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자기 몸을 훑어보며 말했었다. “우리 몸무게를 합하면 150kg은 거의 될 텐데, 준이를 낙타로 만들 셈이야?”‘나쁜 자식. 송가람이 나보다 가벼우면 얼마나 더 가볍다고. 너희는 준이를 낙타로 안 만들 수 있나 보지?’송가람은 당연히 강한서의 대답에 기쁜 기색을 내비쳤다. 특히 한현진의 어두워진 얼굴을 확인하더니 송가람의 얼굴은 더 밝아졌다. 한현진은 준이를 만진 적도 없다고 생각하니 송가람은 어떻게든 이 말을 길들여 강한서 앞에서 자기가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한서 오빠. 한 번 해보게 해줘요. 사람을 가리는 준이가 전 만지게 해줬다는 건 우리가 인연이라는 뜻이에요. 저도 이렇게 예쁜 말을 본지 너무 오래됐어요. 한 번 시도는 하게 해줘요.”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가람 언니, 말 위에서 떨어지는 건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고집부릴 일이 아니에요.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제가 집에 돌아가서 아주머니께 뭐라고 말씀드리겠어요?”송가람은 한현진이 강한서 앞에서 지고 싶지 않아 그런 얘기를 꺼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녀는 한현진의 충고는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말을 길들이면서 다치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현진 씨, 현진 씨가 준이를 순종시킬 수 없다고 저도 못하는 건 아니에요.”그녀는 말하더니 다시 강한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서 오빠, 하게 해줘요. 딱 한 번만요. 만약 준이가 올라타지도 못하게 하면 그만둘게요.”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요. 보호 장비 잘 착용하고 조심해요. 안 될 것 같으면 바로 내려오고요.”송가람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그녀가 나긋하게 대답했다. “네.”그러더니 그녀는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현진 씨, 다른 말을 골라서 시합해 볼래요?”한현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몸이 좀 안 좋아서요. 다음에요.”한현진이 창피해서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확신한 송가람이 태연하게 미소 지으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강한서가 한현진을 훑어보더니 냉소 지었다. “입김을 불면 낫는다니, 한현진 씨 입김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돼요?”“네.”한현진이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전엔 계속 저더러 여왕님이라고 했잖아요. 여왕님이 불어준 입김인데 당연히 만병통치약 아니겠어요?”강한서는 어이가 없었다. “헛소리하지 말아요. 제가 그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했을 리가 없잖아요.”한현진이 혀를 찼다. “고작 그게 뭐라고요. 강한서 씨가 저에게 했던 느끼한 멘트는 이것보다도 더 오글거렸어요.”강한서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한 번 얘기해 봐요. 제가 무슨 오글거리를 멘트를 했었는지.”“너무 많죠. 예를 들면 네가 없으며 어떻게 살아, 평생 너만 사랑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특히 그 뭐냐...”강한서가 말끝을 흐린 한현진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뭐라고요?’한현진이 강한서의 귓가에 다가가려고 하자 그가 손을 뻗어 한현진을 막았다. “거기 서서 얘기해요.”한현진이 말했다. “여기서 얘기하긴 좀 그런데.”강한서가 물병을 열며 덤덤하게 말했다. “여기서 못 할 얘기가 뭐가 있어요? 말해요.”한현진이 입을 삐죽였다. “특히 섹X할 때면 절 ‘자기’라고 부르길 좋아했어요. 제가 말랑하고 맛있다면서, 제 위에서 죽어도 좋다고...”“풉—켁켁—”막 물을 마시던 강한서가 입안에 있던 물 절반을 뿜어냈다. 남은 물 절반에 사레가 들려 얼굴과 목이 다 새빨갛게 변했다. 한현진이 다가가 걱정스레 강한서의 등을 토닥이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제가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라고 했는데도 굳이 말하라고 했잖아요. 절 기억하지도 못하니 강한서 씨 기억엔 본인이 아직도 총각 같을 테니, 이런 주제가 한서 씨에겐 얼마나 자극적으로 들리겠어요.”강한서는 귀가 빨개질 정도로 기침을 해댔다. 그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함께 밀려와 한현진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 “한현진 씨는 정말, 켁켁... 저속하네요.”한현진은 마음속으로 희
