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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예우림! 그냥 죽어!”

예우림은 급히 휴지로 얼굴을 가리고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

“그 자식 때문에 눈물이나 흘리고 있다니. 예우림, 언제부터 이렇게 천박해졌어? 당장 정신 차려! 나 예우림은 정상에 설 운명인 여자야. 남자 따윈 필요 없어!”

예우림은 턱을 치켜 올리며 다시 여왕의 아우라를 되찾았다.

고독은 그녀에게 가장 좋은 약이다.

“가서 잠이나 자는 거야. 오늘의 일은 다 잊어버리고, 내일 아침이 오면 난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벨 소리가 들렸다.

“예우림 고객님, 호텔 직원입니다. 오늘은 호텔 설립 30주년 기념일이라 모든 투숙객에게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예우림은 무심코 대답했다.

“그래요, 문 앞에 놔두시면 이따가 가져갈게요.”

하지만 상대는 고집을 부렸다.

“죄송하지만 지배인님께서 반드시 한 분 한 분에게 직접 전달하시라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월급을 깎이게 됩니다.”

“알겠어요.”

예우림은 하는 후 없이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돌렸다.

“고마워요, 이 호텔...”

예우림은 말을 반쯤 하다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은 순간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장미 케이크가 그녀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아흔아홉 송이의 장미, 열여덟 개의 촛불!

아홉 층의 크림으로 뒤덮인 초대형 케이크, 심지어 욕조보다 더 컸다.

위에는 ‘예우림’ 세 글자가 반듯하게 쓰여 있었는데 글씨체가 아주 근사했다.

그리고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목소리를 변조해 말했던 사람은 바로 그녀가 방금까지 욕했던 그 나쁜 자식이었다.

엄진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예우림.”

그 말에 예우림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당신... 금 회장님과 온천 간 거 아니야?”

예우림은 떨리는 입술로 물었는데 동공이 계속 수축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

“농담이야. 내가 어떻게 그래.”

“그럼 아까 했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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