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본 강세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추워요?”“아니요.”송연아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그에게 한 글자도 더 말하기 싫은 듯했다.강세헌은 싸늘한 그녀의 말투에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더 헤아려주고 보듬어주기로 했다.그녀는 아이를 잃고 산후조리 중인 데다가 강세헌이 건물 아래로 밀쳐버렸으니 그를 미워해도 이해됐다. 충분히 원망할 짓을 했으니까.강세헌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그는 다른 쪽 차 문을 열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갤러리 전시장에 도착한 후 기사가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가져왔다.강세헌도 차에서 내려 송연아를 안고 휠체어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그녀의 다리에 얇은 담요도 덮어주었다.송연아는 고개 들어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고훈은 장소 선택이 참 탁월했다. 용운시 옛 성문은 나라의 보호를 받는 고대 건축물이라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여기 서서 봐도 역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강세헌이 휠체어를 밀면서 그녀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문 앞엔 수많은 차들이 세워졌다.오늘 고훈은 적잖은 사람들을 초대했다.전시장에 들어선 후 송연아는 벽에 걸린 그림을 보더니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고훈이 왜 갤러리 전시회를 열었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전에 그녀는 청양시에서 화실을 열었는데 나중에 고훈이 전부 폐쇄해버렸고 흔적조차 말끔히 지웠다. 목적은 바로 강세헌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그 안에는 그녀의 그림이 엄청 많았다.이번에 갤러리 전시회를 주최한 의도가 강세헌을 엿 먹이기 위해서인가?송연아는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마음대로 하라지 뭐. 세헌 씨가 이 일로 나랑 이혼해주면 오히려 잘된 일이잖아.’“강 대표.”고훈은 그들을 보자 하던 얘기를 마치고 재빨리 이쪽으로 걸어왔다.“너도 왔어? 나 너한테 초대장 안 보낸 것 같은데?”그의 전시회는 강세헌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최한 것이다.강세헌이 무조건 올 거란 보장이 있었다.하여 고훈은 일부러 이렇게
고훈은 그에게 대놓고 자랑질하며 도발했다!송연아는 이상하게 마음이 찔렸다.그녀도 대체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알 수 없었다.오늘 고훈이 초대한 사람들은 전부 상류층 인사들이라 장내가 매우 화려했다!다만 보통 갤러리 전시회는 유명한 화가들만 열 수 있다.듣도 보도 못한 작은 인물이 그린 그림을 대체 누가 감상할까? 심지어 거액을 들여 그림을 사는 건 더 말할 가치도 없다.전시회장의 그림들은 전부 서명이 되어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에게 질의하듯이 물었다.“고훈 씨, 이 그림들 다 어디서 구했어요? 왜 서명도 없죠?”고훈이 웃으며 답했다.“다들 조급해하지 말아요. 잠시 후에 이 그림들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여러분께 알려드릴게요.”“저희를 실망시키지 말아요. 그림은 참 괜찮지만 화가의 서명이 없어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네요.”고훈이 웃으며 답했다.“가치가 있을지 없을지는...”그의 시선이 강세헌에게 쏠렸다.강세헌은 아예 그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벽에 걸린 그림만 지켜봤다.예술은 모르지만 이 그림들은 감상할만했다.마치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하객들이 다 도착하자 고훈이 무대 위에 올라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오늘 전시회를 압도할 그림은 두 폭입니다. 한 폭은 경매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마음에 드신다면 얼마든지 경매해도 돼요. 두 번째 그림은 오늘 전시회의 보물급 명화이니 감상할 순 있지만 판매는 사절입니다.”“잔말 말고 빨리 보여주기나 해요!”누군가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고훈은 직접 빨간 천을 내렸다.곧이어 사람들 눈앞에 명화가 나타났고 유명 화가 K의 서명도 있었다.다들 명화를 감상하기 시작했다.한 소녀의 초상화였는데 창가 쪽에 곧게 서 있는 소녀는 흰 가면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발목까지 드리워진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배가 살짝 불러나온 걸 보아 임산부의 초상화가 틀림없었다.미인의 얼굴이 보일 듯 말 듯 드리워지고 또렷한 눈매에 모성애가 저절로 차 넘쳤는데 마치 저 하늘의 별빛처럼 반짝거렸다.