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기쁜 마음에 송가람은 다시 준이를 채찍질했다. 그러나 이번엔 어찌 된 일인지 준이는 갑자기 날뛰더니 승마장을 마음대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준이는 앞 다리와 뒷다리를 번갈아 높이 차며 송가람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쉴 틈 없이 들썩거리는 바람에 송가람은 하마터면 말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녀는 더 이상 멋있는 척할 겨를도 없이 준이의 목을 꽉 끌어안고 소리 높여 강한서의 이름을 불렀다. 강한서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바로 그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한현진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네 몸 아직 다 안 나았어.”강한서의 얼굴이 잔뜩 굳어있었다. “떨어지면 가람 씨는 죽을 지도 몰라요.”한현진의 심장이 찌릿 아파졌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 “송가람이 다칠까 봐 그렇게 걱정돼?”강한서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람 씨가 절 살렸어요.”한현진이 눈을 감았다. “그래. 그 빚, 내가 대신 갚아줄게.”그녀는 말하며 강한서를 승마장 밖으로 밀어버리더니 이를 악물고 얘기했다. “네가 들어오기만 하면, 난 송가람 상관 안 할 거야.”할을 마친 한현진은 휙 다른 말에 올라탔다. 강한서의 가슴이 꽉 조여왔다. 그가 버럭 소리 질렀다. “내려와요!”한현진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말의 배를 꽉 잡은 채 몸을 낮춰 송가람 쪽으로 달려갔다. 송가람은 이미 준이 때문에 눈앞이 어지러운 지경이었다. 오직 생존 본능만으로 그녀는 준이의 목을 죽을힘을 다해 꽉 안고 있었다. 어느 한순간, 한현진은 정말이지 그대로 뒤돌아 나가고 싶었다. 송가람에 대한 원망이 가짜는 아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강한서를 숨기고, 이런 모습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녀는 마치 도둑처럼 한현진 것이었어야 했을 인생을 훔친 것으로도 부족해 심지어 그녀의 연인마저 훔쳐 갔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했던 어두운 모습이 점차 머리를 쳐들었지만 결국은 이성이 악마의 유혹을 물리쳤다. 한현진이 휘파람을 불자 그 소리를 들은 준이가 바
송가람이 말에서 떨어진 뒤 강한서와 한현진도 얼마 되지 않아 멈춰 섰다. 한현진은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강한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송가람에게로 향했다. 한현진은 고삐를 꽉 움켜쥐고 말에서 내렸다. 송가람은 손에 찰과상을 입었고 다른 데는 다친 곳이 없었다. 아무래도 속도가 다 늦춰진 뒤 떨어진 거라 그저 바닥에서 한 번 굴렀을 뿐 그리 심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놀란 것만은 사실이었다. 말 위에서 흔들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한현진 역시 처음 승마를 배울 때 직접 경험한 적이 있었다. 송가람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뚝뚝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강한서를 보자 그 서러운 감정은 극에 달했다. 송가람이 참지 못하고 강한서를 불렀다. “한서 오빠...”강한서는 아무 말 없이 몸을 숙여 송가람의 손을 잡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팔다리 움직여 봐요. 움직일 수 있겠어요?”한현진이 얼굴을 지추렸다. ‘그렇게 느린 속도에서 떨어졌는데, 골다공증이 아니고서야 왜 못 움직이겠어.’송가람은 강한서에게 기대 그가 시키는대로 팔다리를 움직였다. 뼈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강한서가 말했다. “손 말고 아픈 곳은 없어요?’송가람이 눈시울을 붉힌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한서 오빠, 저 무서워요...”“괜찮아요, 괜찮아...”강한서가 나지막이 위로했다. 한현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어쩐지 지금 이곳에서 그녀는 소외된 것만 같았다. 그녀가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는데 송가람이 갑자기 한현진을 불렀다. “현진 씨. 현진 씨는 분명 준이를 순종시킬 수 있었으면서 왜 거짓말한 거예요? 일부러 절 준이를 타게 하려고 속인 건가요?”한현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제가 언제 준이를 순종시키지 못했다고 얘기했죠?”조금 진정이 된 송가람이 머릿속으로 어떨게 된 일인지 파악을 끝냈다. 그러자 그녀의 말투도 조금 날카로
