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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허태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눈빛에서 빨간 뭔가가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혹시 지퍼에 낀 머리카락 봤어요?”

심유진의 물음이 그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허태준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잡생각을 떨쳐내고 고개 숙여 지퍼를 확인했다.

심유진의 검은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흰색 지퍼에 끼어있었다.

“아플 수 있으니까 좀 참아.”

허태준은 목이 마른 탓에 한껏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한 손으로 지퍼 꼭대기를 잡은 뒤 두 지퍼를 가지런히 놓고 다른 손으로 지퍼를 아래로 내렸다.

그의 행동은 매우 부드러웠고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는 것 같았다.

심유진은 실수로 거울로 그의 얼굴을 봤다가 깜짝 놀라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이 시각 허태준은... 그녀가 알고 있던 그의 모습과 뭔가 달랐다.

그녀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쿵 뛰기 시작하더니 곧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심유진의 귓가에는 오로지 자신의 심장소리밖에 들리지 않았고 쿵쿵 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뒤흔들었다.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숙여 더 이상 그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허태준은 순조롭게 지퍼를 내린 뒤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카락을 빼냈다.

“아파?”

그가 물었다.

“안 아파요.”

심유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목을 틀자마자 두피가 걸린 탓에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뱉었다.

허태준은 가볍게 피식 웃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바보.”

심유진은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지퍼가 열리자 그녀의 뒷등이 허태준 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어렴풋이 그 촉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단결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 매혹적이었다.

심유진은 한참 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는 것을 느끼고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

“됐어요?”

“잠시만 더 기다려.”

허태준이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그는 두 손가락으로 지퍼를 눌러 위로 올렸다. 그 과정에 중지가 그녀의 등을 살짝 스쳤는데 그 촉감은 마치 거위털처럼 두 사람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실수로 닿은 스킨쉽인 걸 알면서도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여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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