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점점 슬프게 울었다. 울 수록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다.결국 시녀에게 치장하는 것을 시중들게 했다. 두꺼운 분으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고는 나가겠으니 하인에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또한 우문호는 퇴근한 뒤 바로 말을 타고 왕부로 돌아가려 했다.길 어구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가 가로 막았다.우문호가 말을 세우니 술박사(酒博士: 술을 파는 사람의 직업을 존칭하여 이름) 의복을 입은 사람이 보였는데 조금 낯이 익었다. 열덕주관(悦德酒馆)의 술박사인 것 같아 물었다."무슨 일이냐?"그 술박사가 공수하며 다가갔다."소인 초왕 전하를 뵈옵니다. 고사라고 부르는 소야가 소인에게 이곳에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고사 소야께서 요긴한 일이 있어 전하를 뵙자고 하십니다.""고사 소야?"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고사 이놈이 오늘 낮에 당직이지 않았어? 아직 날도 저물지 않았는데 출궁했다고? 출궁하자 바로 술을 마시다니? 부패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군.'"네, 고사 소야께서 필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술박사가 계속 공수하였다."긴요한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본왕에게 할 일이 있으니 안 간다고 전해라."우문호가 답하였다. 술박사가 재빨리 답했다."전하, 고사 소야께서 전하께 이십 년이 된 여아홍을 드리려 하니 필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우문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최근 철든 낭군 노릇을 하기 위해 일찍이 집에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불러 술을 마시다니, 이러한 나쁜 벗은 꼭 엄하게 꾸짖어야 했다. 그러는 김에 그의 술을 몰수해야 했다.도가 지나쳤다. 이십 년이 된 여아홍을 얻고도 일찍이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니. 출궁하자 바로 마시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러한 좋은 술을 얻는다면 당직할 때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내심이 매우 뛰어났다.우문호는 두 다리로 말의 배를 조르면서 호기롭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술박사가 그를 데리고 열덕주관에 이르렀다. 하인이 문 어구에서 그를 위해 말을 이끌어
우문호는 나갈 때 그 술박사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밖으로 던졌다. 또 손이 가는 대로 의자 하나를 집어 들더니 곧장 계산대에 내리쳤다. 그에 놀란 회계선생은 바닥에 웅크려 앉았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우문호는 말을 타고 나는 듯이 왕부로 돌아갔다. 왕부에 돌아온 뒤 원경능을 먼저 만나지 않았다. 곧바로 귀지로 달려가 목욕을 하며 구석구석 씻었다.오늘 입은 관복은 버릴 수 없어 하인에게 뜨거운 물로 반복적으로 소독하게 했다.우문호는 자연히 이 일을 원씨에게 숨기지 않았다.그리하여 목욕한 뒤 소월각에 돌아가 원씨의 손을 잡고 나한침대에 앉아 말했다."오늘 저명취가 날 찾아왔어."원경능은 그가 돌아오자 바로 목욕을 하니 이상하게 생각하던 참이었다. 이 말을 듣고는 화를 내지 않고 그저 답했다."그런데요?""제왕과 합의 이혼하겠다고 말했다고 그러더라고...."우문호는 혹시나 하여 그녀의 손을 잡고는 저명취가 했던 말을 모두 말해주었다. 말을 마치고는 손을 듣고 자신의 진심을 표했다."난 정말 그렇게 저명취를 꾸짖었어. 절대 짐짓 좋은 척 하지 않았어, 가식적인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원경능이 미소를 지었다."전 당신을 믿어요."우문호는 잠시 멍해졌다."오늘 정말 좋은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꾸짖기만 했을 뿐이야. 또한 이후로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말라고 경고했어, 아니면 저수부에게 압송하겠다고 말이야.""당신을 믿는다고 말했잖아요."원경능은 곁에 있던 자수를 들었다. 아이에게 옷을 해주려고 새로 배운 것이었다. 어차피 무료한 나날들이 많으니 재능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좋았다.특별히 그녀는 바느질에.... 뛰어났다!우문호는 원경능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조금 당황했다."아니, 원씨, 내 말 좀 들어. 그녀가 날 안았을 때 나는 당장에 밀쳐냈어. 당신 불쾌하게 생각하지마. 정말이야, 당신을 속이지 않았어. 믿지 못하겠으면 저명취를 찾아 대질하자고."원경능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 보았다."당신 학대 받는 것을 즐겨요
