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위.전투기의 엔진 소리가 귀를 울렸다.거칠게 부는 바람이 보이지 않는 손처럼 그들을 내리눌렀다.전투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무기가 지금은 호위나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그 광경은 장관이 따로 없었다.주건희라고 해도 그 광경에 도무지 진정을 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대합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장관에 이목이 쏠렸다.온 대합실에 소란이 일었다.모든 사람들이 넋을 놓고 말았다.쿠르르릉….전투기의 커다란 엔진 소리와 함께 전용기는 천천히 활주로에 착륙하며 활주를 시작했다.전용기가 완전히 멈추자, 밤하늘에서 열 대의 전투기가 일제히 커다란 폭음을 냈다.우레가 터지는 것 같이 엄청난 기세였다.이내, 열 대의 전투기는 동시에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방향을 돌리고 회항하여 밤의 장막 너머로 사라졌다.전후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고작 1초라도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기기엔 충분했다.“어르신… 대합실 쪽에 호사가가 꽤 있는 듯합니다.”집사가 조용히 말했다.정신을 차린 주건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천씨 가문의 진정한 용이 강림하는 데다 전투기 열 대가 호위를 해주었는데 보잘것없는 것들 때문에 좋은 일을 망쳐서야 되겠어?”말을 마친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서둘러 전용기로 향했다.점차 주건희의 눈빛이 가라앉으며 생각이 빨라지기 시작했다.전용기에 다가갈수록 얼굴은 점점 더 붉어졌고 심장박동도 점점 더 빨라졌다. 마치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전투 무리를 호위로 사용하다니, 전용기 안의 존재가 어떤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증명이 됐다.천씨 가문에 대한 그의 이해에 따르면 당당하게 이런 진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은 천씨 가문에서도 딱 두 명뿐이었다!한 명은 천씨 가문 가주, 다른 한 명은 천씨 가문 노부인이었다!상대가 누구든 간에 주건희에게 있어서는 저 멀리 구름 위의 진정한 용이었다.그리고 버러지에 불과한 그가 여기서 진정한 용의 등장을 접대할 수 있다는 건 더없는 영광이었다!이 지역의 재계 호걸로서 온
그가 여태껏 천도준과 천태성 사이를 오갔던 것도 다 기회를 얻고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던가?그리고 이제 천씨 가문 노부인의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그의 미래에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조력을 얻을 수 있었다.재계를 종횡무진하고 단호하게 결단을 내리는 주건희는 우유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그 말은 노부인에게 자신과 천태성은 친분이 있으며 자신이 이 지역에서 지내고 있는 힘이면 노부인의 수발을 들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태성이?”아니나 다를까, 천태성이라는 이름을 듣자, 천 씨 노부인의 안색이 많이 풀어졌다. 더는 아까 같은 냉담한 기색이 아니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천씨 가문에서 천 씨 노부인의 지위는 남달랐다. 비록 가주는 아니었지만 가주도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그리고 젊은 세대 중에 천태성은 드물게 노부인의 환심을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눈치가 빠르고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주건희는 노부인의 안색을 보자 몹시 기뻐했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노부인은 다시 손을 저었다.“되었다. 기왕 태성의 지인이라 하니 더는 따지지 않으마. 하지만 애야, 네 힘은 보잘것없으니 네 사람들을 데리고 그만 가보거라.”쿵!기쁨에 차 있던 주건희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저 높은 구름 위에서 추락하는 듯한 좌절감이 느껴졌다.만약 다른 사람이 주건희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주건희는 당연히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이 지역에서 주건희의 힘은 정말로 하늘도 가릴 수 있었다!하지만 그 말을 한 건 천씨 가문 노부인이었다!주건희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었다. 천씨 가문 노부인의 눈에 그는 어쩌면 한 마리의 개미로 칠 수 있었지만 그가 소위 힘이라고 생각했던 건 정말로 천씨 가문 노부인의 눈에 들지 않았다.그 말에 그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도무지 반박할 수가 없었다.바로 그때.저 멀리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오더니 눈 부신 빛이 엄습했다.찰나,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주건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눈 부신
