그들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머리를 땅에 더 찧었다. 그러자 주성훈은 비웃으며 그들을 비꼬았다.“당신들이 그러고도 정말 4품 종문의 제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무력하게 무릎을 꿇다니, 남자는 일생 동안 하늘과 땅, 부모님과 스승님 앞에서만 무릎을 꿇어야 하는데, 당신들은 그냥 꿇어버리는군요. 전혀 남자 답지 않아요.”그러자 고이석은 고개를 들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주성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런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게 좋겠네요. 생명 앞에서 남자다움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만약 주성훈 씨가 제 입장이라면, 당신도 저와 똑같이 할 겁니다.”이 말을 들은 주성훈은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지만, 순간 패배한 수탉처럼 온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