원경능은 건곤전에 가 태상황에게 문안인사를 드렸다.태상황이 희씨 어멈을 묻자 원경능이 답했다."몸조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수부께서 문안을 오신 뒤로부터 활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이젠 밖에서도 감히 입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없습니다.""그러나 네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냐?"태상황이 물었다. 원경능은 그제야 팔황자의 일이 생각나 말했다."전 괜찮습니다. 황조부, 만일 황후께서 팔황자에게 왜 안경 한 틀이 생겼냐고 물으시면 황조부께서 주신 거라고 말씀해 주십시오."태상황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다. 황후는 감히 물으러 오지 못할 것이야."원경능은 잠시 멍해졌다. 상공공이 해석하였다."황후도 저씨 가문의 사람이지 않습니까?"원경능은 자리에 앉아 태상황을 바라 보았다."황조부, 저수부 그 사람을 정말 믿으십니까?""무슨 할 말이 있느냐?"태상황이 그녀를 흘깃 보고는 물었다. 원경능은 조금 막연자실 했다."그저 예전에는 저수부가 야심가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의 부친 경후가 아첨을 하러 갔지만 대문을 들어서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저의 부친더러 다섯째가 저를 내쫓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다섯째가 저명양과 결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죠. 제가 처음 저수부를 봤을 때도 참 흉악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태상황이 손을 흔들며 문을 닫으라고 명했다.상공공은 곧 문 밖을 지키러 나갔다. 태상황은 그제서야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처음에 무조건 너와 너의 아버지를 싫어했을 것이다. 너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네가 초왕비 자리를 어떻게 얻은 것인지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그가 늘 다섯째를 높이 평가했었는데 어찌 다섯째가 경후부의 딸과 결혼하는 것을 원했었겠느냐? 특별히 그때의 너는 참으로 악질적이었다. 도덕이 없고 품행이 없다고 할 수 있어."원경능은 속으로 예전의 원경능을 말하는 것이지 자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자아위로 했다."다섯째를 높이 평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번이나
원경능은 의아했다."왕부의 시녀로 들어갔는데 임신했다고요? 누구의 아인데요?""셋째 것이지요."손왕비가 탄식했다."당신 그걸 알아요? 사실 위왕비가 이 여인을 구했어요. 완전 은혜를 원수로 갚네요."원경능은 재빨리 정색하였다."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이에요? 둘째 형수, 빨리 말해봐요."원경능은 위왕비 최씨에게 호감을 꽤 가지고 있었으며 온순하고 우아하다고 생각했었다. 비록 최씨 대가문의 사람이지만 저씨 가문 사람들처럼 기세가 등등하여 위풍을 떨치지 않았었다.또한 작년에 임신을 했었는데 육 개월 때 태아가 뱃속에서 죽어버렸다. 오랫동안 몸조리를 하다가 최근에야 나왔던 것이다.손왕비가 말했다."이 일은 위왕비도 나에게 자세히 말하지 않았어요. 매우 슬퍼서 말을 꺼낼 때마다 우니 참으로 가련해요. 셋째도 참, 무슨 귀신에 홀렸는지 그 여인에게 홀딱 반해버렸지 뭐예요. 그 여인을 위해 몇 번이나 위왕비와 싸웠어요. 그 여인을 측비로 들일 것이라고 말이에요. 만일 위왕비가 입궁하여 문제를 일으킨다면 위왕비를 내쫓을 것이라 큰소리를 쳤어요."원경능이 혀를 끌끌 찼다."세상에, 그렇게 엄중해요? 그 여인이 절세미인인가 보네요?""미인이요? 그 여인 서른도 되었어요."손왕비가 콧방귀를 뀌었다."그리고 위왕비와 같이 서면 비할 바도 되지 못해요. 출신도 비천하고 용모도 추해요."원경능이 기이한 듯 물었다."그렇다면 위왕은 무엇이 마음에 들었을까요?""기교가 좋겠죠."기왕비는 화가 나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원경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손왕비가 빈정대면서 말했다."아니면 뭐가 마음에 들었겠어요. 위왕비 시녀에게서 들었는데 이 여인이 셋째를 매우 숭배하며 늘 칭찬한다고 해요. 아마도 꿀 발린 소리를 들어 멍청해진 거겠죠. 휴,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저도 몰라요. 예전에 그 둘도 서로 죽고 못살 정도로 깊이 사랑했었어요. 원래 위왕비는 일찍부터 약혼을 하였는데 셋째가 기어코 위왕비와 결혼하려 했어요. 두 사람의 항쟁 끝내는 같이 있게 되었지만
