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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현비가 출궁하다.

저녁 식사는 기씨 어멈이 준비했다. 원경능은 입맛이 없어 국물을 한 모금만 삼키고는 상을 치우게 했다.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 챈 기씨 어멈은 다른 일은 묻지 않은 채 녹아를 불러 함께 음식을 정리했다.

기씨 어멈이 몸을 돌려 나가려는 그때 원경능이 물어왔다.

“어멈, 화가는 괜찮은 것이냐?”

그녀가 입을 열자 기씨 어멈이 급히 돌아서며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왕비. 그 아이는 이젠 괜찮습니다.”

“내일 그를 보러 가마.”

원경능이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기씨 어멈은 그녀의 심기가 불편할 때에도 화가 걱정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의 가슴이 뭉클해졌다.

원경능은 책을 조금 읽다가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부디 좋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때 희씨 어멈이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면서 문까지 닫았다.

원경능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인가?”

희씨 어멈이 양 손을 공손히 드리우며 담담히 말했다.

“왕비, 차라리 직접 말씀해주십시오. 소인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시렵니까?”

원경능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처분도 내리지 않을 것이네.”

그러자 기씨 어멈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 잘 알아들었습니다. 왕비께선 소인 스스로 자결하라는 말씀이시겠지요. 아마 이건 폐하의 뜻이기도 할 테지요.”

원경능이 담담하게 말했다.

“폐하의 뜻은 나도 모르네. 성심을 어찌 함부로 짐작하겠는가? 허나 태상황께서 내게 말씀하셨네. 나더러 자네를 잘 대하라고.”

희씨 어멈은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았다. 곧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태상황께서 진정으로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내가 자네에게 왜 거짓을 말하겠는가? 목숨을 끊어 은혜와 원한을 없애든, 잘 살아서 태상황의 은혜에 보답하든 자네 스스로 고민해보게. 내가 자네를 대신해 결정해주진 못하니 말이야. 이만 돌아가게, 쉬어야 하겠네.”

원경능은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희씨 어멈은 무거운 기분으로 몸을 돌렸다. 그녀가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원경능은 멀리서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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