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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아직 졸리지 않으니 저를 상관하지 말고 먼저 주무세요.”

성도윤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 혼자서 찬 바람을 쐬는 게 무슨 재미가 있어? 방으로 돌아가. 안은 좀 따뜻해.”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도윤아...”

소영금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여자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못 잊은 건 아니겠지?”

“...”

“바보 같은 우리 아들, 난 네 엄마인데 내가 널 모를 수 있겠어? 넌 그렇게 훌륭하고 뭐든 만점인데 왜 사랑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 거야. 그 여자만 아니었다면 네 인생은 순탄했을 거고 너도 전혀 고생도 하지 않았을 텐데. 너도...”

“엄마, 제가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잖아요.”

성도윤의 목소리는 점점 분노가 쌓였고 그는 긴 손가락을 살짝 조였다.

“그래. 알았어. 엄마가 그만할게. 필요한 게 있으면 벨을 눌러.”

소영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며 말없이 뒷마당을 떠났다.

차설아는 구석에 잘 숨어있었기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그녀는 돌기둥 뒤에 숨어서 한참이나 성도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도윤 씨, 정말 살이 많이 빠졌네. 이 정도로 약했어? 단지 뱀에게 물렸을 뿐인데 왜 이렇게 풀이 죽어있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왜 슬퍼하고 있는 거야. 분명히 말하는데 난 작별 인사를 하러 왔어. 도윤 씨가 목숨이 위태로울 때, 난 하느님과 거래했어. 도윤 씨가 살 수만 있다면 난 평생 당신에게 다가가지 않고 매달리지 않겠다고 했지. 도윤 씨가 날 미워하고 싶다면 마음껏 미워해도 돼. 날 사랑하는 것보다 날 미워하는 게 더 행복할 거야...”

“앞으로 도윤 씨는 서은아 씨와 함께 행복하게 살면 돼. 은아 씨는 당신을 정말 사랑해. 당신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큰 모욕을 당했어. 은아 씨가 했던 희생은 나도 할 수 없었어. 당신이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나와 함께 있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고 편할 거야...”

차설아는 감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줄곧 중얼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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