아사는 돌아간 뒤 부두에서 만아를 본 일을 원경능에게 알렸다.원경능은 이를 듣고 조금 마음이 시큰거렸다.이러한 시대에 여인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만아는 남정네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고 있으니 어디 얼굴을 드러내는 정도인가?다만 자신의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아사더러 만아에게 은 열 냥을 가져다 주라고 하였다.다음날 아침 아사가 돌아왔다. 만아가 안받으려고 하였는데 억지로 만아에게 넣어주고 달아났다고 전했다.원경능이 묵묵히 말했다."그 아이에게 주었으면 되었다.""왕비께서는 참 선량하십니다."아사가 칭찬했다. 원경능은 속으로 자신이 선량하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은 열 냥은 준 것도 사실 자신의 죄책감 때문이었다. 원경능은 이 은 열 냥으로 자신을 홀가분하게 만들려고 했다.엄격하게 따진다면 그녀는 만아에게 빚진 것이 없었다.다만 원경능은 자신의 동정심이 점차 사라짐을 느꼈다. 원래의 원경능도 점차 모진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혹 자기 보호를 더 잘할 수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자신을 잃게 된 것이었다.우문호가 저녁에 돌아올 때 제왕을 데리고 함께 돌아왔다.그은 노기등등한 모습으로 초왕부에 도착하더니 바로 소월각으로 들어가 숨었다.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왜요? 왜 구신이라도 본 듯이 숨어요? 누가 기분을 상하게 했기에 노기등등한 얼굴이에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원경능은 자신 곁으로 끌어오고는 배를 어루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들아, 기억하거라. 네가 이후에 만일 일곱째 삼촌처럼 못난 짓을 한다면 뺨을 갈겨 죽일 것이야."원경능은 그의 손을 두드리며 웃었다."무슨 아들이에요? 딸이면 안되나요? 제왕이 왜 당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어요?"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 놈이 연속 이틀 동안 관아로 와 나를 찾았어. 공무가 가득한데 저놈 때문에 한 건도 해결하지 못했잖아. 이것 봐, 오늘밤에도
제왕은 기가 막혔다."당신의 말투가 왜 아이를 달래는 것 같지? 본왕에게 정비를 소개하다니. 본왕의 혼사는 모후의 뜻을 따라야 해."원영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밝은 눈에 하얀 이, 옴폭 파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조모께서 말씀하셨어요. 남자는 모두 애라 달래면 된다고요. 그리고 당신의 모후는...."제왕이 화를 냈다."당신의 모후이기도 하잖아!"원영의는 그제야 두 사람 사이가 생각난 듯 무미건조하게 코를 만졌다."전 정비가 아니라 모후라고 부르면 안돼요."제왕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계속 본왕에게 합의 이혼하라고 하고 지금 또 이러한 말을 하는군. 당신 정비가 되고 싶은 거 아니야?"원영의가 물었다."정비가 되면 좋은 점이 뭔데요?""좋은 점이 많지."제왕은 잠시 생각했다."최소한 당신은 본왕과 명분이 정당한 부부로 되는 거지.""명분이 정당한 부부가 된다면 뭐가 좋아요?"원영의가 다시 물었다. 제왕은 그녀를 바라 보았다."당신은 부중에서 뜻대로 할 수 있어. 하인들도 모두 당신의 명을 따를 것이고."원영의가 반문했다."제가 지금 부중에서 뜻대로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 하인들이 제 명을 따르지 않나요?""당신 본왕과 함께 여러 장소로 출석할 수 있지."원영의가 웃었다."지금은 제가 여러 장소에 출석할 수 없나요? "제왕은 그녀에게 눈을 부릅떴다."당신 지금 고의적으로 엇나가는 거야? 당신이 정비와 측비의 다른 점을 모를 리가 없잖아. 정비는 처고 측비는 첩이야, 명분부터 다르잖아.""처도 좋고 첩도 좋아요. 그러나 제가 저인 사실은 번함이 없어요."원영의는 손을 내저었다."전 당신의 처가 되기 싫어요 .좋기는 다른 사람을 찾으세요. 그리고 당신이 저명취와 합의 이혼하는가를 관심하는 것은 저와 직접적인 이해득실이 있어서예요. 누가 부중에 그러한 정실이 있기를 원하겠어요? 전 그녀를 보는 것조차 싫어요."말을 마치고는 곧 일어났다. 원영의가 떠나려 하자 우문경이 손을 잡았다."가자마, 본왕과 이야기나 좀
