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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4 화

“당신이 훔친 건데 반지는 왜 서정원 씨 가방 안에 있었죠?”

손윤서는 서둘러 선을 그으며 질문했다.

“사실 반지를 손에 넣은 뒤 퇴근한 후에 몰래 가져갈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손윤서 씨가 이렇게 빨리 반지가 사라진 걸 발견할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경호원을 시켜 반지를 찾길래 혹시나 들킬까 봐 겁나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반지를 서정원 씨 가방 안에 숨겼어요.”

직원은 안색이 창백했다.

“제발 절 용서해 주세요. 정말 고의는 아니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수술할 돈이 급히 필요했어요. 그래서 잠깐 나쁜 마음을 먹었어요.”

“누가 당신한테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죠?”

서정원은 미간을 좁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한 사람은 없어요. 제가 훔친 거예요.”

직원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두려운 듯 손윤서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손윤서는 계속 시간을 끌면 일을 망치게 될까 봐 입술을 짓씹었다.

“됐어요. 반지도 찾았으니 효심이 갸륵한 걸 봐서 책임을 묻지는 않을게요.”

“감사합니다, 손윤서 씨. 감사합니다.”

직원은 고개를 조아리면서 손윤서에게 사과했다.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요? 조금 전에 제가 반지를 훔쳤다고 확신할 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서정원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지를 찾았으니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거죠. 그러니 이 일은 그만하죠.”

손윤서가 서정원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자 손혁수는 지팡이를 짚고 손윤서의 어깨를 토닥였다.

손윤서는 다급히 손을 휘저으며 서장더러 직원을 데려가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기 반지를 챙기고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다.

“잠깐만요.”

서정원은 긴 다리를 내뻗으며 손윤서의 길을 막았다.

‘그냥 이렇게 가려고? 날 완전히 무시하네!’

하지만 서정원은 아무에게나 괴롭힘당할 사람이 아니었다.

“뭐 하는 거예요?”

손윤서는 경계하듯 서정원을 바라봤다.

서정원은 웃으면서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

“손윤서 씨, 설마 그냥 이렇게 갈 생각은 아니죠? 조금 전에 제가 반지를 훔쳤다고 누명을 씌우고 저를 경찰서까지 데려가겠다고 했잖아요.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저한테 사과해야 하지 않나요?”

“당신!”

손윤서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촌뜨기 서정원에게 사과하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서정원 씨에게 사과해.”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최성운의 목소리였다.

최성운의 강렬한 기세에 손윤서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더니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서정원 씨. 조금 전에는 제가 오해했어요.”

서정원은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요.”

서정원은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며 목청을 높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

“미안해요!”

그 말을 마친 뒤 손윤서는 더는 참을 수 없는지 돌아섰다.

산전수전 다 겪어봤던 손혁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서정원에게 말했다.

“서정원 씨, 정말 미안해요. 조금 전 일은 오해였어요. 그렇다고 윤서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니 부디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해요.”

서정원은 싱긋 웃었다.

“부디 다음번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철저히 조사하셨으면 해요.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서정원의 말에 손혁수는 무안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서정원 씨, 손은 괜찮아요? 사람을 시켜 병원으로 데려다줄까요?”

“괜찮아요. 피곤해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오늘 저녁 겪은 일 때문에 서정원은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하품을 한 번 하더니 가방을 들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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