강세헌과 가격 다툼을 벌이게 할 사람을 구했다!고훈은 반드시 강세헌한테서 크게 한턱 받아내야 한다!같은 남자로서 그는 누구보다 강세헌을 잘 이해한다.강세헌이 송연아에게 감정이 있든 없든 절대 제 아내의 그림이 외부에 새어나가는 걸 지켜볼 자가 아니다. 강세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송연아는 딴 남자의 아이를 가졌으니 이 그림으로 그에게 망신을 주면 된다. 송연아는 딴 남자를 만났었고 임신까지 했었다! 강세헌에게 이보다 더한 치욕은 없을 것이다!‘분명 이 그림을 사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지!’고훈이 제멋대로 예측했다.장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전시회장에 온 사람들이 부자인 건 맞지만 다들 무작정 돈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그림 한 폭이 이유 없이 수백억에 팔리다니, 다들 마냥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강세헌은 비즈니스 업계에서 칼같이 단호하고 단 한 번도 손해 본 적이 없다.그런 그가 지금 수백억을 들여 한 폭의 그림을 사려 하다니, 사람들은 그 그림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강세헌은 고훈의 꼼수를 훤히 꿰뚫었지만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가격은 그에게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이 그림이 그에게 주는 큰 의미였다.강세헌의 아이가 한때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걸 뜻하니까.그는 곧바로 가격을 외쳤다.“1000억.”장내에 탄식이 울려 퍼졌다.이는 거의 모든 이의 예상을 초월했다. 660억도 가치가 없다고 느꼈으니 말이다.그의 말을 들은 송연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고개 돌려 강세헌을 쳐다봤다.“이 그림, 그만한 가치가 없는 그림이에요.”강세헌이 입술을 앙다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 상대에게 달려있다.강세헌에게 이 그림은 값을 매길 수 없다.그는 돈에 인색하는 자가 아니다!고훈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도 슬슬 이해할 수 없었다.강세헌이 이 그림을 살 거란 보장은 있지만 그의 예측 가격은 800억 좌우였다.하여 미리 불러온 사람에게도 60억만 더 올려 강세헌에게 여지를 주라고 했
아니나 다를까 고훈은 이 일을 감쪽같이 잊고 있었다. 그때 그림을 다 그린 후 그는 송연아에게 주겠다고 약속했었다.“우리 저쪽 가서 얘기할까요?”고훈은 송연아가 그와 같은 편일 거라고 여겼다.송연아는 강세헌에게 밀려 건물에서 떨어졌고 다리도 깁스하고 있으니 분명 그를 원망할 것이다.지금 강세헌에게 거액을 갈취했으니 송연아는 누구보다 기뻐해야 한다.“그냥 여기서 하시죠.”송연아도 강세헌이 돈을 뜯기는 건 아무 의견이 없다.다만 고훈이 지금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이 돈은 그녀도 한 몫 받아야 한다.전에는 돈의 중요성을 전혀 몰랐지만 이젠 수입도 없고 아이와 부모까지 책임져야 하니 돈 쓸 곳이 너무 많다.그녀는 아이와 부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훈도 그녀의 의도를 알아채고 강세헌 앞에서 대놓고 돈 계산을 했다.“3대7로 나누는 건 어때요?”그는 강세헌에게 너무 많은 돈을 손해 봤고 이 전시회도 강세헌을 위해 기획했다.하여 그가 좀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송연아는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 고훈의 입에서 3대7이라는 말이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다.그녀는 단지 고훈한테서 조금이라도 돈을 받아 한혜숙에게 보낼 생각이었다. 엄마랑 찬이가 적어도 먹고 지내는 데에는 지장이 없어야 하니까.“만족스럽지 못해요?”그녀가 아무 말 없자 고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내가 너무 많이 욕심냈나?’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송연아가 말했다.“만족해요.”그녀의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뒤에 서서 뜻밖의 기색을 드러냈다.‘두 사람 지금 날 호구로 아는 거야? 아직 돈도 안 줬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어? 심지어 내 앞에서 대놓고 이렇게?’다만 송연아가 일부를 챙겨간다는 사실에 강세헌은 내심 흐뭇했다.‘내가 돈을 쓴 보람이 있네.’“아직 한 작품이 더 남았는데 어때 강 대표? 더 볼 의향 있어?”고훈이 실실 쪼개며 물었다.강세헌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송연아의 휠체어를 밀면서 다
