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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화 왕야의 열을 식히다

고사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조용히 말했다.

“권세란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것이라고?”

원경능은 비아냥거리듯 웃으면서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네. 난 권세가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그들도 모든 것을 다 얻지는 못했네.”

“권세란 종래로 끝이 없는 것입니다.”

그랬다. 황제가 되면 또 하늘과 높이를 비긴다. 권세에 끝이 어디 있겠는가? 문득 우문호도 이럴까 궁금해졌다.

그녀가 고사에게 질문했다.

“그대와 초왕은 우의가 깊은 것 같은데, 서로 알고 지낸 지 오래 되었는가?”

고사는 웃으며 말했다.

“함께 자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릴 때의 정은 매우 갸륵한 법이지. 그럼 그와 저명취 사이의 일도 그댄 알고 있는 것인가?”

“알지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가 담담하게 원경능을 보며 물었다.

“무엇이 궁금한 것입니까, 왕비?”

“궁금한 건 딱히 없네. 난 그들 사이의 일을 알고 싶지 않아.”

원경능이 대답했다.

고사는 좀 의외라고 느꼈다.

“소신은 왕비가 왕야의 속생각을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경능은 머리를 돌려 그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들지 말자’가 내 인생을 살아가는 좌우명이라네.”

고사는 무슨 생각에 잠긴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들지 않는다’라… 왕야와 저명취 사이의 일을 아는 게 스스로 걱정거리를 만드는 일이란 말인가? 그녀가 두 사람 때문에 고민이 생기는 게 아닌 이상, 고민거리라 할 것이 전혀 없었다.

원경능이 말했다.

“힘들어, 걷지 못하겠으니 마차를 타야겠네.”

고사는 그녀를 위해 발을 들어 올려주었다.

“조심하십시오, 왕비.”

“고맙네!”

원경능은 마차에 올라 손으로 발을 잡고 고사를 쳐다봤다.

“아침 저녁으로 배웅해 주어서 정말 고맙네, 고 대인.”

“폐하의 명입니다.”

고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발을 내려놓은 원경능은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될수록 머릿속의 고민들을 다 밖으로 내보냈다.

우문호는 원경능보다 조금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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