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원경능은 그가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양심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볼 땐, 저명양과 혼인하는 건 그에게 이득만 있을 뿐 손해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저명양의 일생을 망치고 싶지 않아 이런 큰 우세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답 없는 쓰레기는 아니었고, 가정폭력범 정도 되시겠다.“이만 화해해, 응?”우문호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는데 일말의 유세나 우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원경능은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진심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오늘날 그녀는 이미 사면팔방에 적을 두고 있었으니 실로 우문호와 싸울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자신이 그를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녀가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화해는 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말해봐.”우문호가 시원스레 말했다.“첫째, 여전히 그거에요. 나한테 손찌검하면 안돼요.”“좋아.”“둘째, 이후 혼사를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또 다시 날 측비를 들이지 않는 방패로 삼지 말아야 할거예요.”우문호가 잠시 고민하더니 승낙했다.“좋아.”“셋째, 내 자유에 간섭하지 마세요.”“물론이지.”그는 원래부터 그녀에게 간섭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예전엔 그녀를 상대하려 하지도 않았다.“넷째, 기회가 된다면 나랑 이혼해요. 우리 헤어져서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도록 해요.”원경능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우문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해, 본왕도 그리 생각하는 바야.”“다섯째….”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더 남았나? 그냥 화해를 안하고 말지.”“마지막이에요.”원경능이 급히 말했다.“내 약상자의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요.”우문호가 그녀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본왕더러 비밀을 지키라는 것은 본왕이 그대와 함께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과 같아. 만약 이렇게 된다면 그대는 반드시 본왕에게 알려줘야 해. 이 약상자의 근원, 작용, 그리고 왜 크기가
얼굴의 노기가 서서히 풀린 저수부는 태사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마지막 기회다. 그래도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래, 제왕비의 자리도 꼭 네가 앉아있을 필요는 없지. 저씨 집안에 말 잘 듣는 아가씨들은 차고 넘치니까.”“조부, 손녀의 얘기를 들어주세요. 손녀는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저명취가 흐느꼈다. 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뺨을 적시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가여웠다. 누구라도 그녀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을 본다면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 다만 애석하게도 저수부는 예외였다. 그는 눈물을 절대 믿지 않았다.“눈물을 거둬들이고 썩 꺼지거라!”그가 차갑게 말했다.저명취의 얼굴에 드디어 두려움과 후회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녀가 급히 말했다.“조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 잘못이에요. 희씨 어멈과 조부 사이의 친분을 이용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확실히 손녀가 어멈더러 태상황의 약에 독을 넣으라 하였습니다. 손녀는 그저 태상황의 병세가 호전되어 초왕이 다시 득세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손녀도 전반적인 정세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에요.”“넌 어찌 나와 희씨 어멈의 관계를 알게 되었느냐?”저수부의 목소리는 음산하고 차가웠는데 그 자신 또한 음울한 분위기 속에 젖어있는 듯싶었다.저명취는 조부의 얼굴에 이렇게 무서운 기색이 보이는 것을 본 적 없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 입술을 파르르 떨며 모든 걸 털어놓았다.“조모께서 알려주셨습니다. 이 일도 조모께서 의견을 내주신 것입니다. 희씨 어멈이 조부를 저버린 적 있으니 조부의 뜻이라고 하면 희씨 어멈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기꺼이 조부를 위해 이 일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희씨 어멈에게 이렇게 말하니 어멈이 동의했습니다.”이 말을 마친 저명취가 또 재빨리 보충했다.“조부, 희씨 어멈은 절대 태상황을 모해한 일을 발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부의 이름도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세요.”눈을 감고 있는 저수부는 얼굴에는 한 치의 표정
