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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5 화

호텔에서 나온 뒤 택시를 타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더니 별안간 소낙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재수가 없다고?’

서정원은 울고 싶었다. 그녀는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커다란 빗방울이 하늘에서 내려와 서정원의 몸에 떨어졌다. 서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서정원이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정확히 그녀의 옆에 멈춰 섰다.

최성운의 차였다.

차 문이 열리고 최성운의 수려한 얼굴이 서정원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간결하게 두 글자를 내뱉었다.

“타요.”

서정원은 살짝 당황했다.

최성운은 왜 나온 걸까? 왜 파티를 즐기지 않은 걸까?

서정원이 넋을 놓고 있자 최성운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안 탈 거예요?”

“고마워요.”

조수석에 앉은 서정원은 저번에 있었던 멋쩍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안전벨트를 했다.

최성운은 티 나지 않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마디마디 분명한 큰 손이 핸들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의 옆에 앉은 여자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잘 재단된 빨간 드레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여실히 드러냈다.

조금 전 비를 맞아서인지 드레스가 몸에 달라붙어 섹시해 보였다.

“어디 가요?”

서정원은 창밖을 바라봤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최성운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보았다.

“병원이요.”

병원?

“병원에는 왜요?”

서정원은 당황했고 최성운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손이 너무 빨간데요.”

최성운은 서정원을 데리고 병원에 가볼 생각인 듯했다.

서정원은 웃었다.

“괜찮아요. 알레르기일 뿐인데요.”

최성운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 굳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방법을 쓴 거죠?”

“그렇지 않으면요? 다른 사람들이 제게 도둑이라고 모함하도록 놔둘까요?”

서정원은 몸을 살짝 비틀었다.

“다른 방법을 써도 됐잖아요.”

최성운은 차갑게 말했다.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나요?”

서정원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조금 전 그 상황에서 손윤서는 그녀를 모함하려고 안간힘을 썼고 모든 증거가 그녀에게 불리했다.

알레르기라는 방법을 쓴다면 그녀가 반지에 손을 댄 적이 없다는 걸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정원은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최성운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잖아요.”

‘그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서정원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어쨌든 고마워요.”

사실 최성운이 그녀의 인성을 믿어준 것만으로도 서정원은 조금 고마웠다.

최성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서정원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태연하고 침착하면서 똑똑했다.

그의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최성운은 고집스레 서정원을 병원까지 데려다줬다. 검사를 마친 의사는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연고를 처방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서정원과 최성운은 방으로 들어갔다.

“난 샤워하러 갈게요.”

최성운은 긴 다리를 내뻗으면서 욕실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내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서정원은 소파에 앉아 의사가 조금 전 처방해 준 연고를 손가락에 세심히 발랐다.

알레르기라서 그런지 간지러웠다.

연고를 바른 뒤 서정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실수로 남자의 턱에 머리를 찧었다.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아팠다. 고개를 들어 보니 최성운이 어느샌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서정원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 언제 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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