그녀는 피아노와 무용, 의술까지 섭렵하고 있는데 그림도 그린다는 말인가?강세헌은 살짝 믿어지지 않았다.그도 그럴 것이 송연아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고 또 분야마다 정점을 찍는다.보통 한 사람이 한 두 가지 재능을 지녀도 아주 대단하다.고훈은 강세헌이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니 저도 몰래 기분이 들떴다.‘내가 알고 있는 걸 너는 모르네?’고훈은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듣기로 누군가를 좋아해야만 그 사람의 초상화를 그릴 수 있다던데 강 대표는 어떻게 생각해? 이 그림을 그려준 사람, 날 좋아하는 게 맞지?”송연아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고훈 씨가 강제로 날 그리게 했잖아요. 난 고훈 씨 안 좋아한다고요...”그녀는 문득 하던 말을 멈췄다.‘나 지금 변명하고 있어? 아니야, 지금은 세헌 씨가 날 미워해야 해. 그래서 나랑 이혼해야 한다고.’그녀는 의도치 않게 말을 바꿨다.“비록 고훈 씨가 강요했지만 나도 이 그림 그려주고 싶었어요.”그녀는 자신이 고훈을 좋아하는 걸 인정한 거나 다름없다.비록 가식적이지만 듣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고훈은 흠칫 놀라더니 기쁜 내색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강세헌을 쳐다보며 기고만장하게 웃었다.“강 대표 지금 배신당한 거야? 아하하...”이전까진 강세헌도 다 참을 수 있지만 고훈의 그 한마디에 제대로 울화가 치밀었다.송연아를 배려하고 싶었지만 좀 전의 그녀의 말에 분노가 차올랐다.제멋대로 굴 수도 있고, 강세헌을 미워하고 원망할 수도 있지만 다른 남자에게 호감을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강세헌의 마지노선은 송연아가 딴 남자랑 썸 타거나 혹은 딴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다.그는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내색하지 않았다.‘고훈, 너 절대 가만 안 둬. 자꾸 도발하지? 내가 잠자코 있으니 진짜 바보로 보여?!’강세헌은 송연아의 휠체어를 밀면서 밖으로 나갔다.“강 대표, 이대로 가려고? 더 구경하지 그래?”고훈이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해댔다.강세
강세헌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연아 씨보다 더 아파요.”그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강세헌은 자상하게 그녀의 눈가에 맺힌 뜨거운 눈물을 닦아주었다.“나랑 결혼한 이상 연아 씨는 내 사람이에요. 우린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평생 아내의 본분을 지켜야 해요.”예전의 강세헌은 인연 따위 안중에도 없었고 전혀 믿지 않았다.하지만 이젠 송연아가 옆에 있으니 부부의 연을 믿게 됐다.그날 신혼 첫날밤, 비록 그녀를 보러 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그 밤에 부부가 되었고 관계도 맺었었다!하늘이 정해준 운명인 듯싶었다!송연아가 눈물을 훌쩍거렸다.만약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강의건과 한 약속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강세헌이 자신을 좋아하든 아니든, 그녀에게 잘해주든 아니든, 이 혼약은 끝까지 지켰을 것이다.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그녀는 아이를 한 명 낳았고 이 아이는 강세헌의 애가 아니다.이 사실을 강세헌이 안다면, 그의 성격상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가히 상상도 되지 않는다!그녀에게 이혼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각자의 삶에 충실히 하는 것이야말로 서로에게 다 좋은 결말이다.“알다시피 난 순결한 여자가 아니에요. 이런 내가 치욕스럽지도 않나요?”송연아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강세헌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대답했다.“아니요, 전혀.”송연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세헌 씨답지 않게 왜 이래? 늘 고고하던 세헌 씨가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그녀에게 남자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강세헌의 혐오에 찬 눈빛이 아직도 그녀 눈앞에 아른거렸다.“머리가 잘못됐어요?”‘그게 아니면 어떻게 이런 허튼소리를 내뱉지?’“나 아주 멀쩡해요.”강세헌이 그녀를 쳐다보며 경고장을 날렸다.“앞으론 고훈 멀리해요. 전에 그 자식한테 진짜 마음이 흔들렸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연아 씨는 내 사람이에요. 딴 남자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요.”강세헌은 이번 생에 가장 비겁한 말을 내뱉었다.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고 아무 말이 없었다
