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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그 인간을 썰어버려야겠어

원경능은 봉의각으로 보내졌다. 두 어멈과 녹아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그래도 차분한 희씨 어멈이 녹아더러 해장탕을 갖고 오게 하며 고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고사가 말했다.

“태상황의 궁에서 마신 것이네. 이미 해장탕도 주었지만 모두 토했네.”

“태상황의 궁에서 취하신 것이라고요? 세상에, 태상황께서 엄청 노하셨겠군요?”

희씨 어멈이 경악했다.

“태상황께서 노하셨는지는 모르겠고, 상공공의 낯빛은 아주 창백했네.”

고사가 말했다.

“아아!”

희씨 어멈이 고개를 돌려 원경능을 바라봤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있었는데, 기씨 어멈이 그녀를 눕히려고 하자 손으로 버티며 말했다.

“손 대지마. 어지러워!”

“고 대인, 이만 돌아가시지요.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희씨 어멈이 말했다.

고사는 원경능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빨갛게 물들었으며 머리는 산발 이었고 옷에도 주름이 가득했는데 참으로 볼품없었다.

“이만 가보겠네!”

고사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초왕비가 술주정을 하기 시작하니 이렇게 무서울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손에 의자를 쳐들고 때려 부수려 하고 있었다. 태상황은 나한 침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으며 상공공은 그녀의 토사물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그는 발을 구르며 그의 새 옷을 애석해하고 있었다.

그는 건곤전이 이렇게… 인간적이었던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또한 태상황이 위엄 넘치는 표정 외에도 다른 표정을 짓는 것도 본적이 없었다. 예를 들면 놀란 토끼 같은 모습 말이다.

어쩌면, 왕야에게 이 일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듯싶었다.

***

원경능은 침대 앞에 앉아있었는데 하늘과 땅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눈앞의 물건들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했으며 귓가에는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녀는 마치 아주 먼 곳의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지만 그녀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뭐라도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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