이른 아침의 첫 햇살이 바닥을 비출 때, 눈을 뜬 천도준은 병실에 사람이 한 명 는 것을 발견했다.이수용은 피곤함에 전 얼굴로 병실 소파에 기댄 채 손을 베개 삼아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천도준은 순간 크게 기뻐했다.다급하게 이미 잠에서 깬 울프를 향해 어떻게 된 건지 묻는 눈빛을 보냈다.“어르신, 천도준 씨께서 깨셨습니다.”하지만 울프는 아예 그를 깨웠다.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울프를 쳐다봤던 건 이수용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이수용이 이렇게 일찍 병실에 왔다는 건 분명 어젯밤에 밤새 달려왔다는 뜻이었다.두 눈을 뜨고 천도준을 본 이수용은 피곤함에 마른 세수를 하다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제가 울프에게 깨시면 바로 절 깨워달라고 했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천씨 가문은 어떻게 됐어요?”가규의 일은 분명 잘 처리됐을 것이다.하지만 그 뒤의 문제도 적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도 그럴 것이 천태성은 천씨 가문 후계자 중 한 명이었고 그는 그저 천씨 가문 사람들 눈에는 밖에 버려진 ‘사생아’였다.만약 아버지와 이수용의 물흐리기 작전만으로 모든 게 해결이 됏다면 천태성의 후계자 신분은 너무 무의미했다.그 말에 이수용은 씁쓸하게 웃었다.“제가 어젯밤에 쉬지 않고 달려온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어젯밤 노부인께서 이곳에 도착하셨습니다.”천씨 가문 노부인이?천도준의 표정이 순간 굳더니 동공이 수축했다.놀라움이 가시자 그는 무력한 웃음을 지었다.“그 큰 인물까지 불러내게 되다니, 천씨 가문에서 천태성의 지위는 정말 남다른 모양이군요.”이수용도 무기력하고 더없이 실망한 얼굴을 했다.천씨 가문에서 노부인의 지위는 몹시 특별했다. 지난 세대를 겪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람으로서 황태후가 수렴청정하는 듯한 아우라를 풍겼다.그녀는 비록 천씨 가문을 장관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주라고 해도 그녀에게 경의를 표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효도라는 단어 하나로도 가주를 무너트릴 수 있었다.크게
이수용은 눈꺼풀이 거세게 뛰었다. 천도준의 이 말은 천씨 가문 노부인에게 맞서는 게 분명했다.소위 ‘소견’이라는 건 노부인이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천씨 가문에 있으면 가주도 소견을 받기도 했다!“하! 죽지 않았으면 가야 합니다.”정장 차림의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죽었어도 노부인께서 만나고자 하시면 관짝을 들고서라도 가야 하지요.”천도준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막 입을 여려는데 이수용이 먼저 공수하며 웃었다.“저녁 8시, 제가 반드시 도련님을 데리고 노부인을 찾아뵙겠습니다.’“교외의 사인 회관이요.”정장 차림의 남자는 그 장소만 덜렁 남겨둔 뒤 사람들을 이끌고 떠났다.처음부터 끝까지 쓸데없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고고하고 오만하고 냉담한 태도였다.이수용을 마주하고도 조금도 풀어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어르신, 노예 노릇도 잘못했나 본데요. 젊은것들 셋이 좋게 말하는 법이 없네요.”천도준이 그를 놀리며 말했다.그는 딱히 만남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노부인이 이미 여기까지 온 마당에 도망은 불가능했다.방금 전의 반응은 그 세 정장차림의 남자의 말투나태도가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었다.이수용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턱을 어루만졌다.“저 사람들은 노부인의 측근들입니다. 천씨 가문에서 노부인의 시중만 따로 드는 자들이죠. 저는 회장님의 측근이니 당연히 저에게 좋은 태도를 보일 리가 없습니다. 천씨 가문 내부는 아주 복잡하거든요.”그때, 옆에 있던 울프의 두 눈에 빛이 번뜩였다.“천도준 씨, 이 사인회관….”눈썹을 까딱한 천도준은 의아한 얼굴로 울프를 쳐다봤다.“이 사인 회관은 이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람이 연 개인 회관이라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이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는 회장님이 도련님을 보필하라고 보낸 사람이라 이 지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모든 세력과 현지 상황에 대해 명명백백히 조사를 했었다.천씨 가문의 정보망으로 이런 것들을 알아내기란 식
