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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제기랄, 어제 갓 씻은 옷인데 뭐가 더럽다는 거야? 강유호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짝꿍이었던 서준이 그를 끌어갔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둘은 가장 친했었고 함께 싸우고 땡땡이도 쳤었다. 오늘 동창 모임에서 서준만 그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서준은 강유호를 구석으로 끌어당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유호야, 이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넘볼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 이지 옆에 앉는 건 굴욕을 자초하는 게 아니겠어?"

강유호는 하하 웃은 후 답하지 않았다, 곧 모임이 시작되었고 다들 잔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조금 취기가 오른 이지는 모든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면서 살랑살랑 리듬을 탔는데 그 모습을 정말 섹시하여 대부분 남자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솔직하게 이지는 정말 너무 예뻤다!

저녁에 되어서야 동창들은 모두 흩어졌다. 오늘 담임은 갑자기 일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한 번 모이자고 약속했다.

헤어질 때 남자들은 앞다투어 이지를 배웅해주려고 했다. 하지만 KTV에서 나온 이지는 포르쉐에 앉더니 사람들의 멍한 눈빛 속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너무 예쁘잖아."

서준이 곁에서 중얼거렸다.

"그러니깐 네가 자꾸 곁에 앉으려고 했지. 하루 밤만 같이 있을 수 있다면 10년 적게 살아도 돼."

강유호는 싸늘하게 웃었다. 이지가 내일 ZY 엔터테인먼트에 계약하러 간다고? 아주 좋아, 마침 내가 내일부터 CEO직을 맡는데 말이야. 강유호가 이렇게 생각할 때 휴대폰 벨이 울렸다.

그의 별소리를 듣고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무슨 시대인데 아직도 아이폰4를 쓰는 거야?

수신번호를 확인한 강유호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휴대폰 저쪽에서 장모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유호, 오늘 연말 모임인걸 알아? 온 가문 사람들이 모두 널 기다려야 돼? 얼른 와!"

강유호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일을 잊어버린 것이다!

반급 동창들 앞에서 그는 전동스쿠터를 타고 떠났다. 꽤 멀리 갔는데도 여자 동창들의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부산시 어느 고급 빌라 앞, 로인지로바 한대가 서있었다. 그 앞에 예쁜 여자가 짜증 섞인 얼굴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내가 왔어."

강유호는 숨을 헐떡이면서 전동스쿠터를 세우고 류시언에게 달려갔다. 그는 류시언이 크리스탈 러브를 신고 있는 걸 발견했다. 보아하니 아내는 정말 자신의 선물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다급히 크리스탈 러브를 신다니.

하지만 류시언은 그를 싸늘하게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은 유씨 가문의 연말 모임이야. 날 쪽 팔리게 하지 말고 입도 열지마."

"응."

강유호가 차에 앉기 바쁘게 꾸짖음 소리가 들려왔다.

"강유호, 넌 정장도 없어? 싸구려 옷을 입고 가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몰라?"

장모님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의 이여화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성숙미가 철철 넘치면서도 섹시했고 매우 단정하고 우아했다.

강유호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무심한 표정에 이여화는 더더욱 화가 치밀었다.

"넌 귀머거리인 거야, 벙어리인 거야? 변변치도 못한 놈에게 우리 딸이 시집가다니, 정말 재수도 없지."

"엄마, 화내지 마세요."

류신아는 운전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

이여화는 강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

"강유호, 오늘 연말 모임이 끝나면 당장 이혼 신청부터 해. 우리 집에 빌붙어있지 말고, 알겠어?"

강유호는 차에 앉아 한 마디도 못했다.

유 씨 가문 별장 밖에는 이미 차가 백여 대가 주차되어있었다. 당연히 모두 고급 외제차들이었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홀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 앉아있었다. 류시언을 발견한 사람들은 분분히 인사를 건넸다.

이런 장소에서 강유호는 투명인간과 다름이 없었고 그와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어차피 그는 구경하러 온 것이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금 후 회식이 시작되면 배불리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괜히 시비를 걸기 좋아했다. 예를 들면 류지원은 강유호와 척을 진 것처럼 볼 때마다 꼭 두 마디 쏘아주곤 했었다.

"아이고, 우리 류 씨 가문의 잘나신 사위께서 오셨네?"

