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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배경윤은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사도현의 뒷말을 막았다.

“뭐가 이렇게 야만적이야. 그렇다고 어떻게 사람 목숨을...”

“이건 드라마라서 오히려 수위가 약한 거야. 현실은 이것보다 더한 것도 많으니까.”

그 말을 하는 사도현의 표정은 조금 초연해 보였다.

그 역시 해안시 8대 명문가 중 한 가문의 일원으로서 지금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일을 겪고 들었다. 현실은 언제나 드라마보다 더 잔인할 뿐 절대 덜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도윤 씨가 로버트고 나는 잔인하게 배가 뚫려 죽는 그 사람 아내라는 건가요? 그래서 내가 지금 이곳을 떠나게 되면 똑같이 죽게 될 거고?”

차설아가 사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서씨 가문은 절대 만만하게 볼 게 아니야.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오게 된 건 그만큼 뒤가 구린 짓을 많이 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만약 네가 지금 나서게 되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돼 버려.”

“그래, 그러니까 지금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아. 나도 이번만큼은 사도현과 같은 생각이야.”

배경윤은 맞장구를 치며 사도현에게 잘했다는 눈빛을 보냈다.

플레이보이라서 그런지 역시 말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남자였다.

“알겠어.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 볼게.”

차설아는 결국 그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배경윤은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는 사도현과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었다. 아마 두 사람이 일심동체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날 밤, 그들은 술을 마셨고 밤이 깊도록 얘기를 나눴다.

아이들도 11시가 다 되도록 잠들 기미가 없어 보였고 엄마와 함께 자고 싶다며 졸랐다.

별 모양으로 가득한 아이들 방 안에서 차설아는 결국 아이를 양옆에 끌어안고 침대 정중앙에 누웠다.

아이들은 그녀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 같았다.

“엄마, 아빠는 언제 와요? 달이는 아빠가 보고 싶어요.”

달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투정을 부렸다.

원래부터 두 아이는 성도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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