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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첫 잔은 도범이 나라를 위해 싸워 온 것을 위하여, 두 번째 잔은 그와 박시율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 두 가지 모두 도범이 거절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또한 상대방은 연장자이기도 하니 도범이 이를 함부로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도범은 미소를 유지한 채 한 잔 또 한 잔 술잔을 비워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도범도 예기치 못했던 건 세 잔 정도 함께 마시고 그 연장자가 자리를 떠난 지 채 일 분이 안 되어 또 다른 남자가 술잔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었다.

도범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

평소에는 자신을 보는 척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주동적으로 술을 권하러 다가오다니. 명백히 누군가가 자신을 취하게 만들려고 꾸며낸 속셈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시답잖은 속셈으로는 도범을 당해낼 수 없었다.

5년간 전쟁터에서 생활하면서 그의 신체는 이미 극한으로 단련되어 있었다. 우연한 기회로 남들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갖고 있는 자신을 이곳 사람들이 술로 이기려 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연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술을 권했고 그때마다 도범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상대했다. 그는 능청스럽게 인사말을 건네고는 주는 족족 통쾌하게 술잔을 비워나갔다.

그가 와인을 여덟 잔 정도 연거푸 비워내자 곁에 있던 박시율은 몹시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범이 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기며 물었다.

“적당히 마셔도 돼. 아니면 거절하지 그랬어. 그렇게 급하게 많이 마시다가 취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박시율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일깨워주었다.

순간 도범은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박시율이 이토록 자신을 관심해 주고 걱정해 줄 거라고 생각지 못했었다.

이렇게 좋은 와이프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체면을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었기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나 술 주량이 센 편이니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리고 당신도 보았다시피 술을 권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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