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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노부인의 병

노부인은 조용한 것을 좋아했기에 방안에는 손씨 어멈(孙妈妈)만이 그녀를 모시고 있었다. 원경능이 방문한 것을 본 손씨 어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왕비께서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원경능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새삼 경후부에서 이런 진심 어린 미소를 보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들어가면서 손씨 어멈에게 물어보았다.

“조모의 건강은 어떠한가?”

손씨 어멈이 그녀를 한 손으로 막아서며 어색하게 웃었다.

“괜찮으세요. 오늘은 죽을 절반도 넘게 드셨답니다. 예전엔 하루 종일 그 만큼밖에 드시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원경능은 그녀가 내민 손을 쳐다보았다. 이건 자신을 못 들어가게 막는 것인가?

“손씨 어멈, 난 안으로 들어가서 조모를 뵙고 싶네.”

원경능이 말했다.

손씨 어멈이 한숨을 내쉬었다.

“왕비, 오늘은 이만 돌아가시지요. 노부인께서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으셨습니다. 며칠 전 소인이 왕비 얘기를 꺼냈더니, 즉시 굳은 표정으로 말을 하지 않으셨어요.”

원경능은 곧 노부인이 그녀가 계략을 꾸며 왕부에 시집가는 것을 반대했었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시집가기 전 아픈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호통치기도 했다. 그녀더러 어리석고 허영심이 넘친다고, 주제도 모르고 제멋대로 행동한다며 혼냈다.

이 몸의 주인이 친정으로 돌아와 조모를 뵈려고 했을 때도 문을 닫고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조모는 그녀에게 아주 크게 실망했었다.

경후부에 이렇게 사리에 밝은 분이 있다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원래 몸 주인의 행동은 확실히 어리석고 멍청한 것이 맞았다.

그녀가 작게 속삭였다.

“손씨 어멈, 내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러네. 어제 막 궁에서 나왔는데 꼭 조모께 여쭤볼 일이 있네.”

손씨 어멈은 그녀가 어제 궁에서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말했다.

“허면 한번 시도해 보세요. 만약 노부인께서 계속 화내시면 더는 말씀하시지 말고요. 부인께서 지금 몸 상태로 화를 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알겠네!”

원경능이 응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엔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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