저명양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어머니께서 저더러 초왕에게 시집가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초왕에게 시집가기 싫어요. 게다가 시집가면 측비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첩이 되고 싶지 않아요.”저명취의 눈에는 이채가 스쳤다.“초왕 쪽은 그나마 나은 편이야. 태후는 초왕비를 크게 나무라지 않으시거든. 초왕의 모비인 현비마마는 태후의 친 조카잖아. 이런 연고로 태후는 초왕부의 사람에게 많이 관대하단다. 초왕비를 좀 보렴, 혼인 후 입궁하여 문안 인사를 올린 적도 별로 없는데 태후께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잖아.”“초왕은….”저명양의 머릿속에 수려한 사내가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건 성문(城门)에서였다. 그때 그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조정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커다란 준마(骏马)를 타고 황금색 갑옷을 두르고 있던 그는 매우 위풍당당하였다.사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초왕을 알고 지냈었다. 그때 그는 자주 저택에 왔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큰언니를 보러 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저는 초왕에게 시집가기 싫어요.”저명취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어째서?”그녀는 사실 동생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매번 초왕이 올 때마다 동생은 문 뒤에 숨어서 그를 몰래 훔쳐보곤 했었다. “원씨 집안의 여식과 혼인했잖아요. 원경능 같은 여자도 부인으로 맞이한다니, 제 눈에는 안차네요.”저명양이 대답했다.“그는 원씨 집안 사람에게 모함당한 거야. 어쩔 수 없었어. 게다가 조부께선 만약 네가 시집가길 원한다면 초왕과 원경능을 이혼하게 하실 거라고 했어.”저명양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 꼬리를 말았다.“큰언니는 왜 초왕에게 시집가라고 저를 설득하세요?”저명취가 말했다.“이 큰언니는 다 널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초왕은 보기 드문 좋은 사내야. 네가 그에게 시집간다면 넌 꼭 행복할거야.”저명양이 냉소했다.“그래요? 그렇게 좋은데 언니는 왜 시집 안 갔어요?”저명취가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그가 이미 원경
초 태의는 이날도 우문호의 상처를 처치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이 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물어왔다. 하여 탕양이 사람을 보내 원경능을 모셔오게 했다. 원경능이 초 태의에게 말했다.“이 실은 계란 흰자와 같은 물질로 만든 실(蛋白线)이라네. 인체가 흡수할 수 있으니 제거할 필요가 없네.”“계란 흰자로 실을 만든단 말입니까? 대단하군요, 정말 대단해요!”초 태의가 감탄했다.반면 우문호는 몹시 답답해졌다.“허면 본왕은 앞으로 이 실들과 생사를 함께 해야 한단 말이야?”“그렇죠, 실이 살면 당신도 살고, 실이 죽으면 당신도 죽어요.”원경능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틀 동안 두 사람은 그나마 유쾌하게 지냈기에 가끔 서로를 비꼬기도 했다.서일은 초 태의의 의술에 탄복하고 있었다. 하여 왕야의 상처를 처리한 틈을 타서 급히 그에게 질문했다.“태의, 제가 요즘 몸이 좀 불편합니다. 혹시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어디가 불편한가, 서 시위(徐侍卫)?”초 태의는 겸손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는 서일이 일개 왕부의 시위라 하여 얕보지 않았다.“요즘 자꾸 졸립니다. 머리도 좀 멍하고요. 방귀도 잘 나오는데, 냄새는 어찌나 독한지. 참, 입 냄새도 심합니다. 머리도 기름지고 엉덩이에 종기(疙瘩)도 많이 났습니다. 태의, 안쪽으로 들오시면 제가 종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정말 끔직합니다….”이 말을 하며 서일이 태의를 병풍 뒤로 이끌었다.병풍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원경능은 서일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금 어색해했다.우문호가 병풍 뒤에 대고 화를 냈다.“서일, 네 방으로 꺼진 후 옷을 벗어라.”병풍 안쪽에서는 서일의 긴 방귀소리가 전해졌다. 소리는 매우 규칙적이었는데 마지막에는 거의 폭발에 가까운 소리를 끝으로 뚝 멎었다.“바로 이 냄새입니다. 태의. 혹시 제가 무슨 병에 걸린 게 아닙니까?”서일은 대놓고 우문호의 분노를 외면하고 있었다. 태의가 코를 틀어막고 뛰쳐나오며 말했다.“됐네, 서 시위. 자네가 무슨 병인지 알겠어. 자넨 비장이 상해서
