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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같이 돌아가다

“내일 출발해요. 로아와 승현이도 같이 가요.”

이우범이 덧붙였다.

“아이는 집에 두고 가죠. 차 타는 것도 힘든데.”

나는 아이들이 차를 오래 타면 힘들까 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고집을 부렸다.

“아니에요. 나도 못 본 지 꽤 오래돼서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태어났는데 데리고 가서 며칠 놀다 와도 좋죠.”

이우범의 굳건한 표정을 보며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억지로 대답했다.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로아와 승현이가 갓 태어났을 때 이우범은 명의상 아이들의 아빠였고 아이들에게도 굉장히 잘해줬다.

내가 수락하자 이우범도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그래요, 이제 가요.”

우리 사이에 다른 화제는 없었다. 밥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아침 그가 우리 집으로 데리러 오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주소를 보내주고는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엄마, 아빠는 이 일정에 별로 반대하지 않았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늘 이우범에게 미안해했다. 지금도 그랬다.

“그쪽 집은 이제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지영아, 건너간 김에 그냥 처분해.”

아빠가 이 일을 떠올리고 내게 말했다.

“그래요.”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그곳으로 가서 새로운 생활을 펼치려고 했지만 돌고 돌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결국 이곳만이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오늘 밤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제주도 일정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그쪽으로 가보고 싶은 것보다는 그냥 이우범에 대한 죄책감과 협조였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이우범은 우리 집 앞에 나타났다. 짐이 적었고 캐리어 하나였다. 오히려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느라 짐이 많았다.

로아와 승현이는 이우범을 다시 만나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훑어봤다. 이우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로아야, 안아보자.”

로아는 잘생긴 아저씨를 보며 얼굴을 붉히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아무 망설임 없이 이우범의 품에 꼭 안겼다. 순간 이우범은 온몸으로 부드러운 기운을 뿜어냈다. 얼굴에 미소도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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