탕양은 이 말을 듣고 너무 놀라 눈알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아사가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뭐가 산 것이라고요?""본왕의 아들 말이다!"우문호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아사는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턍양을 바라 보았다. 탕양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키며 왕야가 이미 미쳤다는 손짓을 했다.원경능은 기가 막혀 웃음을 터뜨렸다."됐어요, 됐어요, 식사나 해요.""우리 큰 언니는요?""돌아갔어."원경능이 답했다. 아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제왕에게 정말 화가 나요. 글쎄 큰 언니와 서일이 노닥거린다면서 큰 언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큰 언니가 화를 참고 때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우문호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라 이 말을 듣고 아사를 흘겨봤다."이 계집아이 좀 봐, 일곱째가 매우 연약한 것처럼 말하네. 일곱째도 무술을 연마했었어.""설마요?"아사가 경악했다."그런데 왜 그렇게 연약하게 굴어요?"우문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연약하지 않아, 최소한 손으로 계란을 한 알 깰 수 있으니.""전 돌을 깰 수 있어요."아사가 답하니 우문호는 웃음을 터뜨렸다. 원경능이 호기심에 물었다."제왕이 정말 무술을 배운 적이 있나요?""배웠지, 황자로써 누가 배우지 않아도 되겠어? 마술과 궁술, 무술 모두 익혀야 하지. 일곱째도 배웠었는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후로는 배우지 않았어. 싸우는 것도 원하지 않고 말이야."아사는 의아해졌다."왜요?""무슨 자극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무술 하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어."우문호가 말했다. 아사는 믿을 수 없었다."그렇게 많이 맞았는데 정말 무술을 익혔다면 왜 반격을 하지 않았겠어요?""일곱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아."우문호가 답했다****여인을 때리지 않는 제왕은 제왕부로 돌아갔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는 곧장 저명취의 방으로 향했다.요 이틀간 저명취는 많이 울었는지라 눈이 계속 부어있었다.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아도 그저 담담히 눈길을 위로 들었다."성지가 내려진 건가요
다만 저명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눈을 감고 울고 있었는데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제왕은 조태의와 원영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번에 원영의는 매우 눈치가 빨랐다. 조태의를 이끌고 나가려는데 조태의가 약가루를 내려놓으며 시녀에게 분부했다."이건 지혈약이다. 상처부분에 뿌리고 살짝 동여맨다면 이틀 뒤 바로 괜찮아질 거다."시녀는 이미 놀라 손발이 나른해진 상태였다. 약가루를 건네 받고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제왕은 모든 사람들을 물리고 저명취의 곁에 앉아 물었다."왜 그러는데?"저명취는 고개를 돌리고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제왕은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그러나 늘 흐리멍덩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도리어 맑아졌다. 사실 원영의의 말들이 그를 정신차리게 했던 것이다.만일 명취가 정말 자신을 생각했다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었다. 자신은 째지게 가난한 사람도 아니었고 당당한 친왕이었다. 다른 것을 쟁취하지 않아도 그녀에게 평생의 부귀영화를 줄 수 있었다.누구도 그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한가하게 놀고 있는 왕야를 상대하지 않았다. 명취는 그렇게 총명하니 알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자신은 저수부의 외손자였고 현재 황후의 적자였다.큰 형님이 태자로, 황제로 된다고 하여도 감히 자신에게 어쩌지 못할 것이다. 아니면 천하 사람들의 공론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당연히, 좀 못나게 말한다면 큰 형님은 애초에 자신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그리하니 명취는 정말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았다.그렇다면 그가 한 모든 것들은 가치가 있을까? 그리하여 제왕은 마음이 아프지만 계속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이렇게 끝내. 그대가 시집온 날부터 난 그대의 마음 속에 내가 없다는 걸 알았어. 난 자연히 다섯째 형님과 비할 바가 못되지. 나도 내 자신을 알아. 그대는 시종일관 다섯째 형님을 좋아했던 거야. 다만 다섯째 형님이 그대를 저버리자 어쩔 수 없이 나에게 시집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