태의가 진료를 마치고 나온 후에야 경후는 태의와 서일을 이끌고 대청에 가서 차를 마셨다.경후가 서일에게 넌지시 물었다. “왕야의 상처는 괜찮아졌는가?”“경후 덕분에 왕야께서 많이 좋아지셨습니다.”서일은 밖에서는 그래도 신분에 걸맞게 행동했다.“그럼.....”경후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왕비는 친히 왕야를 돌보는 것인가? 본후(本侯)의 딸은 저택에서 너무 떠받들며 키웠던 터라, 왕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네?”“왕야는 한번도 왕비에게 화를 내신 적 없습니다.”서일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해댔다. 이건 탕양이 시킨 것이었다. 그는 만약 경후가 왕비와 왕야의 관계가 안정됐다는 걸 알면 자연히 왕비를 너무 못살게 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경후는 그다지 믿지 않았다. 하지만 하인도 왕비가 왕야를 부축하여 집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고 말했었다. 설마 원경능이 정말 초왕의 환심을 샀단 말인가? 이때 태의도 귀신같이 그를 도왔다. 그가 수염을 쓸어 내리며 감탄했다. “왕비와 왕야는 참으로 금슬이 좋습니다. 요 며칠 왕야를 치료해줄 때 왕비는 항상 옆에서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연히 원경능이 옆에 있었던 건 몰래 그의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 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중의학(中医)에 대해서 잘 몰랐다. 하지만 중의 치료법은 믿고 있었다. 필경 오랫동안 약물연구를 해온 지라 예전에도 약초에서 성분을 추출해 중약을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말라리아(疟疾)와 홍반성 낭창(红斑狼疮)을 치료하는 아르테미니신(青蒿素)도 제비쑥(青蒿)에서 직접 추출해내거나 제비쑥에서 함량이 제일 높은 아르테미노산을 추출해 반합성하여 만든 것이다.때문에 이 며칠 그녀는 줄곧 구실을 대서 태의에게서 중의학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경후는 초 태의의 말을 듣고서야 둘의 관계를 믿었다.초왕이 무엇 때문에 원경능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이건 좋은 일이었다. 필경 이젠 저씨 집안의 미움을 산 건 이미
우문호는 서일의 부축임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흰색의 비단옷에 허리는 금과 옥으로 만든 띠를 두르고 있었다. 수려한 얼굴은 태양빛에 둘러싸여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병약한 신선 같았다. 걸음걸이가 너무 느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전신의 힘을 다 소진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힘겹게 걸어온 그는 얼굴을 활짝 펴고 부드러운 눈매로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원경능을 바라보았다.“왕야, 건강은 괜찮으십니까?”둘째 노부인이 바삐 문안을 전했다. 난씨도 얼른 일어났다. 좀 놀란 표정이었다. 우문호는 눈길을 원경능의 얼굴에서 둘째 노부인에게로 옮기고 웃으며 말했다. “둘째 노부인 덕분에 본왕이 많이 건강해졌습니다.”말을 마친 우문호가 천천히 원경능에게 걸어가더니 글쎄 볼멘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도 화 났어? 오늘 날 보러 오지도 않고. 이만 화 푸는 게 어때?”원경능은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뭘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고의로 화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그녀를 위해서라 하지만, 이렇게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저는 화 안 났어요.”그는 그제야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화 나지 않았다니, 다행이야. 허면 오늘 본왕과 함께 나가기로 한 건, 같이 갈 건가?”자신이 그런 말을 한적이 있었던가?“지금은 손님이 와서요.” 우문호는 난처한 표정으로 둘째 노부인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 “그래? 허면 갈 수 없는 것이 아닌가?”둘째 노부인은 바삐 말했다.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이 늙은이는 이제 돌아가야겠습니다.”“이렇게 빨리 말입니까? 더 앉아있다 가시지요?”우문호는 아주 열정적으로 만류하는 듯했다.“아닙니다, 아닙니다. 이 늙은이도 할 일이 있어서요. 나중에 시간되면 다시 왕야....와 왕비를 뵈러 오겠습니다.”둘째 노부인은 말하면서 난씨와 원경병에게 눈치를 줬다.원경병이 말했다. “방금 큰언니가 말했어요. 제가 여기서 며칠 지내도 된다고요.”“그럼.....”둘째 노부인은 우