거실에서 정인월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한현진은 강한서와 송가람이 돌아오는 소리를 듣고 순간 웃음을 거두었다.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한현진을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정인월에게 말했다. “할머니, 전 오후에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정인월이 말했다. “식사 준비가 거의 다 되었을 거야. 일부러 네가 좋아하는 요리도 몇 가지 하라고 했어. 먹고 가.”한현진이 말했다. “아니에요, 할머니. 친구와 12시 30분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밥 먹고 가면 늦을 거예요. 직장 동료라 늦으면 곤란하거든요.”한현진의 말에 정인월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아줌마한테 네가 좋아하는 음식 포장하라고 할 테니까 갈 때 가져가렴. 집에 가져가 먹는 건 괜찮겠지?”한현진이 못 말리겠다는 듯 말했다. “할머니께서 이렇게까지 얘기하셨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그 말에 정인월은 기뻐하며 한현진을 이끌었다. “가자. 할머니와 주방으로 가서 네가 먹고 싶은 거로 포장하렴.”말하며 정인월은 한현진을 이끌고 걸어가더니 갑자기 무엇을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강한서에게 말했다. “한서야, 가람이를 손 씻는 곳 알려주고 밥 먹을 준비하렴.”송가람의 기분이 조금 불쾌해졌다. 누가 봐도 정인월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로 송가람을 대했다. 하지만 한현진에게는 친손녀보다도 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강한서는 주방 쪽을 쳐다보더니 곧 송가람에게 말했다. “따라와요.”송가람이 고개를 숙인 채 짧게 대답했다. 진씨 아주머니와 집안의 도우미들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주방에는 이미 가지각색의 산해진미가 준비되어 있었다. 진씨 아주머니의 음식 솜씨는 차미주가 견주어도 될 정도였다. 그게 아니라면 입맛이 까다로운 한성우리가 어렸을 때 그렇게 오랫동안 밥을 얻어먹었을 리가 없었다. 정인월이 음식 포장을 지시하며 한현진에게 물었다. “현진아, 어죽 좋아해?”한현진이 대답했다. “이건 못 먹어봤어요.”정인월은 귀중한 보물을 꺼내듯 항아리 뚜껑을 열었
한현진이 가자마자 민경하와 신미정이 은서를 데리고 돌아왔다. 민경하는 은서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은 유쾌해 보였고 더욱이 은서는 민경하의 손을 꼭 잡고 삼촌, 삼촌 부르면서 재잘거리며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그러나 신미정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특히 민경하를 보는 신미정의 눈빛에는 불쾌함과 더불어 분노가 섞여 있었다. 집으로 들어서며 민경하는 막 발급받은 가족관계등록부를 신미정에게 건넸다. 신미정의 민경하가 건넨 자료를 받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고 오는 내내 참고 있던 말을 드디어 내뱉었다. “민 실장, 정말 대단해. 우리 모두를 속이다니.”민경하는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속여요?”신미정이 이를 악물었다. “민 실장이 계속 은서가 한서 딸인 것처럼 우리가 오해하게 했잖아.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가—”신미정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은서를 빌미로 강한서의 유언장을 뒤엎어 한현진을 유산 상속자에서 제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은서는 강한서의 친딸이 아니었고 신미정은 오히려 그 일 때문에 유산을 노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비록 강한서가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은서의 신분을 공개한 일 때문에 불쾌해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신미정은 오늘 이른 아침부터 강한서와 정인월의 요구로 은서를 데리고 입양 수속을 하러 다녀오는 길이었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은서는 강한서의 양딸이 되는 것이었다. 원하던 유산을 얻지 못한 것은 물론 그 일로 이런 처지에까지 놓이게 된 신미정은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민경하가 태연하게 말했다. “전 한 번 도 은서가 대표님 딸이라고 한 적 없어요. 사모님께서 은서가 대표님을 아빠라고 부르니까 딸이라고 오해하신 거죠.”신미정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밀 실장은 설명하지도 않았잖아.”민경하가 반문했다. “아이가 장난으로 하는 얘기를 제가 왜 설명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사모님께서도 저에게 은서를 이용해 무슨 일을