류지원은 먼발치에서 걸어오면서 고의적으로 크게 말했다.

"강유호, 네가 입은 옷을 길거리 노점에서 본 것 같은데? 2000원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강유호는 장내의 화제가 되었다. 다들 모두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 강유호를 바라 보았다.

"허튼 소리 하지마. 이 옷은 3900원이거든."

강유호가 중얼거렸다.

"하하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 몇 명은 기품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정말 참기 힘들었다.

"좀 입 닥치고 있어."

류신아가 낮게 말했다. 그녀는 강유호 때문에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만약 가문에서 연말 모임에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를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류신아, 내가 너네 집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너의 남편이 3900원짜리 옷을 입은 건 그렇다 치고 네가 입은 옷도 고작 20만원짜리인 건 같은데?"

류지원은 하하 웃었다.

"이렇게 초라한 정장도 뻔뻔하게 입고 나오다니. 내 정장 봤어? 제니아 특별 제작 정장이야, 얼만지 알아?"

이렇게 말한 류지원은 손가락을 펴더니 류신아와 강유호 눈앞에 흔드는 것이었다.

"13억원이야."

"와!"

그 말에 주위 사람들이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많은 여자들이 추파를 던졌고 남자들도 부러움을 금하지 못했다.

류신아를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그녀가 입은 옷은 20만원이었다. 그녀는 13억원짜리 정장을 감히 상상한 적도 없었다.

류신아는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고운 얼굴이 붉어졌다.

바로 이때 강유호가 갑자기 류지원에게 다가가더니 옷을 만져보는 것이었다.

"너 미친 거 아니야?"

류지원은 버럭 화를 냈다.

"네가 이 정장을 만질 자격 있어?"

강유호는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장소에 걸맞지 않는 정장을 입었다고 생각해. 이 정장은 이탈리아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프란치스코 마르틴이 디자인한 것으로 전세계에 한 벌 밖에 없어. 이탈리아 패션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기에 너의 옷은 아마 모조품일 거야. 또한 아주 조잡한 모조품이야, 너의 오른쪽 호주머니에는 아직 처리하지 않은 실밥이 있어. 지금 떼어버려도 돼. 이 정장의 값은 4만원 정도일 거야. 내 아내의 20만원짜리 정장도 너보다 질량이 좋아."

"그리고 이 옷의 디자인 영감은 디자이너의 아버지-페트라르카에게서 온 거야. 프란치스코 마르틴의 아버지는 파산한 후 우울증에 걸렸고 이 세상이 비뚤게 보이기 시작했지. 그래서 이 정장의 무늬는 모두 곡선이야."

"우리 류 씨 가문이 당장 파산하길 바래 오늘 이 정장을 입고 온 거야?"

강유호가 크지 않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지만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모든 사람들이 강유호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고 멍하니 있었다!

"참, 너에게 알려주는 걸 잊었어. 내 아내는 옷에 대해 요구가 높지 않지만 신에 대한 요구는 아주 높아."

강유호는 또박또박 말했다.

"내 아내가 신은 건 크리스탈 러브야. 들어본 적이 없으면 인터넷에 검색해봐."

"와!"

"크리스탈 러브? 진짜 크리스탈 러브야! 정말 아름다워......"

장내가 들끓기 시작했다. 모두 사치한 생활을 즐기기 좋아하는 여자들이었으니 어떻게 크리스탈 러브를 모르겠는가? 그리하여 단번에 류신아가 신은 힐이 진품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건 가격이 60억을 호가하는 크리스탈 러브였다! 세상에 이를 싫어할 여자가 있는가?! 순간 류신아는 장내의 화제로 되었고 부러움이 섞인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류신아는 참지 못하고 강유호를 흘끔 보았다. 결혼한지 삼 년이나 되었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그가 남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강유호는 어떻게 안 것이지? 그 이탈리아 디자이너 이름과 정장의 영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될 텐데?

곰곰이 생각해보던 류신아는 강유호가 아까 몰래 검색해보았을 것이라 단정했다.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류지원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강유호에게 삿대질했다.

"쨕!"

이여화는 예고 없이 강유호의 뺨을 때렸다!

매우 힘이 들어간 귀뺨에 홀 전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다.

"강유호, 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지원이에게 사과해!"

이여화가 싸늘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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