천도준은 상처가 벌어지며 전해지는 극심한 고통을 참으려 애를 썼다.시트에 몸을 기댄 채 크게 심호흡을 해도 고통은 가셔지지 않았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죄를 물으러 왔을 텐데 제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그거야말로 큰 죄가 아니겠어요??”이수용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가슴이 막 갑갑해지며 무거운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가 보기에 천도준이 이러는 것은 도무지 방법이 없어 일부러 부상을 여사님에게 보여주려 하는 것으로 보였다.만약 다친 게 천태성이었다면 이런 행동은 절대로 할 리가 없었다.천씨 가문에서 천태성은 여사님의 얌전한 손자였고 부상을 당해도 여사님의 앞에 무릎 꿇고 아프다고 앓는 소리 몇 번 하면 여사님이 알아서 복수를 해줬었다.그러나 천도준은 거의 아물어가는 상처를 억지로 벌려야만 겨우 여사님의 한발 양보를 바랄 수 있었다!똑같은 천씨 가문의 사람이었지만 대우는 이토록 천지 차이였다. “괜찮아요, 어르신.”천도준은 웃으며 이수용을 위로하며 운전 중인 존에게 말했다.“그만 보고 얼른 들어가요, 더 늦으면 피가 다 굳겠어요.”존은 억지로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롤스로이스를 운전했다. 다만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도 짙은 씁쓸함과 무력함이 가득했다.출신이라는 두 글자는 참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밤의 장막 아래, 사인회관은 산허리쯤의 숲속에 위치해 있었다. 마치 그대로 산허리에 박혀 들어간 것 같은 풍경이었다.이 지역의 최고급 회관으로 주건희와 주준용 같은 호걸이라고 해도 초대장이 있어야만 입장할 수 있어, 일반적인 권력자들은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그리고 그것은 사인회관을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만들기도 했다.그리하여 천도준마저도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거대한 대문은 고대 건축 양식을 띄고 있었다. 높은 담벼락에 커다란 마당은 회관을 단단히 에워싸고 있었다.대문 앞, 높게 걸린 커다란 ‘사인회관’ 편액 양옆으로 특별 제작된 커다란 붉은 등이 걸려 있었다.붉은빛을 흩뿌리는 광경은 장엄함과 엄숙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처가 벌어지며 극심한 고통이 일어 천도준은 처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얼마 걷지 않아, 시야 속에 작은 별채가 보였다.별채는 소박하고 소탈해 사인회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여사님, 천도준 도련님이 인사를 드리려고 이리 왔습니다.”이수용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조금 소리 높여 외쳤다.“들거라.”한 목소리가 별채 안에서 들려왔다.이수용과 존의 부축을 받으며 천도준은 조금 불쌍하게 상처를 부여잡은 채 별채로 향했다.걸음을 옮기며 이수용은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도련님, 최대한 참으셔야 합니다.”천도준은 씁쓸하게 웃었다.눈빛이 번뜩이더니 오른손이 저도 모르게 복부의 상처를 꽉 움켜쥐었다.자신이 그 도리를 몰랐다면 직접 거의 다 아물어가는 상처를 다시 벌렸을 리는 없었다.어둠 속에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여기까지 온 그는 가끔은 적당히 고개를 숙이는 건 나중에 더 높이 날기 위해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끼익….별채의 문이 열렸다.점심에 천도준을 소견 했던 세 명의 정장남도 전부 별채 안에 있었다.선두에 있던 사람은 곧바로 안쪽으로 안내하는 손짓을 했다.“여사님께서는 안채에 계십니다.”안채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공기 중에는 옅은 향냄새가 가득했다.그와 함께 불경을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여사님은 상위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오른손은 조용히 염주를 세며 불경 소리를 따라 불경을 외웠다.그 옆, 머리가 하얗게 센 중년이 단정하게 앉아 조심스럽게 보좌하고 있었다.천도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중년이 낮은 목소리로 귀띔을 했다.“여사님, 천도준이 왔습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여사님은 두 눈은 뜨지 않은 채 계속해서 염주를 넘기며 불경을 외웠다.중년은 자연스레 그 뜻을 알아채고는 천도준 일행에게 대기하라는 눈짓을 했다.천도준은 상처를 움켜쥔 채 중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이분은 이 지역에서 권력이 가장 큰 사람이었다. 그런 상대가 자신을 난감하게 만들지 않았는데 상대의 체면을 바닥에 내팽개칠
