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다이닝 룸을 떠났다.“산, 어디 가는 거예요?” 비비안이 그를 보고 바로 물었다.“네 동생의 주먹 때문에 내 온몸이 다 상처야. 내가 빨리 가서 약을 좀 바르지 않으면 내 얼굴이 다 망가질 텐데, 넌 그랬으면 좋겠어?”남궁산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줄곧 비비안이 자신을 이렇게 꽉 잡고 못 가게 하는 이유가 자신의 잘생긴 얼굴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동안 그는 심지어 이 얼굴을 망가뜨리는, 그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비비안을 단념시키려 했다.비비안은 난감해져서 아랫입술을
“형님도 결국 눈치채셨네요. 아니면 그렇게 뻔히 보였나요?”레이는 턱을 만지면서 말했다. 자신이 고민을 잘 숨긴 줄 알았다.그는 자기 일은 여태껏 비비안이 손대지 못하게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이런 일들로 인해 연루되어 누군가의 복수 대상이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래서 레이는 자신이 이런 일로 고민이 있어도 누나에게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비비안은 레이의 이상함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섬세한 여자였다.그러나 이번에 그는 아주 잘 숨겼고 그래서 비비안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소남이 알아차린 것이다.“형님은 저를
“아무도 드나들지 않지만 방심하면 안 돼. 내 주변에도 공포의 섬 출신들이 있으니까.” 소남은 말했다. 공포의 섬이 다시 생겼다는 증거는 없지만, 자신은 있었다.“네? 형님, 확실해요?”레이는 놀라서 소남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 사람한테 공포의 섬 문신이 있어. 그 문신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확실히 공포의 섬의 문신이 틀림없어.”소남이 말했다. 공포의 섬은 리더가 바뀌면 문신의 디자인도 약간 바꾸는 규정이 있었다.그 가짜 원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바로 이전의 문신이 조금 바뀌어 새로운 버전이 된 것이었다. “그
소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너를 설득할 수밖에 없지.”레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소남과 남궁산 사이의 우정을 부러워하며 농담처럼 말했다.“때때로 형님과 남궁산은 그냥 사이가 좋은 의형제가 아니라 마치 친형제처럼 보여요.”“정말?” 소남은 단 두 글자만 말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궁산이 자신을 도와줬으니 소남도 자신이 다시 그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소남은 배은망덕한 사람이 아니니까.레이는 소남의 도움으로 골치 아픈 일들이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형님 그 염 교수님이
“형님, 농담하지 마세요. 누가 그런 못생긴 여자와 한침대에서 자고 싶겠어요? 그건 자학이 아닙니까?”눈을 뜨면 비비안의 못생긴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남궁산은 또 과장스럽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런 말은 비비안에게 하지 마, 상처받을 거야.”소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비록 그도 비비안이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름다우니 남궁산한테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남궁산이 먼저 비비안을 건드렸으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
남궁산은 얼굴을 찌푸리고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요 몇 년이 지나는 동안 그는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비비안의 그 못난 얼굴을 보면 여전히 짜증이 났다.“그 여자가 제 앞에서 어슬렁거리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저도 참을 수 있어요.”소남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체념한 듯 고개를 저었다.밖에 있는 여자들은 얼굴이 잘생기고 돈도 잘 버는 남궁산을 좋아한다.하지만 비비안은, 그런 여자들과는 다르다.처음에는 소남도 비비안이 남궁산의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비비안이 남궁산을
소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남궁산에게 문자를 보냈다.[비비안의 기분이 좋지 않으니 신경 좀 써줘라.]얼마 지나지 않아 남궁산이 답장을 보냈다.[형님, 비비안이 형님에게 무슨 말을 했어요?][아니.]소남은 남궁산에게 비비안이 아마도 자기 둘의 대화를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다. 즉 그때 남궁산이 말했던, 거리낌없이 사람을 상처를 주는 얘기들을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남이 보기엔 자신이 남궁산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남궁산은 여전히 비비안에게 사과하지 않을 테니까.사과하지 않으면
“그래요.” 소남은 아무 말 없이 휠체어를 조종하며 다른 방으로 이동했다. “내 짐을 이쪽으로 가져와 줘요.”“네.” 원아가 그의 캐리어를 들어보니 꽤 무거웠지만, 그 정도의 무게는 쉽게 들 수 있었다.그녀는 바로 소남의 방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짐을 어디에 둘까요?”“그냥 거기 내려놓으면 돼요.”소남이 말하고 나서 원아도 바로 짐을 내려놓았다.“이제 나가서 할 일 하면 돼요. 나도 처리할 일이 좀 있으니까요.”소남이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구부리고 서류봉투를 집었다.원아는 그가 노트북을 꺼내 허벅지에 올려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