“진짜 용건이 있단 말이야. 나 지금 속 터져 죽을 것 같아.”심재경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강세헌은 잠시 고민하다가 허락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심재경은 감히 앞으로 다가오진 못하고 문 앞에 서서 송연아를 바라봤다.“연아야, 이슬이가 날 떠난 이유가 정말 딴 남자가 생겨서야?”송연아도 물어본 적 없고 안이슬도 말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건 잘 몰라요.”심재경은 그녀가 자신을 속이는 것 같았다.송연아와 안이슬은 줄곧 연락하며 지냈는데 어떻게 안이슬의 근황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나 너한테 잘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왜 날 숨겨?”송연아가 말했다.“진짜 숨긴 거 없어요.”심재경은 여전히 안 믿으며 문에 기댄 채 스르륵 바닥에 주저앉았다.송연아는 그런 심재경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그는 누구보다 밝은 사람인데 왜 이토록 침울해진 걸까? 송연아는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심재경은 참 좋은 사람이고 그녀에게도 너무 잘해줬다.전에 안이슬과 함께 있을 때 이슬에게도 한없이 자상하고 다정했다.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다른 여자들을 일절 거절하며 안이슬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주었다.사실 송연아도 안이슬이 왜 갑자기 그를 떠났는지 궁금했다.말하지 못할 그녀만의 이유가 있겠지.다만 어떤 이유든 딴 남자랑 눈 맞아서 심재경을 떠났다는 건 송연아도 믿을 수 없다.아마 안이슬에게 말하기 힘든 비밀이 있을 듯싶었다.그래서 말없이 심재경을 떠난 거고... 송연아는 이렇게 생각했다.“이슬이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심재경은 두 다리 사이에 머리를 파묻었다.송연아는 그를 위로하고 싶지만 어떤 말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지 몰랐다.어쩌면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줄 말 같은 건 없는 듯싶었다.힘든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 따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그 고통과 절망감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참지 말고 다 토해내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예요.”심재경이 어깨를 두어 번 떨더니 저
하지만 강세헌이 그녀의 말을 들을 리가 있을까.그는 걸어가서 그녀의 침대 가장자리에 앉더니 곧바로 누웠다.송연아는 할 수 없이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내줘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몸이 그에게 눌렸을 것이다.“침대가 너무 작아서 두 사람이 같이 누워서 잘 수 없어요.”송연아는 속삭였다.강세헌은 몸을 돌려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그녀의 품에 묻었다.“부부는 한 침대에서 자야 해요.”송연아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의 몸은 긴장해서 빳빳해졌고 감히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강세헌이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피부가 밀착되어 그녀의 몸은 불에 구워지는 것처럼 붉고 뜨거웠다. 숨결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귀 뒤쪽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시켜 그녀는 매우 긴장되었다.점점 목이 말라가는 그녀는 속삭였다.“이제 그만 놓아주겠어요?”강세헌은 그녀의 목덜미에 대고 중얼거렸다.“안돼요.”말을 마치고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송연아는 생각했다.‘잠든 건가?’하지만 그녀는 잠들 수가 없었다.침대의 크기가 작아서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이어서 눈을 뜨고 천장을 응시하며 거듭 자신을 정신적으로 진정시켰다.그리고 서서히 나아지기 시작했다.그녀가 잠들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모른다.그러나 그녀가 잠이 들었을 때 강세헌이 눈을 떴다. 그의 눈은 방금 깨어난 것 같은 흐릿한 상태가 전혀 없이 맑고 밝았다.잠을 자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그의 속눈썹은 굵고 길었다. 그는 송연아가 잠든 틈을 타서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고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입가의 미소가 번졌다.이 여자는 아마 잠들었을 때만 이렇게 고분고분하고 그의 손길에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다음 날 아침, 그녀가 깨어났을 때 강세헌은 그 자리에 없었다.그녀는 강세헌이 언제 떠났는지 몰랐다.강세헌이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오히려 안도했다.그녀가 일어나려고 할 때 오은화는 음식을 가져다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