우문호는 이를 악물고 가슴을 문지르며 속으로 다짐했다. 이 일이 잘 해결되면 반드시 원경능을 암실로 끌고가 미친개를 풀어 그녀를 백 번 물게 하여 오늘의 이 원수를 갚을 거라고. 원경능은 ‘후’하며 숨을 내쉬었다. 온 몸이 다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마음도 아까처럼 불안하지 않았다.하지만 그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노라니 확실히 조금 전에 너무 심하게 물어뜯은 것 같아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미안해요. 당신을 물어뜯으면 안 됐었는데.”우문호는 그녀의 진심 어린 맑은 눈동자를 보며 마음속으로 자신의 뺨을 내리치며 경고했다. 마음 약해지면 안 된다고. 이 여인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아니라 그저 진심인척 할 뿐이라고.“참,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미친 사람처럼 말이에요. 정말 미안해요.”원경능은 계속 사과했다. 낯빛도 의기소침하고 괴로워하는 듯했다. “저도 당신이 절 위해 그런다는 걸 알아요. 절 위해 친정식구들 앞에서 연기도 해주고 제가 술에 취해 집에 가고 싶다고 한 말도 기억해주고.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계속 당신과 맞서기만 했던 것 같아요.”우문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됐어. 본왕도 당신하고 따지기 귀찮아.” 원경능은 감격해서 말했다. “저는 진작에 왕야가 도량이 넓은 분이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럼 태후 앞에서도 저를 위해 덕담 많이 해주세요.”“본왕은 당신과 한 약속을 절대 저버리지 않아.”우문호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에 원경능이 온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왕야.” ‘사내들은 달래기가 참 쉽네. 마구 칭찬해주면 되는군.’우문호도 속으로 자신이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여인과 똑같이 굴고 싶지 않았다. 특히 이 못생긴 여인과는.이렇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니 입궁하는 마음도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일년 전에 원경능을 맞이하고 나서부터 매번 입궁할 때마다 그는 기분이 나빴다. 궁의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우문호는 열심히 땅바닥을 쓸었다. 바닥을 쓰는 일은 간단해 보였지만 거기에도 학문은 있었다. 예를 들면 낙엽은 될수록 한 무더기로 모여놓아야 했다. 체적이 커야 바람이 불어도 잘 날리지 않았다. 여러 무더기로 해놓으면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다 날려가 버리고 만다.쓸고 있노라니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마음도 많이 후련해졌다.“왕야, 난각(暖阁) 쪽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나무 위에 말벌둥지가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태워버릴 예정인데 벌들을 놀라게 하지 마십시오. 큰 일 납니다.”상공공이 주의를 주며 말했다. “말벌둥지?”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반문했다. 원경능에게 물어뜯긴 가슴이 아직도 은근히 아팠다. 원경능을 쓸게 했어야 했는데.“네, 이 말벌들은 굉장히 사납습니다. 낮에는 감히 태우지 못했습니다. 태상황이 창문을 닫으려 하지 않으셔서 저녁에만 태울 수 있습니다.”상공공이 말했다.“알겠네.”우문호가 말했다.상공공도 그를 관계하지 않고 태상황을 시중들러 들어갔다.계책이 떠오른 우문호가 탕양에게 명령했다. “가서 왕비를 모셔 오거라. 본왕이 청소하는 곳을 바꾸어 준다고 하거라.”탕양이 말했다. “왕야, 어서방 그곳에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왕야가 가기에는 좀 부적절 한 것 아닙니까?”. 우문호는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괜찮다. 고사가 거기 있으니 그때 가서 고사더러 좀 주위를 살펴보라 하면 된다. 사람들이 오면 숨으면 그만이다.”탕양이 자리를 떠났다.원경능은 우문호가 자신과 바꾸어 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자신이 창피 당하는걸 막으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의 호의를 받아 들여야지.그녀는 빗자루를 들고 건곤전으로 돌아 왔다. 그는 이미 앞 마당을 다 쓸어놓았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우문호가 걸어오며 말했다. “본왕이 그대를 생각해주지 않는단 말은 하지 말아. 이 빗자루가 무거우니 당신은 힘이 없어 잘 쓸 것 같지 못해서 본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