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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성도윤이 그런 말을 하자 차설아는 자기 생각을 확신했다.

‘도윤 씨는... 정말 실명했어.’

차설아는 성도윤의 바로 앞에 서 있는 데도 전혀 알지 못했다.

“말을 안 하는 것을 보니 은아가 맞네.”

성도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밤 달빛이 좋을 것 같아. 밤바람도 살살 불고 있으니 말이야. 내 옆에 있어 줘.”

“알았어.”

차설아는 서은아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성도윤은 아무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서 어머니와 서은아 외에 다른 사람이 쉽게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기에 그는 당연히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차설아는 그가 손으로 뭔가를 더듬는 것을 보고 아마 커피를 찾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얼른 커피잔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잠시 닿았다.

성도윤은 먹물처럼 짙은 눈썹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발견한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두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앉아 있었고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성도윤은 말하기 싫었고 차설아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

밤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꽃향기가 그윽했다. 오히려 말할 수 없는 낭만이 흘렀다.

한침이 지나서야 성도윤이 입을 열었다.

“은아야, 그래도 네가 옆에 있으니 참 좋아. 엄마처럼 그렇게 시끄럽지도 않고 내가 이런 핸드드립 커피를 제일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으니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난 예전에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어. 특히 밤에 커피를 마시면 그날 밤은 도저히 잘 수가 없었지. 하지만 내 전처는 커피를 너무 좋아했어. 어디서 커피콩과 커피 머신을 사 왔는지도 모르겠어. 게다가 그녀는 어떻게 커피콩을 그렇게 곱게 갈았는지도 몰라. 아무튼 그녀가 타 준 커피는 특별한 매력이 있어서 한 모금 마시면 중독이 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생겼어.”

“그랬구나.”

차설아는 계속하여 서은아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차설아는 성도윤이 자기가 탄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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