차가운 목소리가 안채에 울려퍼졌다.방안의 공기도 순식간에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양쪽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한 중년의 동공은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그는 이내 곧 경악에 휩싸였다.이수용과 존은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대표님, 무례를 범하지 마세요.”말을 마치고, 그는 다급히 이미연에게 해명했다.“어르신, 제가 대표님을 대신해서 사과드리겠습니다.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하.”이미연은 냉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수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천도준을 흘겨보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천도준의 얼굴에는 냉기 외에는 조금의 감정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이미연과 당당히 눈을 마주치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는 안채에 들어서자마자 이미연이 불교의 전통 초도경문인 ‘지장보살본원경’을 읊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이미연에게 한 발 물러서달라고 용서를 구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화를 꾹 참았었다. 하지만 이미연은 그저 경문을 외우기만 할 뿐, 천도준을 아예 신경쓰지도 않았다. 만약 이수용이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면 이미연은 정말 ‘지장보살본원경’을 백 번이나 읊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경문을 백 번이나 읽다니…… 천도준을 피 말려 죽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천도준은 용서를 구하러 온 게 확실했다. 하지만 그는 쉽게 이용당할 사람도 아니고, 충동적인 사람도 아니었다.이미연은 경문으로 그를 설교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천도준이 무엇을 더 참으란 말인가?그 모습에 이수용은 안절부절못했다. 이미연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은 어느새 새빨개졌다.방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이미 이미연이 초도경문을 읽는 것을 알아챘었다. 하지만 그는 감히 천도준을 말릴 수 없었다.천도준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지 않았다면, 그는 감히 말을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그런데, 뜻밖에 천도준이 경문을 읊는 이미연에게 대들 줄이야……그건 아주 불경스러운 일이었다.그때, 이미연은 천천히 일어나 컴퓨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독경 소리를 끄고, 발걸음을
천도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서리가 내려앉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네, 좋습니다. 무릎 꿇을게요.”그는 복부가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이 순간만큼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창백했던 천도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지만 그의 두 눈에는 물기가 어려있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아득바득 갈았다. 순간, 손의 핏줄이 더욱 선명해졌다. 굴욕이었다.천도준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무릎을 꿇으면 후계자가 될 확률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주 비참한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쿵.무릎과 바닥이 부딪쳤다. 천도준의 심장은 빠르게 요동쳤다.순간, 그는 의식이 몽롱해지고 머릿속이 하얘졌다.“난 네 뼈가 철로 만들어졌는 줄 알았는데 너도 무릎을 꿇을 줄 아는 구나?”이미연은 경멸과 혐오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천도준을 내려다보았다.“네가 나의 착한 손자인 태성이를 다치게 한 죄는 어떻게 갚을 거냐?”그녀의 말에 이수용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사님, 그 일은 이미 집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까?”“흥.”이미연은 갑자기 두 손을 휘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도준이는 우리 착하고 말 잘 듣는 태성이를 괴롭히고, 자꾸 물을 흐리려고 하고 있어. 너희들은 내가 정말 죽었으면 좋겠어? 멀쩡한 우리 손자 몸을 그렇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쉽게 일을 끝내려고 하는 거야?”‘말 잘 듣고 착한 아이?’천도준은 냉소했다. 그의 두 눈에서는 분노가 끓어올랐다.이렇게 손자를 두둔하고 드니, 어떻게 사람들이 죄를 물을 수가 있겠는가?“여사님, 대표님도 칼에 찔리셨습니다. 대표님 몸의 이 상처는 정말 안 보이시는 겁니까?”이수용은 빨갛게 달아오른 눈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천도준을 대신해 따지기 시작했다.“건방지게, 어디 하찮은 놈이 감히 입을 놀려? 너에게 말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이미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