신미정은 짜증이 치밀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툭 은서를 밀쳤다. “비켜, 이 아비 없는 자식아.”그러자 은서는 바닥에 넘어졌고 화단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혔다. 은서의 머리엔 바로 멍이 들었다. 밀려오는 통증에 은서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기분 좋게 화원을 산책 중이던 정인월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진씨에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한 정인월은 그곳에서 은서를 부축하고 있는 민경하를 발견했다. 아이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울고 있어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이냐.”정인월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은서가 눈시울을 붉히며 “증조할머니.”하고 정인월을 부르더니 곧 민경하의 종아리를 끌어안고 흐느꼈다. 정인월이 정원에 있을 줄 몰랐던 신미정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러나 곧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가 길을 제대로 보지 않고 넘어져서 울면서 민 실장에게 응석 부리고 있었어요. 어머님은 왜 나오셨어요?”민경하는 시선을 내리고 은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굳이 신미정의 거짓말을 들추지 않았다. 정인월은 신미정을 힐끔 쳐다보더니 태연하게 말했다. “바람 좀 쐬러 나왔어.”그러더니 그녀는 민경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민 실장, 입양 수속은 다 끝났어?”민경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 확인만 끝나면 가서 처리하면 됩니다.”민경하가 고개를 들자 정인월은 그의 얼굴에 난 손바닥 자국을 볼 수 있었다. 정인월은 순간 인상을 찌푸렸다. “민 실장, 얼굴이 왜 그런 건가?”민경하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차에서 내릴 때 실수로 부딪혔어요.”민경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서가 소리쳤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경하 삼촌은 마귀할멈에게 맞은 거예요.”정인월이 어리둥절해졌다. “마귀할멈이 누구야?”은서가 신미정을 가리켰다. “저 사람이요. 증조할머니, 저 사람이 경하 삼촌을 때렸어요. 그리고 또 경하 삼촌을 강아지라고 욕했어요.”“얘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아무래도 정인월은 나이가 있었던 터라 아무리 있는 힘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신미정이 민경하를 때린 것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50대가 넘은 신미정은 뺨을 맞았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너무 아픈 건 아니었어도 따귀에 그만 멍해지고 말았다. 신미정은 얼굴을 부여잡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정인월을 쳐다보았다. “어머님?”정인월이 표정을 굳힌 채 말했다. “한서가 사고 났을 때 민 실장 얘들이 팀을 이끌지 않았다면 한서가 돌아왔을 때 회사에 한서의 자리가 남아있긴 했겠니? 네가 계속 사모님 소리를 들을 수나 있었을 것 같아?”“민 실장... 그리고 한성의 모든 직원들은 모두들 자기 능력으로 일하고 돈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야. 신미정 네 부하가 아니란 얘기라고. 네가 때리고 싶다고 때리고 욕하고 싶다고 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넌 지금 강씨 가문 얼굴에 먹칠하는 거라고.”신미정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한참 만에야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정인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네가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민 실장이야.”신미정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민경하를 향해 웅얼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미안해.”민경하는 신미정의 사과에 아무런 대꾸 없이 정인월에게 말했다.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잠깐만.”정인월이 민경하를 불러세웠다. “민 실장, 따라오게. 얼굴에 상처는 처치하고 가.”알겠다고 대답한 민경하가 정인월의 휠체어를 밀고 자리를 떠났다. 신미정은 어두운 얼굴로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참을 걸어서야 정인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민 실장, 자네가 고생이 많아.”민경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때문에 사모님에게 핀잔을 주실 필요 없으세요. 어찌 되었든 대표님 어머님이시잖아요.”정인월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한서보다도 두 살이나 어리면서 늙은이 같은 얘기를 하는구먼. 아무리 한서가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