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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0화

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할 필요 있어요? 옷을 입어볼 때는 부르지 않다가 사은품을 고를 때 부르는데, 무슨 좋은 일이겠어요?”

“...”

“그 셔츠도 싸지 않아요. 원가가 16만원이에요.”

“내가 16만원이 없어요?”

강한서는 음침한 얼굴로 귀찮아하며 말했다.

“빨리 가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그는 말하고 밖에 나가 버렸다.

“생각나지 않았는데, 화는 왜 내지?”

한현진이 혼자 중얼거렸다.

판매원이 교환하겠냐고 다시 묻자 한현진은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물건을 들고 나왔을 때, 강한서는 가드레일 옆에서 전화하고 있었다.

한현진이 가까이 가기도 전에 강한서의 말소리가 들렸다.

“내일 저녁 괜찮아요.”

그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마침 고개를 돌린 강한서가 그녀를 발견하고 조용히 옆으로 옮겨갔다.

‘나쁜 자식! 내가 들으면 안 돼?’

한현진은 굳은 표정으로 짜증 내며 말했다.

“언제까지 통화할 거예요? 안 가요?”

강한서는 흠칫하더니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밖에 물건 사러 나왔어요. 네, 그럼 내일 봐요.”

한현진은 더 이상 그런 말투를 듣기 싫었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부리나케 걸었고, 강한서는 물건을 들고 급히 쫓아가며 나지막이 말했다.

“천천히 걸어요. 연말이라 사람이 많은데 부딪치지 말고.”

한현진은 코가 찡해났다. 같은 관심의 말이라도 느낌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예전의 강한서라면 말주변이 없어도 그녀의 손을 잡고 달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강한서는 그러지 않는다. 그의 눈에 그녀는 단지 아이를 위해 얽힌 낯선 사람일 뿐이며, 관심의 말이라 할지라도 책임에서 나온 것이다.

임신해서 쉽게 예민해지는지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지금의 그를 생각하면 한현진은 너무 마음이 서글펐다.

멀쩡한 애인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녀는 그의 책임감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장난을 잘 치고 말솜씨가 없는 강한서가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

강한서는 처음에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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